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몇달 째 계속 중국에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이 때 같이 일을 하는 중국인 동료와 잡담을 하게 되었다. 이 중국인 친구랑 몇달 째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다보니, 서로간에 좀 신뢰가 쌓였는지, 이런 저런 신변잡기를 가끔 늘어놓게 된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중공군이었다고...-_-;;) 처음에는 최근 중국과 한국 최대 관심사인 MERS로 시작하였는데, 사스 보다 위험하단 얘기에 깜짝 놀랜다. 하긴, 사스로 중국은 수백명이 죽었었으니까. 이젠 중국이 한국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실정이라, 부끄러움을 느꼈다. 난 그 부끄러움을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부정하고 더렵혀진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얘기를 해 줬다. 물론 중국 정부도 만만치 않으니 쉽게 공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중국은, 적어도 남의 나라 배불리는 짓은 하지 않는 나라로 보인다. 외국계 기업은 무조건 50% 미만의 합작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 하나만 보더라도 중국 정부가 더럽긴 해도 자신의 나라를 팔아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나의 골자였다.
화제를 바꾸어, 우리 나라 현재 대통령을 아냐고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 물론 언뜻 본 거 같긴 하다고 한다.
그럼 Dictator's daughter 인 것도 아냐고 물었다. (철 지난 얘기이긴 하지만... 왜 부끄러움은 항상 우리 몫인가.)
사실 박정희도 모르는 사람이 독재자 딸이란 걸 알리 만무하지만... 어쨌든 설명하는 내내 쪽팔렸다.
안되는 영어로 illegal vote 어쩌구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해 가면서 역대 대통령들을 하나하나 물어보았다.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그는, 그 중에 유일하게 김대중 대통령을 알고 있었다.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언론의 통제가 되는 나라에서 김대중의 업적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어떻게 알고 있는건지 신기하다. 외국에서 보도하는 것은 역시 다른가 보다.
아쉽게도..짧은 영어와 길게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여, 중국인 친구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좀 더 써보자면,
우리 나라 언론은 깎아내리기 일색이라, 얼마나 위대한 분이셨는지 실제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 분이 활동하셨을 때 물론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잘은 몰랐지만, 최근 그 분의 연설문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박정희 대통령을 극딜하는 연설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좋은 연설을 정말 많이 하셨다. 옳은 말씀들이셨고 이치에 맞고 논리정연하며 진정한 보수의 입장을 보여주셨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이런 발언하시면 위험하실 텐데...` 등의 걱정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60, 70년대 말 그대로 자살 당하시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의 선거 유세 연설을 진행하셨다.
독재자에 맞서 누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었겠는가.
나같이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분들이 계시다면, 한번 유투브에서 찾아서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봐 주시길...
그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코미디언의 희화화된 사투리를 쓰는,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지탄받을만한 그런 대통령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