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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계곡여행
게시물ID : panic_557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10
조회수 : 209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8/13 15:31:14
계곡여행
인생은 매사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으로 인하여 인생이 역전이 될 수도 있고, 깊은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다.
' 생 과 사 ' 그것 또한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
이제는 공부에 전념을 해야 할 나이이지만, 아직 때는 이르다.
이번 여름방학 때 까지만 신나게 놀고 2학기부터 각 잡고 공부를 하기로 다짐한다.
이번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마지막 방학이라는 생각에
친구들과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자 계곡여행을 계획한다.
계곡여행을 가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총 4명으로 모두 초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내오던 친구들이다.
계곡여행은 짧게 1박2일로 다녀오기로 네이트온 으로 대화를 마치고
난 후에 기대에 부푼 맘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설레는 맘으로 한참을 뒤척이다가 이내 잠이 들고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침이 찾아왔다.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고 나와 준비를 다하고는
계곡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배낭에 챙긴다.
침낭 , 야외텐트 , 먹을 것들 등등 ...
그리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곳으로 시간을 맞춰나간다.
아침 햇살은 기분 좋게 나를 반겨주었고 친구녀석들 또한 모두 늦지 않고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에 도착하였다.
" 예이 ~ 이 새끼들 학교에선 지각 밥 먹듯이 하는 놈들이 노는 건 칼같이 지키네. "
" 뭐래, 너도 새끼가... 들떠가지고 제일 먼저 도착한 놈이. "
" 키하하하하 !!! "
계곡여행을 출발하기 전 ... 누구나 그렇듯, 모두 굉장히 신이 났고 들떠있었다.
우리들이 1박2일로 놀 계곡은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알아 낸 곳으로
그다지 인지도가 없는 계곡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고,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들기로 정말 적합한 곳이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의 장을 늘어놓으며 계곡으로 향하는 버스위로 올라탄다.
주말이라 그런지 버스 안에 사람이 꽤나 많아서 서서 가야만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서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한참 동안 버스 안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목적지에 도착을 하였고,
친구들과 나는 기대에 부푼 맘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 이야 ... 여기가 계곡의 입구인가 ...? "
" 시골이네... "
주변엔 버스정류장 하나 만이 덩그러니 있었고,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자라 온 우리는 시골의 풍경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 흠 ... 얼른 올라가보자.
깊게 들어가지 말고 그냥 적당한 곳에서 텐트치고 고기나 구워먹고 놀자. "
" 오키 ~ 얼른 가자 나 아침도 못 먹었는데, 빨리 자리 잡고 밥 좀 먹자. "
간략하게 몇 마디의 말을 주고 받고,
우리들은 계곡의 입구 인 나무들이 울창한 숲으로 들어섰다.
우람하게 자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줘서 인지,
숲으로 발을 들이 선 순간부터 왠지모를 싸한 기운이 느껴져 왔다.
우리는 그것이 단지...
그늘 때문 일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말이다.
숲 안은 나무에 가려져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낮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어두웠고,
현대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순수한 자연만의 공간이기에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나는 숲을 올라탔고, 꽤나 긴 시간 동안 계곡을 찾아 헤매었다.
처음엔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화기애애하게 계곡을 찾아다녔지만,
시간이 계속 흐를수록 몸은 지쳐가고 계곡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가 친구 한 명이 도저히 못 참겠는지 신경질을 부린다.
" 아 ... 씨바 뭐야...? 졸라... 계곡이 있긴 한거야? "
" 몰라... 일단 여기서 대충 밥이라도 먹고가자... "
배가 고픈 탓인지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고기는 나중에 먹기로 하고 대충 간식거리로 가져 온 빵이나 초코바 등을
커다란 바위에 앉아서 먹기 시작한다.
" 음 ... 벌써 1시가 다되어가네 ...
계곡 빨리 안 찾으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
" 아오 ... 뭔 ... 얼마나 대단한 계곡이길래 이렇게 안보이냐...
다들 배좀 찼지? 얼른 다시 찾아보자. "
간단하게 먹는 음식들로 원기를 조금 회복하고는 이내 다시 계곡을 찾으러 몸을 움직인다.
