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전투지휘검열, 줄여서 군지검... 군필자 치고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나는 이 단어를 절대 못 잊는다. 내 군생활을 통틀어서 가장 토나왔던 훈련 양대산맥에 들어가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훈련 그 자체보다, 훈련 준비기간이 정말 토나왔다.
때는 바야흐로 5월... 나는 자대배치를 받은지 한달 쯤 된 짬찌였다. 부대에서는 6월에 있을
군지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군단에서 우리 사단의 전투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이였다.
우리 사단 내의 어느 부대가 걸릴지 몰랐기에 전 사단이 비상이 걸렸다. 사단이 평가를 받는 다는 것은
곧 사단장이 평가를 받는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안 그래도 자대 전입과 동시에 대대전술훈련을 뛰고, 몇주 후에 사격집중훈련까지 뛰었던 나는 일병을 달기도 전에
훈련을 세번이나 받게 된 것이였다.
그렇게 6월의 군지검을 대비하여 한달간 특훈에 들어갔다.
우선 맨 처음 중점적으로 한 것은 MOPP4단계, 화생방 상황시 음료취수, 용변, 핵폭발 시 대처법, 심폐소생술, 도수운반법 이였다.
음료취수는 매우 쉬웠고, 용변은 구두 시험만을 봤고, 핵폭발 시 대처법도 그럭저럭 쉬웠고, 심폐소생술도 그럭저럭 할만 했지만
정말 최악은 도수운반법과 MOPP4단계 그 중에서도 최악은 MOPP4단계 였다.
도수운반법은 종류도 정말 다양했고 배부받은 프린트에 설명이 나와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알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평가를 볼 때는 옆의 전우를 상대로 실제로 해야만 했다.
그리고 MOPP4단계... 이게 뭔지 다들 아시리라고 본다
1단계 보호의 착용, 2단계 전투화 덮개, 3단계 방독면 착용, 4단계가 보호수갑 착용이다.
필자는 다른건 둘째쳐도 전투화덮개 만큼은 정말 아무리 해도 안되었다.
처음에는 '빨리 합격하고 쉬어야지' 라는 마인드로 x같이 했는데...
정말 신기하리만큼 되지를 않았다. 같이 시작했던 선임 및 동기 후임들이 다들 합격해 갈 때
나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게다가 나중에는 합격 못 할 시에는 전투화 덮개를 신은 상태에서
선착순까지 했다. 그 과정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나중에는 전투화 덮개 끈을 하도 만져서 손에 검은물이 들 지경이였다.
그런식으로 일과를 보내고 석식 후 개인정비도 없이 21시까지 계속 훈련을 해야했다.
게다가 한달 간은 주말도 없었다. 행보관 주도 하에 간부들까지 모두 출근해서
평가를 실시했다. 그러한 나날을 보내는 사이에 심신은 점점 지쳐갔다.
게다가 같은 분대 선임 중 유달리 필자를 갈구는 선임이 있었는데
같이 위병 근무를 나가면 역시 이런 저런 꼬투리로 갈구기 시작했다.
'평가 합격은 다 했냐?' 못했다고 하면
'왜 합격 못하냐?'
그렇게 계속 갈굼 먹을 떄 마다
'x발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뭐 설렁설렁 놀면서 하는 줄 아냐?
내가 얼마나 미친듯이 하고 있는줄도 모르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중에는 공포탄으로 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에 더해서 한달 중 중반에 들어서는 준비태세 훈련까지 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포병이였는데 준비태세 상황 종료 후에는 주특기 훈련도 있었다.
불발탄 발생시 상황조치, 사망자 및 부상자 발생시 운송 및 대리임무체계 전환, 조준점 파괴 시
예비 조준점 전환 등등...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등병이라도 포반에서 자신을 제외한
인원들의 사망상황이 되면 포반장 임무 역시 맡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였다.
그런식으로 주말도 없이 한달을 보내면서 마침내 군지검의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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