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련 혁신위원회의 5차 혁신안으로 나왔던 안건을 이종걸 원내대표가 구체적으로 당론으로 밀고가기로 했네요. 이미 당내에서도 김광진 의원 등이 의총을 통해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고 문재인 대표도 파문을 걱정해서인지 장난이라고 덮어두긴 했지만 400석으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기때문에 당론으로 밀고 가기에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 의원정수 문제가 불거진 계기가 있는데 출발점은 다르지만 속내는 같은 이유로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과 새누리당의 정우택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각각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됩니다. 즉, 현재의 선거구별 최대선거구와 최소선거구의 인구편차 3:1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시말해서 인구수에 맞춰서 국회의원 지역구를 가를 때 각 지역구의 인구수 차이가 최대 3:1 씩이나 차이나는건 너무 불합리하다. 그러니 헌재에서 한 번 따져봐주라..라는 거죠.
심상정,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헌법소원 청구 (기사)
정우택, "충청 의석수 적다" 헌법소원 청구 (기사)
이것을 헌법재판소에서 "어차피 너(심상정)하고 쟤(정우택)하고 따져봐달라는게 지금 선거구(지역구) 가르는 방식이 합당하냐 안 하냐 봐달라는 똑같은 소리 아니냐? 그러니까 그냥 묶어서 같이 봐줄게."라며 공직선거법 제 25조에 헌법불합치를 때려버리는데요.
헌법재판소 2014. 10. 30. 자 2012헌마190 결정
그 요지를 몇가지 추려보면,
- 인구편차 완화 할수록 과대대표지역(예: 인구 5,000명에 의원 1명), 과소대표지역(예: 인구 10,000명에 의원 1명)이 더 늘어날 가능성 많아짐. 따라서 지금의 인구편차 비율이나 또는 여기서 더 완하를 해버리면 지역정당구조를 심화시킬 것. 국토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됨.
- 즉, 인구편차 완하하는 것은 투표가치의 불평등이자 대의민주주의 관점에서 꽤나 불합리. 세계적으로도 인구편차를 줄이는 것이 대세(미국, 일본, 독일의 경우 최대선거구:최소선거구를 2:1 이내로 엄격히 제한)
- 양원제 국가들과 달리, 단원제인 우리나라는 의회에서 지역이익도 함께 대표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지역대표성을 감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구편차의 허용 기준을 완하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
- 우리 선배들이 13년 전에도 한 번 권고했던것(2000헌마92)이기도 하고, 이제는 슬슬 실천으로 옮길 때. 가자!
- 결론, 인구비례 2:1 넘지않게 하는게 타당함. (즉, 다음 선거부터는 선거구 짤 때 사람 제일 많은 동네랑 제일 적은 동네 비율이 2:1이 넘지 않게)
- 언제까지? 2015년 12월 31일까지.
사실 헌법소원 청구를 했을 때의 심판 대상은 선거구구역표(지역구를 나눠놓은 표) 중의 일부(경기도 용인시 갑선거구 등)였으나 헌재의 판단은 "어차피 선거구(지역구)라는게 다 유기적으로 엮어 있는거고 심판 청구 대상만 가지고 판단을 해주면 또 니들 맘대로 게리맨더링(지역구를 유리하게 땅따먹기 하는 것. 일반구의 경우 A구의 a동을 인구수 맞추기 위해 B구에 붙여버리는 것 등) 해버리면 말짱꽝 아님? 그러니 너희(심상정, 정우택)가 청구한 심판 대상 지역만 바꿀게 아니라 이 김에 그냥 전체적으로 다 바꿔라. 단, 기간은 2015년 12월 31일까지다!" 라고 결정을 합니다.
2015년 6월 말 기준 전국 인구는 51,431,100명이므로 선거구(현재 지역구 246석)당 평균 인구는 209069.5명으로 나옵니다.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지역구 하나를 만들기 위한 인구 하한선은 139379.7명, 상한선은 278759.3명이 됩니다. 그래서 헌재 결정을 이행하게 된다면 '분할' 또는 '통폐합'되는 지역구는 모두 60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이 중 새누리당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는 18곳,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는 13곳이고, 새정치민주연합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는 18곳,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는 11곳입니다.
[레이더P] 손질대상 선거구 60곳...`내 지역구 사라질라` (기사)
이에 오래전부터 선거구제 개편에 눈독을 들여오던 선관위 측에서 나서게 됩니다.
