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문제에 상당히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공부하고 있다. 얼마 안 지났는데 힘들다. 개인사처럼, 신경 끄면 편할 텐데. 눈 감고 귀 막으면 편할 텐데. 별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서 거의 매일 조용히 술만 마신다. 좀 전에 <주기자> 를 다 읽었는데 머리가 아프다. 자괴감도 든다. 내가 이 사람과 같은 태도의 1/100이라도 보일 수 있을까.
앞으로 5년도, 관심 두지 않고, 어차피 난리쳐 봐야 바뀌는 건 없으니까 나 혼자와 주변에만 신경쓰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뭐 금지하면 하지 말고, 집회 안 나가고, 신문 뉴스 안 보고, 그렇게 살아왔던 시간도 길었으니까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늦은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피해 끼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것, 염치와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던 것, 내가 100을 가지고 있으면 1밖에 없어서 고생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것 완전히 싸그리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고 싶다.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뻔뻔하게 살아가는 광경을 그만 목도하고 싶다. 살인범, 강간범이 교도소 독방에서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며 잘 살아가는 걸 보고 있으면 열받는 것 비슷하다.
지금은 그 불의가 너무나 커서 괜히 힘이 들고 이민 가고 싶고 한국사람 하기 싫기까지 한데 감정적이 되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