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은 워낙 쓸게 많으니,
우선 장점부터.
장점
마동석의 캐릭터
영화 내에서 그래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음.
하지만 이 마동석의 캐릭터가 정말 영화 속의 캐릭터의 완성도라기보단,
기억 속에 있는 기존 마동석 이미지의 영향이 있음.
우리가 마동석을 알고 있어서 더 매력적인거지, 마동석을 모르는 외국인이 봤으면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 같음.
특수분장팀 + VFX팀
분장팀 말고, 특수분장팀은 진짜 일 열심히 한 것 같음. 좀비 분장들은 딱히 아쉬운 점이 없었음.
영상 효과들도 몇몇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충분히 스펙타클함이 뽷뽷 느껴지는 만족스러움이 있었음.
단점
장점을 뺀 모든 것
두 할머니
그냥 사건을 발생시키기 위한 장치적인 인물들 이상으로 보기가 힘듬... 위에서 특수분장팀을 칭찬했는데,
동생 역으로 나오는 할머니의 분장은 정말 개그콘서트에서 볼법한 어색한 분장이었음. 할머니라는데 아무리 봐도 젊음이 묻어남(벤자민 버튼?)
그렇다면 동생 할머니가, 언니 할머니의 죽음에 분노하여 문을 여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만큼 이 두 할머니의 캐릭터가 잘 설명되어 왔나?
그렇지도 않음. 이 둘은 간간히 비중을 차지하며 나왔지만, '의좋은 노자매' 이상의 설명은 없었음.
그런데 '우리 언니가 그렇게 고생해가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죽다니' 라며 문을 연다?
주인공 일행을 선동하여 그들을 몰아낸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서 '그럼 그렇지!'라는 감정을 느끼게 하려고 만들어진 캐릭터로 밖에 안보임...
주인공 공유
우선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 공유의 변화임. 대부분의 일반적인 구조를 따르는 영화들은 주인공의 변화를 다루는 영화기도 하니까.
그건 문제가 없음. 주인공은 이기적이며 가족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인물에서, 희생까지 해가며 딸을 지키는 인물로 변화하게 됨. 그건 좋아요.
근데 그 과정이 동기가 너무나 안일하게도 '가족애' 뿐임.
'가족애'로 변하는 주인공을 다루는 잘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가족애를 갖게 되는 동기가 분명히 주어짐.
근데 이 영화에선 그 지점이 명확하지가 않음. 좀비로 인해 딸을 지키고,
어떻게든 부산으로 데려가려는 공유의 목적은 확실하지만 그 동기가 부족하다는 말.
또한 중간에 직장 부하로부터 공유의 작전으로 억지로 살린 ㅇㅇ바이오로 인해 이 좀비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극적 요소로 쓰일 만한 사실이자 흥미로운 지점인데, 그냥 그 사실도 전화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잊혀져 버림.
주인공의 죄책감이나, 그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되어 사건이 일어난다던지 하는 것도 없음.
공유와 딸 수안 사이의 관계형성
부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가족애를 살릴만큼 주인공과 딸 사이의 관계성이 형성되지가 않음.
초반에 공유와 수안 사이의 거리가 멀었던 것 만큼, 공유와 수안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만한 확고한 사건이 있어야만 함.
혹은 그 사이의 감정을 짚어줄만한 지점들이 있었어야 함.
공유가 수안을 위한 희생이나 행동들은 있지만, 그 목적성을 단순한 '가족애'로서 암묵적으로 인정하기에는 너무 안이한듯.
그래서 클라이막스의 그 세탁기 광고같은 플래시 백과 좀비로 변해가는 공유의 미소에서 헛웃음을 터트린 관객이 많았음.
'너는 이 부분에서 감동을 느껴야 해!'라고 강조하는 듯한 어색함. 신파일 수밖에 없음.
김의성의 캐릭터
천리마고속버스의 사장 이었나... 사실상 이 영화의 주 된(어떻게 보면 형태가 있는 유일한) 악역인데,
영화 보는 내내 많은 사람들이 추격자의 슈퍼 아줌마 급으로 화가 났을 법한 악역임. 그런데 캐릭터가 너무 밑도 끝도 없음.
공유와 마동석 일행이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들여보내지 말자며 화내는 장면도 굉장히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없었음.
왜냐하면 그 인물의 시점에서 보여진 좀비들은 물린 즉시 감염이 되었었으니까.
(제일 첫 감염자 여성이나, 공유, 마동석은 물린 후에도 감염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이 시점의 김의성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음)
물린 부위에 따라 감염 속도가 다르다던지 하는 점을 김의성이나 사람들이 알게되는 지점도 없고, 그저 목격한 것은 (적어도 관객이 본 것들은)
물리자 마자 바로 돌변하는 사람들인데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니 들여보낼 수 없다'라니.
돈과 권력이 있고, 이기적인 악당인데 매력이 너무나도 없음. 그게 목적일지도 모르지만 매력없는 캐릭터가 장점이 될 수는 없음.
그의 충동적인 이기적인 악행들도 공감을 받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심지어 그의 최후조차 카타르시스가 전혀 느껴지질 않음.
연상호 감독 영화들의 장점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음
분명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려 한 부분들이 명확히 있음. 그런데 그 부분이 장점으로 드러나는 것 같지도 않으며, 그저 답답하기만 함.
김의성의 캐릭터나, 국가 권력층의 대응이나, 차장이 받는 지시 무선이나...
그저 시선은 느껴지지만 그 비판의 방향성이 납득되기에는 너무 일방적이라고 느껴짐.
뜬금없는 진지한데 구린 대사들, 의미 없는 캐릭터들. 장치들.
좀비들이 어두워지면 공격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화장실에서 마동석이 공유에게 하는 이야기. 딸이 몇년 지나면 공유를 이해할 거라는 그 대사가 너무나도 오그라듬.
야구부는 대체 왜 있는걸까. 야구배트를 무기로 쓰는 장면을 넣고 싶어서 넣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청춘 남녀를 넣고 싶었다면 야구부여야 할 이유도 없을텐데.
노래. 이렇게 납득 안되는 엔딩은 오랜만인 것 같음. 신파를 위해 우겨넣은 요소로밖에 느껴지지 않음.
수안의 미스캐스팅, 어색한 연기. 등등...
(주연 배우들도 좋은 배우 모아놓고 연기 지도를 어떻게 했나 의아했던 부분들도...)
등등. 너무나도 많아서 더 기억이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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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는 내내 몇몇 진지한 장면에서도 너무 웃음이 나왔어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극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온 걸 보면...)
심지어 신파 장면에서도 감정이입이 너무나도 안되서 다른 관객을 관찰해보기도 했는데, 감정이 따라가는 사람 반, 아닌 사람 반인 것 같더군요.
부산행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장르영화로서는 참 좋은 시도였는데... 연상호 감독의 장점도 전혀 안보이고,
그냥 두어달 지나면 잊혀질 영화로만 느껴지네요.
'한국의 제대로 된 첫 좀비영화 치곤...' 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 그걸 감안하고 봐줄 이유가 없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