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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有]"부산행"의 가장 큰 공포는
게시물ID : movie_60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른두짤
추천 : 12
조회수 : 1759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6/07/24 17:10:33


 
 저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유와 딸이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던 시간은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입니다.
 그리고 거의 동 트자마자 출발하는 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죠.
 출발할 때 김대리에게 전화가 와서는 이것저것 묻는데 점심때쯤엔 회사에 도착할거라고 말합니다.
 즉, 출발 당시 대략 6시 경이었다고 치면 부산에 8시 반쯤 도착, 아이 엄마와 만나서 아이 인계해주고 하는데 30분 남짓,
 그럼 9시에 다시 서울행 ktx를 타고 서울에 11시 반 경 도착, 회사까지 택시 타면 얼추 12시 경... 이런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좀비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지죠.
 저는 승객의 절반 이상이 좀비화가 된 시점에서 고작 천안아산역이라 하는 부분에서 1차로 놀랐어요.
 서울역에서 천안아산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리는데 저 수많은 사람들이 좀비가 됐고 서울 전역이 난리가 났죠.
 정부에서 안심해라 안전하다 이러고 떠들고요.
 아니나다를까 천안아산역에도 좀비가 나타나 플랫폼에 서 있던 승객들이 모두 물리고 좀비가 되는 걸 목격합니다.
 서울 전역이 감염되고 아래로 내려오는 속도가 엄청난겁니다.

 그후 대전역... 거기서 정부의 지침대로 내렸다가 이번엔 좀비로 변한 군인들과 맞딱뜨리고 다시 열차에 탑승,
 천안아산에서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이 벌어진지 고작 1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 입니다.
 그런데 삽시간에 좀비 바이러스가 대전까지 타고 내려간거죠.
 여기서 2차로 놀랐어요.

 그다음 동대구역... 뭐 여기도 난리였죠. 아예 열차들이 넘어져있고 좀비떼가 바글바글
 예상컨대 마지막에 열차가 깨지면서 그 안에 있던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시점에 이미 경북권과 경남권 일부는 사실상 게임 끝이었다 생각됩니다,
 그 속도면 1시간 안에 모두 전파되겠죠..
 그리고 중간에 잠깐 나오는데 이 쯤에선 안전하다 어쩌다 보도되던 방송도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좀비들에게 탈출하려고 이동할 때 보면요. 방송 송출도 모두 중단된 것이 보입니다
 즉, 취재하던 기자 및 방송국 직원들도 전부 감염됐다 보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기까지 2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셈입니다. 여기서 3차로 소름이 돋았네요.
 사회 전체적인 기반이 무너지는데 고작 2시간이라니...

 결국 중간에 열차 선로가 끊기고 살아남은 임산부과 공유의 딸이 터널을 걸어나와 수도방위대에 구조되며 영화는 끝이 나는데요,
 아마 중간에 죽다 살아나고 그런걸 감안해도... 마지막 터널을 걸을 때쯤 시간은 아마 오전 10시 경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한마디로, 불과 수시간만에 나라 전체가 좀비화가 된 겁니다. 어쩌다 부산은 다행히 방위에 성공했다지만...
 언제 어디서 좀비들이 튀어나올지는 알 수가 없죠. 산이나 하천을 따라 걸어 내려올수도 있으니까요.

 클리셰는 저도 몹시 진부해 실망이었고
 (특히 소리에 민감한 상황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심지어 그 소리에 총을 멈추고 구하겠다며 떼지어 군인들이 들어가죠..
 아무리 총을 들었대도 소리를 듣고 좀비들이 몰려오면 총도 무력할텐데 뭘 믿고 그렇게...
 그리고 기억하시겠지만 터널 진입할 때 좀비화가 된 듯한 시체 한 구의 손이 불쑥 움직입니다.
 그 좀비인지 시체인지 모를 그것이 만일 노래소리를 듣고 부활해 터널로 뛰어들어온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마지막 설정은 솔직히 좀 너무 아쉬웠습니다)

 천리마고속의 상무라던 그 이기적인 아저씨(하지만 누구보다 자기 목숨은 갈망했던)의 설정도 그렇고...
 솔직히 민폐를 너무 끼치긴 했지만 그 심정은 좀 이해가 갔어요
 그 상황에서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그래야한다고 영화는 초반부터 끊임없이 설교하듯 말하는데
 막상 좀비들이 날뛰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좀비일까 의심되서 구사일생 살아돌아온 사람들 문도 안 열어주고 하는 그 장면도요
 열어줬다 좀비가 뛰쳐들어오면... 전부 다 죽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을 '나쁜 사람들'이라 규정짓게끔 하는 그 설정이 저는 더 싫었어요
 솔직히 그 할머니가 언니의 죽음으로 멘붕이 와서 문을 열지만 않았다면 그들도 모두 살 수 있었을지도요.

 암튼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자는 결국 가장 배려받았던 임산부와 어린아이이고,
 운 좋게 살아남았으나 부산도 안전하진 않은 상황
 그렇게 되기까지 고작 2~3시간 남짓

 저는 이게 가장 공포였어요.
 뭘 어떻게 도망치고 자시고 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릴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ktx의 아리따운 여승무원이 좀비가 되자 너무도 흉측하게 변해버린 것이 비주얼적으로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네요
 그리고 다소 걱정했던 부분인데 진부한 클리셰들을 보고 나니 역시 그랬구나 싶었던 건
 좀비로 변한 어린아이나 동물들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고요
 대중적 정서를 많이 고려해 각색을 너무도 많이 한 느낌인데 이런 요소는 당연히 뺐겠거니 했습니다
 
 하여간 뻔하다면 뻔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끔찍하긴 했고
 저는 심야에 이 영화를 봤는데 보고 나와서 어쩐지 음산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긴 했네요ㅎㅎ
 내가 사는 세상이 정말로 저렇게 바뀐다면 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같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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