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핑키는 바위농장으로 홀로 돌아왔다. 그녀의 부모님은 이제 동생들과 함께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도 살지 않는 바위농장에 돌아온 핑키파이는 혼자만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어떠한 방법을 써도 펴지지 않고 항상 곱슬거리던 그녀의 갈기와 꼬리는 그녀가 큐티마크를 얻기 전처럼, 그리고 그녀의 자매들처럼 곧게 펴져 있었다. 어느날 밤 핑키는 농장의 뒤편의 작은 언덕에 올라 달을 바라봤다. 그 언덕엔 그녀가 친구들을 그리는 마음에서 만든 작은 돌무덤이 다섯개 있었다. 달을 바라보던 핑키는 시선을 돌려 무덤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눈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녀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웃을 수 없었다. 눈에선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핑키는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그녀에게 크나큰 충격을 준 그 날의 일을....
⊙ ⊙ ⊙
플러터샤이가 찾아온 날 잠들어 있던 핑키파이는 갑자기 잠에서 꺴다. 잠시 왜 깼을까 고민하던 핑키는 살며시 눈을 떠봤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두운 방안에 더욱 어두운 실루엣이 그녀가 누운 침대옆에 있었고, 머리로 추정되는 위치에 하얀 눈동자 두개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샤...샤이. 안 자고 무슨 일이야?"
핑키파이는 조심스럽게 플러터샤이로 추측되는 그림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림자는 핑키의 물음에도 한동안 답이 없었다.
"아무것도 아냐. 미안해 잠을 깨워서."
그리고 샤이가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는 소리와 잠시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 후 밤은 다시 정적을 되찾았다.
다음날 플러터샤이와 함께 여행을 떠난 핑키는 그날밤의 일은 자신이 과민반응한 것이라 생각했다. 플러터샤이는 핑키파이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갔고 핑키는 샤이와 함께 이퀘스트리아 곳곳을 돌아 다녔다. 이퀘스트리아에서 서쪽에 위치한 로스 페가수스를 시작으로 가장 발전된 도시인 메인해튼도, 아래쪽의 필라델피아를 거쳐 호스슈즈 만에 위치해 있는 벨티모아도, 드래곤들이 많이 살고 있는 배드랜드는 살짝 피해 에버프리 숲을 가운데로 포니빌과 반대편에 위치한 닷지 시티에 있는 절벽에서 에버프리 숲을 바라볼 때 핑키파이는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고 말았다.
"핑키. 나 고백할게 있어."
친구들이 죽고 나서 우울해 하는 일이 잦던 플러터샤이가 핑키에게 먼저 말을 한건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핑키파이는 샤이를 쳐다보며 그녀가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
"사실......"
핑키파이는 그저 샤이가 말을 끝마치길 기다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대시는 내가 죽였어." "어.....어째서?" "대시였어"
핑키파이는 샤이가 한 말의 숨은 뜻을 알았다. '친구들을 죽인건'이라는 뜻을...
"왜...왜 그걸 이제서야?" "더 이상 견딜 수 없거든."
샤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리고 샤이는 한발 앞으로 걸어나가 절벽의 끝으로 갔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얼굴로 뒤돌아 선 샤이는 핑키를 바라보았다.
"미안해...미안해. 핑키"
핑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가가려 할 때 샤이의 모습이 절벽에서 사라졌다. 핑키는 급히 절벽으로 다가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플러터샤이!! 무슨짓이야! 날개를 펴! 샤이!!!"
핑키가 울부짖었지만 추락하는 샤이는 눈물 가득한 눈을 감으며 날개를 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과 충돌했다.
"오. 셀레스티아 맙소사. 샤이. 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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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넌 정말 나쁜 친구구나. 그렇게 무거운 짐을 나에게 떠넘기고 가다니. 이건.......너무 비참하잖아."
그날밤 핑키는 샤이를 원망하며 몸안의 수분을 모두 빼내려는 듯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었다.
핑키는 그 날 이후 점점 쇠약해져 갔다.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그녀는 매일 집 앞의 흔들의자에 앉아 공허하게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돌무덤이 있는 언덕을 바라보았다. 그 날도 핑키는 의자에 앉아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맞으며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덕을 바라보던 핑키가 뭔가 발견한 듯 이제는 움직이기도 힘든 몸을 일으켰다.
"샤이, 애플잭, 래리티, 트와일라잇. 그리고 레인보우 대시. 아아.. 드디어, 드디어 날 데리러 와준거야?"
핑키의 눈에는 보였다. 그녀의 친구들이 생전의 모습 그대로 환한 빛을 등지고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핑카미나 다이앤 파이는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조금전과는 다르게 그녀의 몸은 그녀의 의지대로 수월하게 움직여줬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고, 친구들의 무리에 합류한 그녀는 몇 년만에 드디어 웃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