나뭇잎이 바스락 바스락 밟히는 숲을 걷고 커다란 바위를 몇 개 넘어서 보니 오두막이 하나 보인다.
" 오... 저거 오두막 아냐? "
" 그러게, 오두막이 다있네. "
우리들은 오두막을 발견하고선 일제히 오두막을 향해 달려갔다.
꽤나 높게 지어 진 오두막에 도달 할 무렵 저 멀리 물이 흐르고 있는 골짜기 하나가 보였다.
친구 한 놈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큰소리로 말 한다.
" 야 !! 드디어 계곡 찾았다. 후아... 이런 곳에 숨어있었네. "
" 굿 ... 여기 오두막에서 얼른 고기 구워먹고 텐트치고 물놀이나 하자 ~ "
거의 약 2시간 만에 계곡을 찾았다...
이 숲이 그렇게 넓었던 건가 아니면, 단지 우리가 길을 몰라서 헤매어서 그랬던 건가...
여튼 계곡을 찾았으니 이제 신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
일단 친구들과 나는 오두막에 올라가 자리를 잡은 후에 버너를 꺼내서 불을 붙이고는
챙겨 온 고기를 꺼내 구웠다.
그리곤 고기와 더불어 함께 먹을 상추와 쌈장 ,
마늘은 기본 옵션으로 준비하고 다 익은 고기를 모두 맛있게 섭취하였다.
기분이 좋다.
친구들과의 추억이 하나씩 쌓이고 있는 것 같아서...
" 후 ~ 배도 찼겠다. 함 놀아볼까? "
모두 오두막에서 내려와 바지를 걷어 올리고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발을 담근다.
물은 꽤나 차가웠다.
" 우와 ... 계곡에 처음 와봤는데, 은근 엄청 넓네. 숨바꼭질 하면 재밌겠는데? "
" 그러게, 왜 이렇게 넓냐 ... 한번 주위 좀 구경해볼까? "
한참 동안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계곡 주변을 친구들과 함께 배회했다.
주변엔 별다를 것 없이 그냥 큰 바위와 돌들 그리고 나무만 있을 뿐 그다지 특별할 건 없었다.
" 어...? 야, 여기 동굴이 하나 있는데? "
오두막에 돌아갈려는 찰나에 친구 녀석 한 놈이 동굴을 발견 하였다.
" 뭔 ... 동굴이냐? 오늘 신기한거 많이 보네... "
" 한번 들어갔다 나와볼까? "
" 맹수 같은거 있는거 아냐? "
" 그랬음 벌써 우리들 노는 소리 듣고 나왔겠지... "
" 그럼 한번 동굴이나 들어갔다 나와보자, 손전등좀 가져올게. "
동굴이라니 ...
TV나 만화책에서나 자주 봤지 이렇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 이였다.
손전등을 가지러 간 친구 녀석이 빠른 속도로 동굴 쪽으로 다시 뛰어온다.
제일 신나 보인다.
" 여 ~ 함 들어가보자, 카메라도 챙겨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
" 그러게 ... 핸드폰은 이미 배터리가 다 돼서.. 여분 배터리라도 좀 가져 올 걸. "
카메라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끝으로 친구들과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손전등의 밝은 빛이 비취는 곳 이외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것이 마치 유령의집에 온 것 마냥 긴장되었다.
" 야 ... 여기 뭐가 이렇게 어둡고 축축하냐 ... 얼른 나가자. "
동굴에 들어 온 지 체감상으로 1분 정도 지났을까... 바닥의 진흙이 새빨갛다.
입구에서 봤을 땐 분명 연한 갈색이였는데 말이다.
" 그래 ... 빨리 나가야겠네. 들어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입구가 까마득하다. "
우리는 서둘러 입구 쪽으로 분주히 걸었지만,
무슨 일 인지 굉장히 큰 마찰음이 나면서 입구가 막혀버렸다.
" 뭐야? 신발 ... 이게 뭐야... "
단 한줄기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 ...
