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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l_604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흔한설명충
추천 : 10
조회수 : 1070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4/14 16:38:41
요즘 한창 원딜을 연습하고 있었다.
랭점과 티어에 흥미를 잃은 지금,
아니 이미 승리에 대한 욕구도 잃은 지금 나는 여전히 롤을 킨다.
크게 재미있어서도 아니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저 뭔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롤을 한다.
서포터는 지겨워졌고, 여전히 홀로 게임을 하기엔 감흥이 없어진지 오래라 원딜을 택했다.
사실 원딜은 가장 자신이 없었다
여차하면 한타때 적들의 대상 1호이고
워낙 몸이 약한 터라 흑백화면은 단골 대상이였다. 하지만 꾸준히 원딜을 택했다.
게임 패배만이 나의 멘탈을 부수는 건 아니다.
매번 만나는 서포터들은 한동안 나의 롤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툭하면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보시고, 출마선언에 정계진출을 꿈꿨다.
그나마 내가 진득하게 해본 포지션이 서포터였던지라 그들에게 조언의 한마디를 던지면 그들은 일갈을 하며 내 말을 잘랐다.
그들의 템창이 딜템으로 꽉찰 때마다 내 걱정도쌓여갔다.
나는 왜 롤을 하는가.
슬슬 롤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날도 여김없이 롤을 켰다.
습관적으로 큐를 돌렸고
내손은 자동으로 원딜을 돌렸다.
우리편 서폿은 쓰레쉬를 픽했다.
뭐 무난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게임은 예측하기 힘들었다.
쓰레쉬는 그날 약주 한잔을 한걸까
판단력이 무더져 잦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동안 원딜을 한두번 한것도 아니고 적들 봇듀오도 그럭저럭 못했기 때문에 자주 킬을 따냈다.
쓰레쉬가 먼저 적들에게 킬과 어시를 나눠주면
나는 홀로 봇라인에 남아있다가 더블킬을 얻었다.
헛그랩은 필수고 부쉬에서 랜턴을 던져가며 위치를 알려주니 적들은 쓰레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사실 고의트롤이 아닌가 염려되기도 했지만 딱히 쓰레쉬를 나무라지 않았다. 하지만 적들도 야금야금 쓰레쉬를 발판삼아 성장할 기미가 보였기에 나는 쓰레쉬한테 한마디 했다
"쓰레쉬님 봇듀오들은 제 상대가 안되니까 그냥 와드 한개만 용삼거리에 박아주고 로밍가세요."
쓰레쉬는 그동안 자신의 트롤짓을 인정이라도 한걸까, 알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로밍 원정을 나섰다.
그러나 내 판단의 실수였다.
쓰레쉬는 전라인을 로밍가면서 괴상한 행동으로 적들에게 킬을 넘겨주었다.
비등비등한 라인전에 쓰레쉬가 가담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쓰레쉬는 무리한 다이브와 갱으로 적들을 되려 키워주었다.
"하 쓰레쉬 뭐임"
"그냥 와드만 박고 꺼지셈"
팀원들의 우레와같은 질책으로 쓰레쉬는 시무룩해지며 정글 몹을 먹기 시작했다.
워낙 죽어버린 그는 아직 똥신발이였다.
그래도 뭐랄까, 나는 그를 미워할 수 없었던게
무슨 템보다도 그는 미카엘을 목표로 템을 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쓰레쉬님 미카엘보단 일단 신발부터 먼저가세요"라고 하고 싶었으나 다시 esc를 눌러 하려던 말을 취소했다.
되려
"쓰레쉬님 정글 몹 드시지마시고 그냥 봇으로 내려와서 cs드세요 전 집가야되서.."
그랬더니 황급하게 치던 몹을 뒤로하고 봇으로 뛰어왔다.
그걸 보던 아군 정글 짜오는 봇으로 오면서 점멸과 강타, 그리고 궁까지 쓰며 정글몹을 정리했다.
"게임 도움도 안되면서 cs는 무슨."이런 단호한 짜오의 말에 내가 다 울컥했으나 쓰레쉬는 "원딜님 저 생각해준 마음이라도 감사합니다." 하며 와드를 박으러 갔다.
왠지모르게 씁쓸해졌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한타를 준비해야될 때가 왔다.
제법 성장한 나로는 크게 무서울건 없었지만
단 한가지, 적 탑 모데카이저가 위압적이였다.
가뜩이나 팀에서 가장 성장한게 난데, 모데카이저는 악몽이었다. 한번이라도 까딱해서 죽어버리면 그저 나는 팀의 민폐로 존재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타를 피할 순 없었다.
짜오의 무리한 진격으로 인해 이상한 한타가 시작되었고
나는 최대한 모데카이저를 피해 카이팅으로 딜을 넣었더니 한타가 점점 유리하게 마무리 되어갔다.
하지만 거의 적들을 정리하고 마지막 모데카이저를 상대할때쯤 우리편도 거의 전멸했다.
오직 나와 쓰레쉬만이 모데카이저를 상대해야했다.
찰나의 순간 나는 모데카이저를 때려야하나 아니면 다음 한타를 준비하기위해 잠시 일보 후퇴해여하나 갈등했다.
그러나 내 갈등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모데카이저가 점멸을 쓰며 나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가 궁점화qe를 쓰면 나는 순삭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그가 점멸을 쓰는 타이밍에 뭐랄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쓰레쉬의 사형선고가 들어갔다.
'선고?'
우연인지 필연인진 모르겠지만
모데카이저는 그의 예측선고를 정확하게 맞아버렸고 덕분에 날 원콤에 보내지 못했다.
쓰레쉬는 e로 모데카이저를 밀어내기까지하니 그를 잡는데 무리는 없었다.
'이겼다!'
모데카이저까지 잡고 그대로 억제기와 넥서스를 밀어버리면 끝이였다. 허나 게임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모데카이저의 망치질은 맞지않았지만 점화와 궁이들어간 내 피가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한타때 온전한 피를 유지하지 못했기에 이대로가단 죽거 다음 한타를 믿어야했다.
물론 피흡템은 있었지만 주변에 미니언은 한타에 휘말려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때 멀찍이서 랜턴이 떨어졌다.
"타"
쓰레쉬는 황급히 핑과 채팅으로 알렸다.
'지금 랜턴 쉴드라도 무린데?'
그렇게 포기하려는 시점, 쓰레쉬는 한번더 타라고 말했다.
어차피 죽은 목숨 타볼까
나는 그의 말대로 랜턴을 탔다. 쉴드가 내 몸을 감쌌지만 그저 타들어가는 붕대에 불과했다.
그의 랜턴을 타고 내가 빨려가는 곳은 쓰레쉬 쪽. 근데 내가 랜턴을 타고가자 쓰레쉬는 갑자기 점멸을 썼다.
그렇게 쓰레쉬의 점멸 렌턴을 탄 곳은 바로.. 정글몹이 있는 위치였다. 쓰레쉬가 점멸을 쓴 이유도 정글몹과 그의 사이를 가로막는 벽때문이였다.
나는 그 정글몹을 피흡대상으로 삼고 열심히 때렸다. 줄어드는 피였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흡이 생명력을 보충해주었다.
'살았다!'
쓰레쉬의 랜턴점멸로 나는 한타에서 살아남았고, 게임을 끝낼 수 있었다.
게임이 마치고 다들 자기들 캐리니 떠들석할때 쓰레쉬는 조용히 나에게
"원딜형 고마워"하곤 친절한소환사를 주며 게임을 나갔다.
나는 오랜만에 제대로된 롤을 할 수 있었다.
* 본 글은 사실 5% 포함한 대부분이 허구인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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