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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은 기적을 일으키는데 있어. 바로 그거야."스압
게시물ID : lovestory_58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매일더나은
추천 : 2
조회수 : 3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8/08 12:26:44
중년 남자들은 자꾸 시비를 걸어왔다.

"몇 번이나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놈들 말이야. 안되는 놈은 안돼!"

"비행 소년이 갱생한다니,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말라 그래. 소설이라면 모를까."

"자네들 말이야, 교활한 꼬마들에게 속기 쉬워. 그런 얼굴이라니까."

술에 취한 탓인지, 어떤 불만과 불안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들은 큰 소리로 외쳐댔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어서 반박은 하지 않았다. 소년사건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논의해봐도 명확한 답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때, 오로지 홀로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그때까지 별관심도 없다는 듯이 열심히 밥을 먹고 있던 진나이였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뭘 방영했는지는 모르지만"하고 귀찮다는 듯이 전주를 깔더니,

"소년도 한 종류가 아니란걸 알아야지"하고 말했다.

"뭐야 넌!"

중년 남자가 벌컥 화를 냈다. 꽤 박력 있는 목소리였다.

"어차피 비행을 저지른 놈은 어쩔 수가 없어"하고 그가 거칠게 외쳤다. 

"그거 참, 시끄럽게 구네"하고 진나이는 귀찮다는 듯이 귀를 후볐다.

"영화 평론가가 일 년에 영화를 몇 편이나 보는지 알아?"

중년 남자들은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몇 백 편은 보겠지"하고 대답했다.

"그런 평론가에게, 텔레비전에서 명화극장밖에 안 보는 아마추어가 '영화란 어차피 그런 것'이라고 말하면 어떻겠어? 웃기는 얘기라는 생각 안 들어? 당신들이 지금 하는 말이 바로 그거랑 똑같아. 우리는 몇 백명의 소년을 상대하고 있어. 알겠어? 당신들은 지금, 전문가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거야.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 안 해?"

남자들은 한순간 움찔하다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나섰다.

"안되는 놈은 안돼. 갱생?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 그런 기적은 안 일어나"하고 반박했다. 그 말에 진나이는 그 중년 남자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거야. 바로 그거야."

"그거? 그게 뭔데?"

"우리 일은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묻잖아!"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지."

사위가 조용해졌다.

"건전한 청소년 육성이라든지, 평화로운 가정생활이라든지, 청소년보호법이나 가정재판법의 목적따위는 전부 거짓말이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우리의 목적은 기적을 일으키는데 있어. 바로 그거야."

당혹스러워하는 우리는 아랑곳없다는 듯이 진나이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안되는 놈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당신들은 그렇게 말했지. 절대로 갱생시킬 수 없다고. 지구의 자전이 멈추는 일은 있어도, 암의 특효약이 발명되는 일은 있어도, 스티븐 시걸이 악당에게 지는 일은 있어도, 비행소년이 갱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지."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하고 중년 남자가 화를 냈지만 진나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우리가 하는 거야."

진나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야. 당신들, 직장에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어?"

진나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의미도 없고 터무니없는 주장이지만, 진나이의 이야기에는 뭔지 모를 힘이 가득 들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애당초 어른이 폼 나면 아이도 폼이 나게 되어 있어."

그후로도 회사원들은 거들먹거리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해가며 온갖 말을 떠들어댔지만, 우리는 적당히 받아 넘겼다.

때로 나는, 그때 진나이가 한 말을 떠올리며 마음에 힘을 얻는다. 소년에게 배신당하고,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기적이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게 아냐"하고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었다.


- 이상 이사카 코타로 작, <칠드런>에서 인용합니다.


훌륭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안같은 글이었습니다. 괴짜 진나이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몇 안되는 진지하고 앞뒤가 맞는 말이라서 이 부분만 보고 <칠드런>을 찾으실 분들은 주의하세요 ㅎㅎ 재미있는 책이긴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기적같은 순간이 벼락같이 내리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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