손전등으로 막힌 입구 부분을 비추어보았다.
' Unknown ' 언노운 .... 알 수 없다 ... 미지..?
" 미지의 동굴 ? "
입구는 아주 단단한 무언가로 막혀 있었고 Unknown 이라는 글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 아 ... 신발 어떡하지? 핸드폰도 없고 ... 이거 어떻게 된거야.. "
" .... "
갑작스레 닥친 상황에 우리들은 많이 당황했다.
" 일단 앞으로 나가보자. "
" 여기가 어딘 줄 알고? "
" 그럼 여기서 가만히 있게? 반대편에 출구가 있을지도 몰라. "
" .... "
" 그럼 일단 한번 앞으로 나아가보자. 손전등의 배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





바닥을 확인하면서 동굴 안을 걷는다.
역시나 앞으로 가면 갈수록 바닥 진흙의 색깔이 점점 붉은빛으로 변하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바닥의 진흙은 이미 인간의 피를 섞은 듯이 새빨갛게 변해있고,
그걸 밟을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비릿한 피내음이 앞 쪽 먼 곳에서 희미하게 난다.
" 애들아 좀 비린내 나는 것 같지 않냐? "
질퍽질퍽..
힘 없는 발걸음 소리만 나는 동굴 안에서 친구 한 놈이 적막을 깨고 말을 꺼냈다.
" 피냄새... 같은데? "
" 이상한 소리하지마라... 뭔 피냄새야. "
비릿한 피내음은 우리가 동굴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점점 더 뚜렷해져갔고,
피내음과 동시에 시체 썩는 냄새 또한 진동하였다.
물론 ... 우리는 그게 시체 썩는 냄새 인 줄 몰랐지만 말이다.
" 아오 ... 이 역겨운 냄새는 도대체 뭐지...? "
" 아무래도 동물이 동굴 안에서 죽고 부패한게 아니려나... "
이 역겨운 냄새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 하던 중 발밑으로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감촉으로는 왠지 물일 것 같은데, 뭔가 점도가 높은 듯한 느낌이 들어왔다.
" 야, 잠시만 발 밑으로 손전등좀 비춰봐. "
" .... "
진한 핏물이 흐르고 있다.
" 핏물 ... ? "
흐르는 핏물을 따라 서서히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을 땐,
무언가가 밧줄에 묶인 상태로 시계추 진동 하 듯이 흔들흔들 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 저기로 빛좀 비춰봐. "
손전등을 들고 있던 친구가 그곳을 향해 빛을 비추었을 때 우리는 모두 얼어붙을 수 밖게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 보는 죽은 사람의 시체,
그러니깐 고깃덩어리라고 봐도 되는 그런...심하게 훼손된 인간의 모습 이였다.
얼굴은 굉장히 날카롭고 거대한 손톱에 찢겨 나간 듯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고,
몸은 군대 군대 누가 이빨로 파먹은 듯 살이 다 파헤쳐져 하얀 뼈가 여과없이 다보였다.
" ..... !!!! "
" 잠시만 ... 저거 철민이 아니야? "
지금 주위를 살펴보니 철민이가 사라졌다.
" 뭐 ...? 철민이 방금 까지만 해도 내 옆에 있었는데 ... "
없다.. 주변이 어두워서 사라졌을 때 눈치 채지 못한 것 이였다.
철민이는 지금 차가운 시체가 되어서 밧줄에 매달린 채로 썩어가고 있다.
" .... 신발 ... 뭐가 어떻게 된거야... "
밧줄이 갑자기 끊어지더니, 철민이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지금보니 바닥에 흐르고 있는 이 점도 높은 핏물 ... 모두 철민이의 피였다.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 진 철민이의 몸에서 희뿌연 연기가 나더니 이내 몸이 녹아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그야말로 그로테스크 ... 끔찍했다.
도저히 현실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일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 선 순간부터 연달아 발생하기 시작한다...