중앙선관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국회 제출 (선관위 보도자료)
선관위 개정의견의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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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총선이 없는 올해(2015년)가 선거구 개정하는데 아주 적기임. 거기다 헌재 결정 따라 선거구 대폭 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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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총의석을 배분.(권역별 비례대표제)....[지역주의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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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동시에 입후보 하는 것 허용. 동시 입후보자 중 지역구 투표에서의 아깝게 졌으나 표를 많이 받은(석패율)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주자.(석패율제)....[유권자 의견 충실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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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전국동시 국민경선제, 후보자 사퇴시한 설정, 후보자 사퇴하면 선거보조금 반환, 구·시·군당 허용 등
그리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당사자인 심상정 현 정의당 대표(당시 원내대표)도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대의정치를 활성화 하기 위해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바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공직선거법 개정 청구서를 국회에 제출합니다. 이 개정안의 요지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구상인 <세비 50% 삭감, 의원정수 390명>보다 소박(?)한 <세비 동결, 의원정수 360명>이었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수 300→360명' 선거법 개정 청원 (기사)
심상정 대표가 국회의원수를 늘리자고 주장한 바탕은 우선 헌법소원 취지와 헌재의 결정에 맞게 선거구 인구편차를 조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현재 공직선거법으로 정한 의원수 300석에 맞추려면 지역구 의석을 200석까지 줄여야되니 당장에 목이 날아가는 의원만 46석이고 이 살생부에 해당되는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기에 국회의원 정원 자체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물론 맹목적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정서에 대한 부담감도 넘어야 할 산이죠.
오늘 혁신위에서 발표한 혁신안의 핵심도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득표율에 비례하는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어야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지금의 독과점적 정당체계가 타파될 수 있고, 비례성을 높여야 계층, 직능, 집단별 선호와 이익, 즉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포괄적 정당체계가 발전해갈 수 있다....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앞서 심상정 의원의 딜레마처럼 지역구 수를 줄이면 현역들의 저항이 거셀 것이고 의원수 자체를 증가시키면 국민 여론의 반발이 심할 것이고...해서 두 가지 안을 모두 제시를 해두었습니다. 그것을 이종걸 원내대표가 의원수 증가, 세수 삭감이라는 의견으로 피력을 한 것이구요.
그 동안 각종 거대 이슈들에 묻혀 이 흐름이 여론에서는 많이 묻히고 있습니다만...그렇다고 이 양반들이 뒤에서 마냥 놀고 먹었던게 아니더군요. 2015년 4월 30일,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선거 1년 6개월 전에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하고 획정안을 선거일 1년 1개월 이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선거일 1년전까지 본회의에서 통과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킵니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된 시간을 감안해 내년 20대 총선(2016년 4월 11일)의 경우에는 6개월 전(2015년 10월 11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5개월 전(2015년 11월 13일)까지 국회에서 통과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였습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선거구(지역구)를 짜는 위원회를 국회가 아닌 선관위 산하에 선거하기 1년반 전에 설치(중앙선관위원장 추천 1인과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언론계, 정당이 추천한 8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를 하고 그 위원회가 짜준 선거구가 국회로 넘어오면 국회는 선거 1년 전까지 통과를 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국회는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선거구 획정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선관위 산하에 독립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더욱이 특이할 점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정해진 선거구를 국회에서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하였다는거....그러니까 국회로 넘어온 획정위 안건이 마음에 안 들면 반려는 하더라도 국회 지들 맘대로 국회에서 수정은 못 한다는거죠.
(국회 정개특위에서 국회의원수, 선거구 통합 방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 선관위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선거판 짜기 → 국회로 토스 → 국회에서 검토 후 선거 1년 전까지 통과 or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반려, 국회 마음대로 수정 금지)
국회, 선관위 선거구 획정안 수정 못한다 (기사)
문제는 이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국회의 정개특위(산하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마련한 다음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통보를 해야하는 절차가 있는데 선관위 요청시한(8월 13일까지)이 2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의원 정수, 자치구·시·군 통합 방법 등이 해당할 수 있는데 시작점부터 새누리와 새민련, 정의당 간의 이견차가 크다는 것이죠.
