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ID : today_60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r 추천 : 6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8/06/25 02:44:24
빛은 그물을 만들어 잎사귀를 벽 위에 가뒀다. 나는 선풍기를 끄고 여름용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는 중이었다. 연금복권이라도 사야 할까 봐. 가망 없는 게으름을 위해 그녀가 던진 말이었다. 깔깔, 하는 웃음만큼 공허한 농담. 수박을 한 입, 깨물면 핑크색 과즙 사이로 까만 알갱이들이 앞다투어 조각났다. 끈적거림은 내 등짝에서부터 담벼락 모서리까지 길을 이었다. 주르륵하고 흘러내리는 것이 그녀의 머리카락 만은 아니었던 탓이다. 뒤덮은 모기향 사이로 맴맴 우는 너의 소리. 우리는 함께 녹아내린다. 봄이 사라졌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