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과 관련된 우리의 공개된 행동과 숨은 행동이 하나님의 책에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17대 대선이라는 역사적 상황에 대한 결단과 실천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독인들이 자성할 것은 기독인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평소에 정치영역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과 고민을 해야지 선거철만 되면 반짝 관심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2008년에 있는 총선을 비롯하여 앞으로는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관심과 신앙적 고민이 더욱 깊어져야 합니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고비의 역사적 사건입니다.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느 쪽에 서는 것이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인가, 여호수아가 강권한 대로 세상의 신과 하나님의 신 사이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제자도
하나님은 우리가 맞이하는 대선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명령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해야 합니다.”(롬 13:1~7) 우리가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는 이유는 국가나 정부가 선을 인정하고 악을 척결하는 의무와 목적을 수행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행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납부하는 것이지, 국가가 내라고 해서 내는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우리는 적법 국가나 정부가 아니더라도 복종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삶을 거부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관여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하나님의 정치 또는 통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공적 활동을 수행할 때 그리스도의 주되심보다 또는 믿음으로 행동하는 교회의 삶보다, 교회 밖에서 믿음 없이 살아가는 국가적 의무, 국가적 명령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현상일 것입니다.
예수는 로마의 정치 체제 속에서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했습니다. 주의 은혜의 해란 로마 제국 치하에서 생활하던 이스라엘 서민들이 들었을 때 곧 자신들에게도 희망과 희년의 날이 오리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 실제 의미는 그들이 비참하게 겪고 있는 사회 정치적·경제적 불평등 관계가 해소되는 것이고 여기에는 경작하는 토지의 휴경 조치, 빚의 탕감, 노예 해방, 재산의 환원에 대한 요구가 필수이며 희년의 은혜는 기름 부음 받은 메시아 즉 예수를 통한 제2의 출애굽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소위 예수의 성전 정화 사건입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 살해를 모의하게 됩니다. 예수의 사역이 정치적 차원을 가지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단적인 답은 이 뿐만이 아니라, 예수가 ‘유대인의 왕’(요 19:19)으로서 십자가 처형(당시 정치범에게 내리는 형벌)을 당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예수라는 인물과 그의 공적 사역과 지상 생활이 로마 제국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질서에 아무런 위협적 요소가 없고 메시아적 존재로 간주되지도 않았다면 굳이 십자가 공개 사형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진리에 따른 결단과 선택
이제 그리스도인은 대선에 관련한 그리스도 십자가의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제자도의 관점에서라면, 어느 대선 후보가 대선 정국의 변화무상한 지형 속에서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 속에서 걸어가고 있는가라는 정도의 질문은 최소한 해야 할 것입니다.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기 위해서. 기독인 후보에 대해서는 특별히 그리고 각별히 더 세차게 묻고 검증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역대 그리스도인 대통령이 범했던 역사적 오점과 전철을 또다시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
우리는 정치 영역에서 대선을 초월한 그리스도의 주권과 영광을 드러내면서 국가 권력을 그리스도 십자가의 정치적 제자도로 짊어지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와 국가를 하나님나라와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구호만이 아닌 정책과 구체적 공약들을 발표하는 후보여야 합니다.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인애와 평화와 정직의 가치에 비추어 좋은 평가를 받는 후보여야 합니다. 기독교적 가치를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적실한 정책과 책임질 수 있는 공약들을 제시하는 후보여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에게 반갑고 책임 있는 연설을 하고 희년의 차기 정권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후보여야 합니다.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평화의 실현과는 거리가 먼, 온 인류를 정글에다 내모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비판)대안적 시각으로 다루는 후보여야 할 것입니다. 부정부패 공화국의 정직투명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내면의 순결과 도덕적 자질과 인격 면에서 신뢰감을 주는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대선에 임하는 후보들은 정당 제도를 통해 검증을 거친 리더입니다. 정당제도를 넘어 약속을 어기거나 게임의 룰을 어기게 되면 정치인으로써 도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또한 후보 개인은 해당 정당의 지지층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인들은 후보 개인뿐만이 아니라 지지 세력이 어떠한지, 그들의 공약이 누구를 대변하는지 세밀히 따져 보아야 합니다. 후보 개인의 정치력은 소속정당의 의견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정치에 근접한 후보 선택과 선거법을 준수하는 교회
하나님의 사랑의 정치에 가장 근접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선거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는 일입니다. 생명·평화·복지·인권·정의·사랑 등과 같은 기독교적 이상과 가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기왕이면 뽑아주자는 정서와 논리에 휩쓸려 생각 없이 찍어주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사람을 빙자한 기복적 판단이고 세속적 계산이며 이교도 정치 행위일 것입니다. 종교적 연고로 인한 공공연한 특정 인물 편들기 행위는 공명정대한 선거 풍토를 저해하는 요소이며 선거권자로서 주권 의식을 망각하는 처사입니다.
특히, 하나님의 진리와 예수의 삶으로 신앙을 지도하고 교육하는 말씀의 지도자들은 공식 예배, 각종 집회, 설교 시간, 교회 행사, 광고 시간 등에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을 하여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삼가야 할 것입니다. 비록 특정 후보에 대한 신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발언함으로써 선거법 위반 사례로 고발되어 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는 등 교회를 수치스럽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목회 윤리의 차원에서 거룩과 성결로써 이번 대선에 임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치가 어떠한가를 인간의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공의로운 한 표를 행사하는 정치적 판단력과 책임의식 요구
2007 대선은 국제적으로는 세계정세의 급속한 변화와 동북아시아의 예상되는 변화 속에서 국내적으로는 한반도의 미래 발전 방향과 관련해서 남북 평화 정착, 종전 선언 추진, 지역주의 정치구도 및 낡은 정치질서 청산 등과 같은 과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모든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미래 발전 전략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진실로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는 이번 대선을 감사와 믿음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도약의 호기로 긍정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하나님의 대의에 순복하는 공의로운 한 표를 행사하는 정치적 판단력과 책임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진실로 과거로 회귀하지 말고 하나님이 주시는 역사적 순리를 거역하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 역사와 정치의 영광, 국민의 영광, 교회의 영광,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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