정개특위, 남은 시한 20일… 선거구 획정 논의는 난항 (기사)
새누리 "의원정수 증대는 국민정서와 안맞아" (기사)
새민련과 정의당 등 야당 측 의원들의 주장은 앞선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인구비례에 맞추려면 증원해야 함), 새누리 여당 측 의원들의 주장은 비례대표를 축소해서라도 현행 의원정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의원 정수는 헌법 상에서는 200명 이상으로 하되, 수는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헌법 41조 2항) 따라서 현재 공직선거법상에서 국회의원수를 300인으로 규정(공직선거법 21조)하고 있는데요. 국회의원 수 증감에 대한 논의도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선거구에 대한 논의에 앞서 선거구의 절대적인 수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여야 간의 이견이 커 협상이 크게 진전되고 있지 않은 것이 오늘까지의 상황입니다.
<여기까지 요약>
- 심상정·정우택 의원, 현재의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 중앙선관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제출
- 야권(새민련·정의당) 몇몇 의원들, 국회의원수 증가 관련 의견 피력
- 다음 총선(2016)을 위한 선거구 획정 문제가 국회의원수 증감에 대한 여야 의견차이로 파행 중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회의원수 증가에 대한 이야기. 원래 글 목적을 여기에 두고 쓸 예정이었는데 앞선 밑바탕을 정리하다보니 슬 힘이 달리네요ㅠㅠ 차후 시간이 된다면(심심하다면) 국회의원수 증가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짧게나마 제 의견을 피력해보자면, 저는 국회의원수 증가에 대한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찬성을 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선관위나 심상정 대표 등이 주장한 선거구제 개편(중대선거구제 혹은 권역별 정당비례대표제와 석폐율제 등)도 동반되어야 하겠지요.
국회의원수 증가에 대한 근거는 현행 승자독점식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는 충분한 민의를 국회에 반영을 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우선 들 수 있구요.
그 다음으로는 같은 맥락이지만 비슷한 경제규모와 인구수의 다른 나라(보통 이럴때는 OECD를 들먹여야죠.) 대비 국회의원 1인당 국민수가 한참 모자르다는 것입니다.
[팩트체크] 확대? 유지?…국회의원 수, 몇 명이 적정한가 (2015. 4. 7.)
즉, 국회의원 1인이 대변해야 하는 국민의 수가 많아지는만큼, 반대로 의회에 의원 수가 적은 만큼 의원 1인이 대표하는 유권자의 수가 너무 커질 것이고 그만큼 유권자의 정치적 대표성은 약화될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이상 대의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의원 1인이 대변하는 국민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충분한 민심이 대변될 것이구요.
다시 말해 인구 5000만에 경제규모가 세계 십수위권에 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충분한 대의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국회의원수 증가는 충분한 민의를 대변할 수 있음과 동시에 그만큼의 기득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불어 늘어나는 국회의석수와 개선된 선거구제를 통해 현재 고착화된 양당체제의 대안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구요. 그러면 지금보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투명하게 견제를 할 수 있는 수단(제 3 정당, 제 4 정당 등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당장에 원내 교섭단체조차 꾸리지 못하는 정의당의 현실을 보면 고무적인 부분이죠. 또한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학생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대의자들의 원내 진출도 기대를 할 수가 있겠죠.
그리고 당장에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올해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약 375조 4000억 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산술적으로 의원수 300으로 나누면 의원 1인당 1조 2500억이 넘는 국가 예산을 심사합니다. 역으로 국회의원수가 줄어들게 된다면 국회의원 개인이(법률로 정한 보좌직원 수를 합한다고 해도) 심사,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의 절대적 수치가 늘어날 것이고 그 예산을 통한 권력행사도 지금보다 더 강하고 수월해질 것입니다. 더불어 국회의원수가 줄어들게 된다면(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그래도 200석이 하한선입니다.) 결국은 돈과 사람을 가지고 하는 선거판의 특성상 지역 유지와 재력가 등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화 시키게 되겠죠. 만약 그렇게 되면 저는 그들이 절대적 다수의 서민을 충분히 대변해줄 수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아이고...이 부분은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막 나갔네요.
진짜 진짜로 이 부분을 요약하자면, 결국은 충분한 민의를 정치에 반영한다는 것과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핵심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부분들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제 생각을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 숱한 이슈들 속에 묻혀 있는 이 문제를 물 밖으로 꺼내어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