" .... 야, 김민수 이 십새끼야 ... 너가 여기 제일 먼저 발견했지? "
" 뭐라는거야 이 또라이 새끼가, 너가 제일 신나서 손전등 들고 온게. "
" 뭐...? 이 신발놈이 어디서... "
설상가상으로 분열까지 ... 가장 친했던 친구들인데 ...
" 얘들아 ... 진정해라, 이 동굴 안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우리들 뿐 이야 ... "
" 그래 그렇지 ... 미안하다 내가 잠시 흥분을 ..... "
' 철퍽 철퍽 '
진흙이 밟히는 소리가 들린다.
" 잠깐 ... 무슨 소리 못들었어? "
' 철퍽 철퍽 '
" .... 일단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자. "
' 철퍽 철퍽 '
꽤나 먼 곳에서 들렸 던 것 같은데,
진흙이 밟히는 소리가 한 걸음 한 걸음씩 점점 더 가깝게 들린다.
" 잠깐만... 점점 소리가 커지는데? "
" 뭐...? 일단 빨리 뛰자! "
우리는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선 왔던 길로 뛰어 도망쳤다.
얼만큼 뛰었을까 ...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숨이 찬다.
" 헉... 헉... 이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 "
" .... 틀렸어 .... 우린 여기서 다 죽을거야 ... "
" ..... "
손전등을 들고 있는 태은이가 마음 약한 소리를 한다.
하기야 ... 이런 곳에 갇히면 그 누구도 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텐데...
어떻게 보면 내가 참 대단한 것 같다.
" 마음 약한 소리 하지마라... 민수야 너는 좀 괜찮냐? "
" 어.... ? "
민수가 사라졌다...
철민이 때와 같다.
아무 소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신발 ..... 결국 다 죽는거잖아 .... "
" 잠깐만.... 저기 앞에 뭔가 쓰러져있는데? 손전등 좀 줘봐바. "
태은이에게 손전등을 받고는 쓰러진 무언가에 빛을 비추었다.
" ...... "
" 민수잖아 .... "
쓰러진 무언가는 다름 아닌 민수 ...
얼굴 가죽이 다 벗겨져 나갔다.
그리고 예리한 무언가로 잘라낸 듯 코와 귀 , 입술이 모두 없었다 ....
탁한 눈알만이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흐으으윽 ... "
태은이는 실성한 듯 바지에 뜨거운 오줌을 지렸고,
갑자기 동굴 안 쪽으로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 태은아 !!! "
소리쳐 불러봐도 이미 소용이 없었다...
남은건 나 뿐인가...
손전등의 불빛도 많이 약해졌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적막한 고요함 ... 알 수 없는 괴생물체의 습격 ...
차라리 권총 한 자루 라도 있었으면 ... 편하게 자살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디라는 건지 ... 하늘도 참 무심하다.
한참 동안을 불안에 떨면서 생각하다가,
죽더라도 ... 앞으로 나아가보자 ... 라는 굳은 다짐을 하고선
손전등을 꽉 쥐고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어둠 속을 홀로, 얼마나 걸었을 까 ... , 물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 물 .... ? "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발견 한 듯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몸은 역시 정직하다 ...
얼른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결하라고 신호를 보내왔다.
물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린다.
근데 왜 일까... 물소리가 가까워 짐에 따라 고약한 악취도 풍겨왔다.
손전등의 불빛도 희미하다. 물소리가 이제는 선명히 들려온다.
드디어 물을 마실 수 있는건가?
똑 .... 똑 .... 똑 ....
" 신발 .... 젠장 .... 젠장 .... 신발 .... "
신발과 젠장 ...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똑 똑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닌 태은이... 친구의 피가 떨어지는 소리...
고약한 악취는 태은이의 시체가 썩어서 나는 냄새.
태은이는 뾰족한 돌기둥에 몸이 관통이 된 상태로,
바닥에는 태은이의 피가 모여 새빨간 피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 더 이상은 ...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
멍하니 피 웅덩이만을 바라보다가 단념을 한 채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곤 전신이 마비라도 된 듯, 내 몸이 내 몸이 아닌듯,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고개를 휙 돌려서 쳐다본 그곳에는 한 마리의 괴물이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뭐라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지옥의 끝자락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런 생물체였다.
