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방생
게시물ID : lol_3138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생이좋아
추천 : 0
조회수 : 18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8/13 20:06:50

 "찡 - 피핏!"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노란 머리의 소년이 수풀 안으로 들어왔다.
숨을 헐떡대며 주위를 살피는 노란 머리 소년, 머리는 땀에 젖어 뺨에 머리카락 한 두 올이 달라붙어 있었고
눈동자는 불안에 빛나며 떨고 있었다.

소년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 그의 손 안에는 꺼져가는 빛이 가물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발소리. 작은 놈과 큰 놈 하나다.
땅을 발로 차듯 착!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놈이 가까이 접근해왔다.
거대한 석궁의 실루엣에 소년은 황급히 자신의 손아귀 안을 바라보았다.
답답한 듯 꽉 움켜쥔 작은 손아귀 안에는 미처 충전되지 못 한 반짝이는 일렁임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소년은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어 소년의 머리를 뒤섞었고 소년의 긴 속눈썹이 흩날리는 듯 했다.
눈을 감으니 점점 더 선명해지는 다른 감각들. 코를 간지럽히는 초록 풀의 내음새와 그것에 섞여서 기분을 불쾌하게 하는 가축 냄새.

가축 냄새...!!

소년은 놀란 듯 급히 눈을 뜨며 풀숲을 헤치고 뒤쪽으로 급히 이동한다. 너무도 느리다. 

이대로라면... 차가운 석궁에 관통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색이 파래진 소년은 갑자기 부쉬 안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큰 진동에 얼어붙는다.
이윽고 수풀 저 편에서 보이는 큰 실루엣, 실루엣의 끝에는 날카로운 두 돌기같은 것이 보였다.

도망칠 의지조차 잃은 듯ㅡ 소년은 털썩 하고 주저앉았다. 이윽고 어머니가 눈 앞에 떠오른다.
그 마지막의 순간에서도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마지막 기운으로 기력을 넘겨주시고는 잔인하게 석궁에 떠밀려 벽에 맞닿아 정신을 잃으셨다.

끝내 어머니는 심장을 찔려 차갑게 누워계시겠지... 
소년은 마지막 순간조차 보지 못하고 도망쳐버린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다. 소년의 공허한 눈망울에서 반짝이는 것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순간, 그 순간을 노리기라도 한 듯이 수풀 안에서 우악스런 두 손이 나타났다. 나타난 찰나에 소년은 온 몸에 큰 충격을 느끼고는
잠깐 정신을 잃었다. 조금의 시간만 더 버텼더라면....



찰나였지만 잠깐동안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 채로 깨어난 소년은 어느 새 풀숲 바깥이었다.
저 멀리 흐르는 강물과 한층 가까워진 우리 마을 구조물.
어안이 벙벙한 채 소년이 주위를 살피는 동안 풀숲에서 석궁을 든 여자가 뛰쳐나왔다.

그녀의 검은 선글라스 때문에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녀는 날 찾고있었다. 오싹한 기분에 
소년은 정신을 차리고 힐끔 자신의 손아귀를 바라봤다.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 소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하여 석궁 여자의 반대편을 바라봤다.

 "찡 - 피핏!"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소년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석궁 여자는 망연자실한 듯 쫓아오는 달음박질을 멈추었다.

이미 석궁 여자와는 멀찍이 떨어져 소년은 다시 수풀 쪽을 바라본다. 수풀 위 뾰족 솟은 두 뿔이 보인다.
그리고 곧 뿔 옆에 거대한 손이 올라와 인사를 하듯 흔든다.

소년은 깜짝 놀라 어서 귀환진을 펼쳤다.



 "다 잡은 걸 뭐하는거야?"

 "아직 애잖아. 궁극기도 못 배운거 안보여 쟤?"


작은 형체와 큰 형체는 다시 수풀 안쪽으로 사라졌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