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

1984년 4월 2일 오후 1시 20분경 육군 모 사단 GOP 철책근무지 전방소대 폐유류고 뒤에서 

허원근 일병이 휴가를 이틀 앞두고 가슴에 2발, 머리에 1발의 총상을 입고 M16 소총과 함께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당시 국방부는 "허원근 일병의 사망원인이 자살이며, 

자살을 결심한 허원근 일병이 먼저 오른쪽 가슴에 총을 쏘고 그 다음은 심장에 총을 쏘고 

마지막은 머리에 총을 쏴서 마침내 자살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허원근 일병이 <X 파일>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도 아니고 

스스로에게 권총도 아닌 소총으로 3발씩 발사했다는 점이 의문으로 남았으나 

국방부는 유족의 허락 없이 허 일병의 시신을 화장하고 그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당연히 허 일병의 아버지는 이 같은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한민국 국방부와 자식을 잃은 아버지와의 기나긴 진실 게임은 무려 26년이라는 세월을 잡어먹는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사건 발생 18년 만인 2002년, 

의문사위원회는 "허원근 일병이 자살했다는 헌병대의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재수사 결과에 따르면,

허원근 일병은 당시 소속 중대장의 전령이었는데, 

해당 중대장과 사이가 나빴던 노00 중사가 술자리에서 중대장과 실랑이가 붙자

허원근 일병이 있는 생활관으로 찾아가 그에게 화풀이로 폭력을 휘두르며 

끝내는 소총을 가슴에 발사했고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 하던 허 일병의 머리를 겨눠 확인 사살까지 했다는 것이다. 

당시 생활관에 있던 다른 병사들은 노00 중사가 두려워 시신을 폐유류고로 옮겨 자살로 위장하는 것을 도왔고 

생활관에 범벅이 되었던 허 일병의 혈흔을 제거하기 위해 아침부터 물청소를 했다. 

게다가 헌병대는 요구한 대로 진술하라고 중대원들에게 가혹 행위를 하는 등 조작 및 은폐에 가담했다.

이런 재조사 결과와는 다르게 국방부는 계속해서 "타살이 아닌 자살"을 주장하였다. 

2004년 의문사위원회가 재조사에 착수했을 때 국방부 특별조사단장이었던 정수성 장군은 의문사위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사 결과를 나한테 먼저 알리지 않고 언론에 발표하면 당신들 다 죽어!"

한바탕 난리가 나고 의문사위원회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정수성 장군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며 '경상도 톤' 때문에 오해를 빚었을 수 있다는 군인답지 않은 변명으로 일관한다. 

이후로도 정수성 장군은 아무 탈 없이 승진하여 1군 사령관을 거쳐 지금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노릇을 하고 있다.

어쨌든 이 사건 이후 국방부가 사건을 재은폐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불거져 재수사 과정에서 국방부는 철저히 배제당했으며 

마침내 2010년 2월에는 법원이 허 일병의 죽음이 타살이었음을 인정하고 국가로 하여금 부모에게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부 측은 이 같은 재수사 결과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원근 일병의 자살"을 주장하고 있으며, 

허원근 일병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