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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뻔뻔해질 수 있는 방법 없나요?
게시물ID : gomin_7985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룸버그
추천 : 2
조회수 : 1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09 23:44:47
지금 벌써 5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사이가 험악해지셔서
싸움에 싸움을 반복한 끝에, 참지못한 어머니께서 제 손을잡고 야반도주를 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전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어릴 때는 어머니만 믿고있지 가정이 불화가 있었는지는 몰랐거든요.
결국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고향에 오셔서 별가를 차린 뒤에야 깨달고 말았죠.

그래도 5대독자인 제 신분상 친가쪽에 행사에는 필히 참여할 수밖에 없어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말씀때문에 어머니는 싫은 눈치를 보이셔도 설, 제사 등의 일정엔 보내시고는 있지만,
제가 친가로 간다고 할때 어머니의 그 표정과 눈치는 아직도 절 매우 불쾌하고 불편하게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걱정은 아버지때문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집에 들릴때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항상 저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시려고 합니다.
그것이 돈이든, 옷이든, 기차타고 갈때 먹을 길양식이든 말입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오랜만에 본 아들이고 손주이니 뭔가라도 더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아버지를 버리고 어머니 손을 잡고 똑같이 도망친 아들인데, 그런 선물을 받으려니 죄책감에 매우 불편합니다.

아버지는 부모로써 당연한거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자식으로써 당연한 일을 다 해드리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퇴근할 때마다 마중해드리지도, 힘드실 때 안마라도 해드리기라도, 어버이 날에 카네이션이라도 직접 달아드리지도,
심지어 그저 옆에서 든든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드리지도 못했는데...
그런 선물을 받으라니, 저에겐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못해줄 때마다 실망하시는 얼굴을 감추지 못하시는게 똑같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제 가장 바라고 있는 소원은 어머니, 아버지 두분이 함께 절 꼬옥 포옹해 주시는 겁니다.
영화나 만화에서 보듯이 말입니다. 어머니가 앞에서, 아버지가 뒤에서, 그렇게 샌드위치처럼 자식을 감싸안아 주는 그런 장면이요...
어릴 때는 받아 본 적도 없고(가정 불화가 있다는 걸 안 것은 결별하신 이후니까), 그리고 이젠 영영 받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안아주세요."라는 말을 저 같은 자격도 없고 뻔뻔함도 없는 놈이 하려니까 너무나도 힘듭니다...

지금 생각하면 영화처럼 말한마디로 부모님의 불화를 잠재울 수도,
아니면 두분사이에 폭력이 오갈 때 그 폭력을 대신 맞아주기라도 했으면
지금 미래는 달라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네요...

지금 우울증 판정도 받아서 약도 먹고 있지만, 거의 이틀에 한번씩 슬픔과 죄책감이 몰려오니
계속 방안에서 지쳐 잠들 때까지 울려니 너무나도 아프고 피곤합니다.


저같은 자식자격 없는 놈이, 부모님께 포옹이라도 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뻔뻔해 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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