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ID로 좌파사이트 접속… 대선관련 글에 99차례 눌러 경찰, 4일 김모씨 재소환… 국정원 차원 지시여부 조사동아일보|입력2013.01.04 03:15|수정2013.01.04 08:50 대선 개입 의혹을 받아온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좌파 성향의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의 선거 관련 게시글에서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찬반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 직전 "선거 관련 댓글을 단 정황이 없다"고 발표했던 경찰은 "섣부른 수사 결과 발표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29)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나온 16개의 ID가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288차례 '추천' 또는 '반대'에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8월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좌파 성향인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 269개에 대한 의견이었다. 이 중 대선과 관련된 게시글은 94개였고 추천이나 반대한 경우는 99차례였다. 경찰은 다른 사람이 올린 게시글에 추천이나 반대를 누르는 방식으로 대선 관련 의견을 표현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인지 검토 중이다.
다만 경찰은 "김 씨가 선거 관련 댓글이나 게시글을 올린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16개의 ID로 이 사이트 등에 100여 개의 댓글이나 게시글을 올렸지만, 이는 선거와 무관하며 본인의 업무나 개인적 일과 관련된 내용으로 조사됐다.
게시글이 '추천'을 많이 받으면 베스트 카테고리로 옮겨져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고 '반대'를 받으면 감춰질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전체 회원 수가 20만 명이 넘는 데다 진보 좌파를 표방하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아 박근혜 당선인을 비방하거나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 올라와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는 ID, e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실명이나 주민등록번호 없이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16개의 ID는 8월 28일 이후 순차적으로 발급됐는데 모두 야후코리아 e메일 계정을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야후코리아 e메일에 가입할 때도 주민등록번호를 쓰지 않는 데다 야후코리아 측이 최근 사업을 종료해 사실상 본인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 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ID·닉네임이 다른 사이트 3곳에서도 발견됐다. 경찰은 다른 한 커뮤니티 사이트도 압수수색했지만 대선과 관련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 김 씨가 국정원 3차장 산하 대북(對北) 심리전단 소속임을 고려할 때 김 씨가 사이트에 올라온 잘못된 북한 관련 정보나 천안함 폭침설 의혹 글에 반박글을 달며 활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대선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지난해 12월 16일 일요일 밤 "댓글을 단 정황이 없다"고 발표했다가 다음 날 "PC 기록만 확인해 댓글을 달지 않았다고 100% 확신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경찰은 김 씨를 4일 재소환해 사이트 접속 시간 등을 토대로 국정원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