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6시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서울시청 앞 광장.
고개를 들어보니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수많은 사람들
자발적으로 나타난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분노 가득한 조직적인 군대가 아니라
가족들과 연인들과 친구들과 함께한 조용한 시민들이었다.
날이 저물자 시민들의 손에 촛불이 하나 둘씩 밝혀졌다.
하나의 불꽃이 다른 촛불로 계속 이어졌지만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 어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각자 가진 촛불의 의미는 조금씩 달랐겠지만
지금 이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는 마음만은 같았다.
레미제라블 ost를 개사한 <촛불의 노래>는
처음엔 서툴렀지만 우리에게 잔잔히 스며들고 있다.
판틴이 왜 죽음을 택했는지 처음에 우리가 몰랐던 것처럼...
작은 촛불이 우렁한 함성으로 바뀌는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촛불은 든 조용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는
한쪽에서 고함을 외치던 분노한 시민들보다 위협적이었다.
경찰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지하철 입구를 막아도
밀려드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하나였고
그 목소리는 서로를 지켜주자는 암묵적인 합의였다.
뜨거운 심장소리와 우렁한 촛불의 함성에
누군가 백기를 흔들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