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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공포체험
게시물ID : panic_554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7
조회수 : 179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8/10 18:07:29
공포체험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아 이 정신나간 관객들...
공포영화를 보러 왔으면 당연히 피가 나오는게 정상이지 피 흘리는 것좀 나왔다고
저렇게 소리들을 지르고 호들갑이라니 정말 꼴불견이다.

특히 내 앞에 앉은 이 년...
이 년은 영화를 보러 온건지 득음을 하러 온건지
영화 제목이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소리만 꽥꽥 쳐 지르고 있다.

하아...


각종 언론매체에서 역대 최고의 공포 영화가 나왔다고 떠들어 대길래
속는 셈 치고 극장에 온 내가 병신이었다.






"세영아 이 영화 좀 괜찮지 않았냐? 2도 나올것 같은데?"

"저게 재미있냐? 그러고도 너가 '공포를 찾아서' 부회장이라고 할 수 있냐~!"

민수는 극장에 들어갈 때와 비교해서
전혀 줄지 않은 팝콘을 한 손에 쥐어든 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헐... 나는 팝콘도 못 먹을 정도로 집중해서 무섭게 봤는데..."

극장에서 나오는 관객들 얼굴을 보니
확실히 나만 빼고 다들 영화를 무섭게 본 것 같았다.


"난 신발 꽥꽥 돼지 멱따는 소리만 질러대는 년 때문에
극장에 온건지 도살장에 온건지 분간이 안되더라"

"하긴 니 앞에 여자 좀 심하긴 하더라...큭큭큭"

"더위좀 식힐까 했더니 이거야 원 혈압만 더 오르네. 맥주나 마시러 가자~"

오싹한 영화를 보고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을꺼라 착각했던 나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더위를 식힐 방안을 모색해야 했고, 해답은 시원한 생맥주였다.






- 꿀꺽! 꿀꺽!

"캬아~! 너마저 없었다면 난 오늘 녹아 내렸을꺼야~!
사랑한다 맥주야! 사장님 여기 500 한잔 더 주세요~!"

나는 잔에 얼음이 채 녹지도 않은 시원한 맥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자~ 암만 쓰레기 영화를 봤어도~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해 봐야 겠지? 민수야 넌 어느 부분이 무서웠는데?"

민수는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것봐 이새끼! 너도 딱히 무서운게 생각나는게 없지?"

"아니야! 너무 많아서 그래! 아 생각났다! 그 부분!"

민수는 자신의 팔을 내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뭐야! 그 주인공 친구가 먹어도 먹어도 몇일동안 대변이 안나와서
의사가 그 주인공 친구 팔을 메스로 긋고 속을 들여다 봤을때~
온갖 밥풀때기랑 반찬 같은게 팔에 있는 힘줄이랑 뒤섞여 있던 장면?"

"아 그 부분... 확실히 역겹긴 했지... 근데 역겨운 거랑 무서운 거랑은 좀 다른거 아닌가?"

"그냥 역겨워서 무서웠어~"

"아니 영화가 나랑 연관이 있으면 뭔가 대단히 무섭게 볼텐데 전혀 나랑 연관성이 없잖아~
이런게 무슨 공포냐고~~~ 여고괴담? 이것도 그래~ 남자들은 여고를 나오지도 않는데
그걸 남자들이 무서워 하겠냐고~ 근데 웃긴건 뭔지 알아?
관련없는 남자 새끼들도 무서워 한다는 거지~
병신들 지들이 여고를 다닐것도 아닌데 왜 무섭냐고~ 나랑 관련이 없는 공포일 뿐인데 말이야"

"꼭 관련이 있어야만 무서운건 아니지 않나..."

"몰라~! 아무튼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나는 평상시 공포영화에 가지고 있던 불만을 민수에게 늘어 놓는다.
사실 공포 영화라는게 다 그런것 같다.

내가 정말 그 내용 자체에 공포심을 느껴서 밤에도 생각나서
식은땀을 흘리고 그냥 길을 가다가도 생각나서 오싹거리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무슨 딸꾹질 멈춰주는 프로도 아니고 깜짝 놀래키려고만 하고
분장으로 무섭게만 하려고 하는게 공포영화의 현실이고 한계인것 같다.

