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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Fools Day -1-
게시물ID : cyphers_603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를위하여
추천 : 3
조회수 : 60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9/21 03:48:01
포트레너드의 어느 술집. 반으로 접혀진 기묘한 모습의 저격 소총을 등에 메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은 중년의 사내가 카운터석에 앉아 술을 시킨다. 남자는 최대한 독한 술을 시킨다.

"여기 있었군. 카인."

단정한 갈색 제복에 왼팔에 완장같은 것을 차고있는 중년의 사내가 남자에게 다가와 말을 건낸다.

"...웨슬리 자네인가."

갈색 제복의 사내의 이름은 웨슬리였다. 웨슬리는 카인이라 불리는 사내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독한 술이로군."
"...독한 술 마시는건 처음보는가?"

카인은 어째서인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웨슬리는 카인의 퉁명스러운 대답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 보는건 아니지."

그리곤 카인의 옆에 앉아 도수가 약한 술을 시키며 말했다.

"하지만 자네가 독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는 잘 알고있지. 무척이나 기분이 좋지 않을때, 좋지못한 기분을 한순간만이라도 잊기 위해서."
"..."
"말해보게.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웨슬리의 재촉에 카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네 눈은 안죽었군. 난 이미 구닥다리가 다 되었는데."
"하하, 무슨 소리인가. 가장 아군으로 삼고싶어하는 전우이자 가장 증오스러운 적인 카인 자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일세."
"아니, 아니야. 아닐세 웨슬리. 난... 난 지금 기분이 끔찍하다네. 무척이나... 무척이나 말일세. 오늘만큼 무력했던 적은 전에 없었을 거라 장담하네."

쉽게 풀 수는 없을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카인의 상태는 웨슬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다. 웨슬리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 있었던 공성전 때문인가?"
"...그렇다네."

그리곤 또다시 정적. 카인은 고개를 앞으로 돌리곤 잔에 담긴 술을 들이키는데 집중했다. 그런 카인을 그저 바라만 보던 웨슬리도 몸을 앞으로 돌리며 자신의 앞에 나온 술잔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리곤 조금 망설임이 담긴 듯한 투로 카인에게 물었다.

"미안하네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그 말에 카인은 잠시 술잔을 기울이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곤,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웨슬리를 응시하였으나, 웨슬리는 그 눈을 무시하고 이번에는 자신이 술잔을 기울였다. 그의 의도는 아마 '내가 못말할 것을 말한것도 아니잖나? 그냥 대답이나 하게.'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그 의도를 알아챈 카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어차피 못알려줄 것도 아니니, 알려주겠네."
"고맙네."

-

스프링필드. 추적추적 기분나쁘게 내리는 전장을 토마스와 엘리 둘이서 달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에 쫒기고 있었다.

"히윽... 히윽... 에, 엘리는 더...더이상 못 뛰겠어...."
"허억... 허억... 허억... 엘리야, 뛰어! 여기서 멈추면 안돼!"

토마스가 엘리의 손을 거칠게 끌며 연합의 기지가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뒤에서 물이 튀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서 물이 떨어져, 이전에 내린 비 덕분에 생긴 물웅덩이에 부딪히면서 파문을 만드는 소리가 아닌, 그보다 무거운 무언가가 물웅덩이의 잔잔한 파문을 파괴하는 소리였다.
토마스는 뒤를 돌아보며 적의 위치를 살폈다. 로라스, 타라. 회사의 에이스들이다. 상처를 입은 토마스와 엘리로서는 이들을 뿌리치는 것이 불가능해보였다.

[치직... 내 말 들리나?]

통신음! 중년 남성 특유의 중저음이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분명 카인이었다.

"카인! 제기랄, 당신이 이렇게 반가운 적은 또 없었을 것 같네요!"
[하하, 고맙군 그래. 자네의 위치는 어떻게 되지?]
"아군 2번타워 언덕을 지나서 오른쪽 통로로 갈겁니다! 지원사격 부탁드려요!"
[치직... 알겠네. 마침 근처인데 잘 됬군. 치직... 드라그노프로 놈들을 떼어내거나, 혹은 역으로 해치워버리는것도 좋겠군. 치직... 신호를 내리면 숙이게.]

토마스는 엘리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라며 다그치면서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두겹으로 쌓인 나무상자에서 방향을 꺾고 전력질주했다. 카인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엘리와 토마스의 뒤로 달려오는 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심장을 향해 조준한 후, 신호를 내렸다.

[숙이게!]

엘리와 토마스는 앞으로 넘어지듯, 몸을 숙였다.

탕! 탕! 탕!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세 발의 탄환이 지나갔다. 탄환은 자신이 지나갔음을 한 줄의 연기와 총성으로써 증명하였고, 토마스와 엘리는 한숨 놓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카인이 외쳤다.

[안돼! 몸을 숙이지 말게! 몸을 숙이면 안되네!]
"예?"

토마스가 카인의 말의 의도를 되묻기도 전에, 토마스의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와 붉은 실을 그려내었다. 토마스는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고통에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았고, 자신의 가슴 한복판에 생긴 구멍, 그러니까 타라의 공간발화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아, 아직... 죽기엔 너무 어린데...."

토마스는 비참하기 그지없는 단말마를 남기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카인은 자신의 아군의 죽음을 확인하곤, 비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어째서 탄이 빗나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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