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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팬픽] 솜브라의 문 - 3
게시물ID : humorbest_6025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애플블룸
추천 : 10
조회수 : 739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06 23:06:48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1/06 16:57:04

트와일라잇에게 쫓겨난 이후, 핑키파이는 어찌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 동안 이토록 심하게 자신에게 화를 냈던 포니는 트와일라잇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화해를 해야 할 것인지조차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핑키는 트와일라잇에게 돌아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신에, 우울하고 축 늘어진 표정으로 천천히 포니빌을 거닐었다.


「너 같은 포니 쓰레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아직도 트와일라잇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핑키의 가슴 속에 와 닿았다. 그리고 핑키파이가 지금까지 포니빌에서 해온 수많은 ‘즐거운 행동’들을 송두리째 부정해버리는 트와일라잇의 노트도 그녀를 계속 괴롭게 했다.


핑키파이의 발굽은 래리티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화의 여섯 포니들 중에서 가장 같이 지낸 시간이 많았던 래리티, 그녀도 설마 트와일라잇과 같이 핑키파이를 성가시고 생각 없는 암말 정도로 여기고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어. 래리티는 분명히 나와 트와일라잇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래리티의 집에 거의 다 도착하며, 이런 생각을 하니 핑키파이는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핑키파이?”


문을 열고 핑키파이를 본 래리티의 첫 반응은 반가움보다는 의아함에 더 가까웠다. 예전 같았으면 ‘래리티! 같이 나가서 놀자!’하고 웃으며 외쳤을 핑키였지만, 친구에게 포니 쓰레기라는 말까지 들은 마당에 아무리 핑키라고 그런 기분은 나지 않았다.


“나, 상담할 게 있어.”


핑키파이가 말했다. 래리티의 커다란 눈이 더욱 커졌다. 항상 밝게 웃던 포니가 어느 날 갑자기 축 늘어지고 우울한 상태로 집으로 찾아온다면, 어떤 포니라도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일단 들어와.”


래리티가 문 옆으로 몸을 살짝 비키며 말했다.

 

* * *

 

“그래서, 트와일라잇과 화해를 하고 싶다고?”


핑키파이가 래리티에게 모든 일을 설명한 이후, 래리티는 특유의 새침한 표정을 잃지 않으며 핑키파이에게 되물었다.


“응. 트와일라잇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나는 단지 모든 포니들이 웃으며 즐겁기를 바랐을 뿐인데…….”
“그래, 그렇구나.”


래리티가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에 가깝게 되뇌었다.


핑키파이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래리티의 반응이 생각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불안했다. 원래 핑키파이가 알고 있던 래리티라면 트와일라잇과 자신 사이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을 알았을 때, 곧바로 이마를 발굽으로 짚으며 ‘어머! 어쩜 그럴 수가 있니? 이건 있을 수 있는, 정말, 최악의, 일이야!’라고 외치며 당장 트와일라잇과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래리티의 반응은?


무미건조. 그 자체였다.


“트와일라잇은 내가 생각도 없고 멍청한데다가 성가신 포니라고 했어.”
“뭐, 그건 사실이지.”
“뭐어라고?”


핑키파이가 거의 울듯 한 표정으로 래리티를 보며 되물었다.


“트와일라잇의 말이 맞아. 네가 트와일라잇과 화해하고 싶다면, 너의 그런 점을 고치는 편이 나을 거야. 아니, 어쩌면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겠네.”
“그게 무슨 뜻이야 래리티?”
“너는 포니빌에 있는 모든 포니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으면서 포니빌에서 너에 대한 소문이 돌아다니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니? 정말 눈치가 없구나.”


래리티가 페디큐어가 칠해진 발굽으로 앞머리를 살짝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이제 핑키파이에게 잔혹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럼 트와일라잇 뿐만 아니라 너도 나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응.”
“애플잭도?”
“응.”
“레인보우 대쉬도?”
“플러터샤이도, 그리고 포니빌에 있는 모든 포니들도.”


래리티가 확정적으로 말했다. 핑키파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속에 있는 무언가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들은 친구잖아! 그리고 내 파티에 놀러 와서 같이 웃고 즐겨줬었잖아?”
“그거야 핑키파이 네 장단에 어느 정도 맞춰주지 않으면 더 골치 아프고 성가신 일을 벌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지. 너는 설마 정말로 모든 포니들이 ‘잇몸이의 생일파티가 끝난 기념 파티가 끝난 기념파티’같은 것을 진심으로 즐거워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니?”
“그치만…….”
“그리고 이제 상황이 바뀐 거지. 그때는 앞으로 포니빌에서 계속 네 얼굴을 봐야 하니까 서로 불편하지 않으려고 그랬다곤 해도, 지금은 네가 곧 사라질 것을 알고 있거든.”
“래리티!”


핑키파이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이게 다 무슨 말인가? 트와일라잇이 핑키에게 노트를 보여주며 ‘포니 쓰레기’라고 말했던 일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건 아직 친한 다른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이 화해를 도와줄 거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래리티는 트와일라잇 뿐만 아니라, 포니빌에 있는 모든 ‘친구’들이 핑키파이를 성가신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각인시켰다.


그건 핑키에게 믿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니?”


래리티가 물었다. 그녀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아름답고 긴 속눈썹이 드러나 보였다.


“나는 적어도 내가 너희들에게 좋은 친구라고 생각 했었어…….”


핑키파이가 슬프게 말했다.


“이젠 아니라는 걸 알겠지? 이제 나는 할 일이 많아서 너랑 더 이상 말 섞을 시간이 없어. 미안하지만 돌아가 줬으면 해.”


“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래리티.”


핑키파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힘없이 래리티의 집을 나왔다. 래리티는 핑키파이를 마중 나오지도,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포니빌의 포니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믿기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핑키파이는 더 이상 다른 친구들을 찾아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래리티의 말이 사실이라면, 핑키파이는 그저 성가시고 사라져버리면 좋은 그런 포니였으니까.

 

* * *


 

<전편 링크>

1편: http://todayhumor.com/?pony_23221
2편: http://todayhumor.com/?pony_2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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