그나마 극장에서 보면 상상이상으로 큰 사운드에 조금이나마 긴장을 하게 되지만
이런 영화를 집에서 컴퓨터로 보게 되는 날에는 실소를 감추지 못하게 된다.

나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공포를 원한다.

"세영이 너 가위 많이 눌려봤지?"

"응! 나는 인터넷에서 가위 눌리는 법을 일부러 찾아서
오싹한걸 느끼고 싶을때 그대로 실행해서 눌리는게 일인데 뭐..."

"아무튼 대단해 너는... 난 공포를 즐겨도 가위 눌리고 이런 기분은 영 유쾌하지 않던데~"

"나도 유쾌하지 않아~"

"진짜? 너도 가위는 무서운가 보구나~"

"아냐 아냐~~~"

나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부정한다.


"내가 유쾌하지 않은 이유는 가위 눌려서 귀신을 보고 이러는 것도
내 공포심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해서 유쾌하지 않다는거야.
그 귀신들도 결국은 나랑 관련이 없는 상상속의 귀신이거든"

"귀신이 니 눈 앞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랑 관련성이 있는거 아닌가...?"

"그런 단순한 공포를 원하는게 아니라서 말이지 난...음... 뭐랄까? 심오한 공포? 크크큭"

맥주로 간단히 입을 축이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벌써 시간은 9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상쾌한 바람이 우리를 맞아주어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간도 애매하고 날씨도 뭐 괜찮은데~ 우리 똥집에 소주 한잔씩만 하고 들어갈까?"

"좋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술상위에 있는 많은 빈병들이 딱봐도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세영아~ 나 화장실점~~~~"

평상시 나보다 술이 좀 약한 민수의 화장실 가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좀비를 연상시켰다.


"!!!!!!!!!!!!"

그때였다.
내 머리속에 굉장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 방법이라면 나는 정말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민수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마자 나는 계산을 하고 민수를 데리고 나왔다.


"뭐야~~~ 시마이 합니까?"

"아냐! 정말 술이 확 깰만한 무서운 계획이 떠올랐다!"

"뭔데?"

"일단 따라와~"

나는 민수를 데리고 '공포를 찾아서' 동아리 실에 들어갔다.


"여긴 왜 온건데?"

나는 민수의 얘기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동아리 실을 샅샅이 뒤졌다.


"찾았다!"

역시 케비넷 안에는 연극때 쓰려고 준비했던 삽이 있었고
나는 그 삽을 챙겨 민수와 밖으로 나섰다.


"야 이 새벽에 삽 들고 뭐하게..."

"진정한 공포를 느끼려는거지!"

"그러니깐 뭐 어떻게 느끼는지 말을 해줘야 할거 아냐"

나는 민수의 말을 무시한 채 학교 뒷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이쯤이면 될까?"

"하아... 하아... 야 김세영 뭐 할려고 그러는데? 뭐 땅 파서 시체라도 찾게?"

"아니 시체를 찾는 일은 내일부터 다른 사람들이 해줘야지..."

"뭐?"


- 퍼억!

나는 온 힘을 다해 민수의 뒤통수를 삽으로 내리쳤다.
삽은 민수의 머리에 제대로 박혔고 민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하하..."

민수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세상에서 제일 소름끼치는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재빨리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새벽 한시에 산을 올라오는 미친 사람은 없었기에
민수의 시체를 묻는 일은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고 마칠 수 있었다.

이제 공포를 느낄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사람들이 그의 시체를 찾을 때까지 나는 매일 매일 마음을 조리며,
들킬 꺼라는 최고의 공포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무 계획도 없이 저질렀던 범행이기 때문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경찰에 붙잡혔고 정말 무섭고 초조해서
나를 피말렸던 날들은 몇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래도 몇일 만이라도 이런 공포심을 느껴보았다는 것에 후회없다.















그런데 내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공포가 남아 있었다.
감옥에 매일 매일 밤마다 찾아오는 민수의 모습에 나는 지금도 숨조차 막혀버릴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렇게 감당 못할 공포를 원했던 건 아니였는데...
이 정도로 가혹한 공포를 원했던 게 아니였는데...
내가 죽인 녀석이 매일 매일 내 앞에 나타나서 날 괴롭히다니...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가는 나는,
이 상상도 못할 최고의 공포를 체험하게 해준 민수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 원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출처= 몰라ing 님
출처 네이트판 바코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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