" 아 .... "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이 스르륵 감겼다.
기절 이라는건가...? 그래 ... 차라리 기절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 위이이잉 '

' 탁! '
" 아이 씨... 뭐야 ... "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을 탁 쳤는데,
모기 한 마리가 터져서 새빨간 피를 쭉 뽑아내고 있었다.
" 어떻게 된거지 ....? "
분명 동굴 안에서 기절을 한 것 같았는데 ...
이상하게도 오두막에서 깨어났다.


" 살은건가 ... ? "
" 야 ~ 다굴좀 그만까라! 옷 다 젖잖아! "
" 뭐래, 키키킥 "
" ? "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계곡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
날은 거의 어둑어둑 해질 무렵으로 해가 곧 질 것 같다.
" ..... 꿈... 인가? "
꿈을 꾼 것 같다...
두 시간 정도 잔 것 같은데 말이다...
" 야 ! 양홍석 이제 일어났냐. 놀러와서 잠만 처자냐. "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살아있다는 안도감 때문 이였을까...
" 그래... 신발... 놀아야지,
여기까지 와서 병신같이 잠만 처자고 있었네. 놀자 애들아 ! "
오두막에서 내려와 친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간다.
죽었던 친구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모두 다 꿈 속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끔찍한 꿈 ... 다신 꾸고 싶지 않은 꿈에서 말이다 ...
" 애새끼들, 좀 놀다가 남은 고기나 마저 구워먹자, 개배고프네. "
" 굿 ... 오키 고기나 좀 구워먹야겠네. "
" 근데 민수는 어디갔냐? "
" 어 ... 민 ... "
" 헤이! 여기 웬 동굴이 하나 있는데? "
민수가 먼 곳에서 소리를 치며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 뭐.... 동굴? "
나 , 태은이 그리고 철민이는 일제히 민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헐 ... 나 동굴 처음 보는데. 한번 들어가볼래? "
똑같다...
꿈의 내용과 똑같다. 절대 들어가면 안된다...
" 야... 뭔 동굴이냐, 그냥 가서 고기나 구워먹자. "
" 한번만 들어갔다 와보자, 오 ... 마침 손전등도 주머니에 있었네, 방수라서 멀쩡하다. "
손전등 ...? 꿈속에서의 내용과는 다르다.
그냥 내가 단지 악몽을 꿨던 것 일까...?
하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야 하겠는가, 모두 꿈속에서나 일어 날 법한 일이다.
" 그럼 잠깐만 들어갔다 나오자, 동굴이라고 뭐 볼 것도 없을텐데. "
" 오키.. 고고 "
친구들과 함께 동시에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아주 어두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말이다.
" 와... 조카 어두운데? 손전등좀 켜봐바. "
손전등을 들고 있던 친구가 손전등을 켰다.
빛이 환하게 비추어 동굴 안을 밝혔다.
" !!?? "
우리들은 일제히 뒷걸음질을 쳤다.
도저히 보지 못할 것 ... 아니 살면서 절대 볼 수 없을 그런 광경을 봤기 때문이다.
" 뭐야.... 이거 ..... 신발 .... 나가자 얼른... "
' 드르르륵 덜컥. '
" 뭐지...? "
동굴 입구가 무언가로 인하여 막혔다.
손의 감촉으로 봐서는 단단한 돌 .... 굉장히 큰 바위에 막힌 것 같다.
" 야 ... 입구좀 비춰봐. "
' Death ' ( 죽음 , 사망 )
입구를 막은 돌에는 Death 라는 글자가 새빨간색으로 새겨져있었다.
" 데스 .... ? "
" 잠깐만 ... 저 시체들 입은 옷이 우리랑 똑같은데 ... ? "
" 맞아 ... 우리야 ... 우린 이미 한번 죽었지... "
' 철퍽 철퍽 .... '
진흙이 밟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 생과사의 선택 중에 사(死)를 또 선택한 것 인가...
이것도 꿈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출처= 무언살인 님
출처=네이트판 바코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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