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는 귀신을 보는 친구도 있었고, 저도 종종 귀신인지 아닌지 모를 것들을 보고는 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들이 저를 노려오고는 했습니다
제가 아직 고향이나 다름없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살던 때,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었을까
어머니께서 제게 심부름을 보내셨습니다
혹시 아산에 살던 분이면 알텐데, 동천교회 사거리라는 곳
나름 굉장히 교통량이 많던 곳이었고, 초등학교로부터 통학하는 길이어서 종종 교통사고가 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은 그 길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택시를 잡기 위해 길턱 끝에서 저쪽 길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툭, 하고 등을 미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때도 그리 키가 큰 편이 아니었는데, 허리 아래로 그리 세지도 않게 툭, 하고
어어 하는 순간에 길턱에서 내려서 한 걸음, 두 걸음을 밀려 내딛자 갑자기 코앞으로 덤프트럭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정말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놔버렸습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것도 안보이고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저보다 훨씬 작은 여자아이가 이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평범한 옷에 평범한 생김새의 소녀인데도 정말 순수하게 '무서웠습니다'
아직까지 피를 흘리는 귀신은 본 적 없습니다, 그저 보는 순간 등으로 소름이 달립니다
저건 저기 있으면 안되는데, 하고
완전히 퓨즈가 나가서 그저 그렇게 그 여자아이와 마주보면서 몸이 굳어있는데 길을 지나던 아줌마가 달려와서 절 흔들었습니다. 괜찮냐고,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아줌마 쪽을 돌아봤다가 다시 뒤쪽을 보니, 그 여자아이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창문에서 절 보고 계시던 어머니가 뛰쳐나오시고, 저는 그저 펑펑 울었습니다
한 2년 후, 그 여자아이에 대한 공포심도 흐릿해졌을 즈음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부모님이 저를 고깃집으로 데려가 주셨습니다
한창 고기를 먹다가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너 그때 사고날 뻔한 이후로 무서워서 심부름도 못 시키겠더라고
나름 장난처럼 성질을 부렸습니다. 아니 뒤에서 미는 걸 어떡해요, 하고 짜증을 내니까 갑자기 어머니 표정이 굳어지십니다.
"너 그때 혼자 있었어. 갑자기 뛰어나가길래 길 건너려나보다 했는데."
정말로, 기겁을 했습니다. 그대 본 여자아이의 핏기없는 얼굴이 새파랗게 떠오르면서 등이 오싹하더군요. 사람으로 붐비는 고깃집이었는데도 순간 등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제 표정이 이상했나봅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시길래 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무슨 사고라도 있었냐고 물었습니다.
있었다고 하십디다. 그것도 크게.
2층에 세들어 살던 그곳에, 주인집에 자주 놀러오던 여자아이 하나가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더군요.
그제야 생각났습니다. 지나가다가 종종 마주치던 아이였습니다. 인사도 없이, 이야기도 한마디 해 본적 없었는데.
정말 그 아이가 귀신이었는지, 저를 데리고 가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사건 중에는 가장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그 동천교회 사거리에, 아직도 그 아이가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