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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전공의의 포괄수가제에 대한 생각
게시물ID : freeboard_601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션아빠
추천 : 5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6/20 13:49:26
안녕하세요?

3살짜리 아이를 가지고 있는 종합병원 전공의 입니다.

요새 포괄수가제 때문에 말들이 많은 데요...

팩트나 정확한 수치 자료들은 많은 분들이 올려주셨으므로 배제하고 단순히 저의 생각만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의료의 질 저하...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의사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계십니다.

그런데 의료의 질은 무엇으로 평가할까요?

환자의 건강과 생명으로?(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시하겠다는 내용이 있지요)

그렇다면 포괄수가제라고 해서 환자의 건강이나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대로 치료를 할테니까요(교과서적인 치료를 시행했을 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사의 책임은 없겠지요..)

그러니 상식적인 국민들은 의사들이 돈밝혀서 제대로 치료 안한다는 걱정은 좀 덜하셔도 됩니다(하지만 최소의 치료조차 안하는 일부 악덕 병원장들은 있겠죠. 이런 사람들은 의사라는 직업에만 국한된건 아니니 의사 너무 까지 말아주세요)

그렇다면 시술이나 수술로 인한 통증은? 불편함은? 흉터는?

이런 점들은 뭐 건강이라고 주장하면 넓은 의미의 건강이긴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생각하는 건강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그냥 서비스죠)

사실 의사들은 환자의 불편감이나 통증, 흉터등의 미용 등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합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는 다르게 조금이라도 환자분들을 편하게 해드리려는 연구를 많이 해요(이런 논문들이 인기가 좋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치료들은 대개 신기술(시술/수술 기법이나 재료 등)로 교과서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가격이 비싸다는게 단점이죠

그래서 보건복지부에서는 '뭐하러 비싸게 신기술/신재료를 쓰는걸 나라에서 대줘야하지?'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지요(실제로 대부분의 신기술 및 신제품들이 보험적용을 받으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사실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 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죠... 금액을 정해버렸으니...(환자가 돈더내고 덜 아픈 혹은 빨리 회복될 수 있는, 흉터가 적은, 등등의 치료 받는 것도 불법인거 아시죠?)

포괄수가제의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적인 질적인 저하를 분명히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병원장 등의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제도가 더 좋지요...

정형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쉬워지니(입원 1일자에 이런저런 검사 2일자에 수술 3일자에 퇴원 이런식으로..) 수입을 예측하기도 쉬워 집니다.

어쨌든 정리해보면 의사들도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으면 환자분의 건강과 생명에 해가되는 치료는 당연히 안합니다. 다만 교과서적인 최소한의 치료를 시행할 뿐이죠

그리고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통증에 대한 억제나 빠른 회복, 적은 흉터 등은 엄두조차 못냅니다...

자신이 돈 더내고 편한 치료를 받는게 법적으로 불법이라니;;;

혹시나 출산 해보신분 있으면 아시겠지만 무통주사가 있고 없고가 얼마나 큰 차이인데;;;;;



세줄요약
1. 포괄수가제? 환자의 생명과는 큰 관계 없다.(교과서적인 치료는 모두 시행한다)
2. 통증 조절이나 적은 흉터 등의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관심없는 서비스 차원의 문제이다.
3. 이런 서비스조차 돈내고도 못받는 제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죠?

ps.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월급받고 일하는 병원 급의 의사들은 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합니다...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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