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원 근무 중 피크가 지나고 슬슬 쉴 무렵
동기형한테서 무전이 왔습니다.
"유경태 공익 지금 당장 생태로 오십시오"
(참고로 생태는 여의도공원 생태의 숲의 줄임말입니다.)
'당장'??... 생태로 '오십시오'??....
~~로 당장 오십시오라....
이건 예전 군대놀이가 막장의 막장을 다니던 시절
병맛 선임샛키가 자아도취하며 즐겨부르던 레파토리가 아니던가...
'이 인간이 미쳤나?..'
라는 의심과 동시에 그래도 옥신각신하며 신뢰를 쌓아온
형이라 군말없이 저는 생태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안내소 밖에서 마중나온 수험생 덕후 형님...
'공부는 안하고 왜 나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저의 시선은 형 맞은 편 열린 공간으로 향했더랍니다.
단아한 여인이 햇빛반사 조명을 받으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더랬죠.
'헉...저 님은!!'
강수정 아나운서 결혼 이후로 제가 무던히도 사모했던
이지애 아나운서 였답니다. 항가항가~
공원 3대훈남의 맵시를 유지하기위해 안경을 안 끼던 저는
그 횽아의 안경까지 낚아채면서 이지애 아나운서의 단아한 자태를
시각화된 이미지로 뇌주름에 깊이깊이 모셔 두었답니다. 그런데..
그렇습니다!! 문제는 싸인이었습니다. 그 횽과 상의했습니다.
뭐라고 불러야할까? 이지애 아나운서님? 이지애 누나?
아니면 노홍철처럼 이지애 누님?
뭐라도 호칭을 불러야 싸인을 받던 말던 할꺼 아닙니까?
일단 그건 부딪쳐 볼 일이고 그 횽과 저는 최적의 사인 셋팅을
위해 순찰일지의 겉표지와 A4 용지,싸인펜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닥감!!
사진 촬영이 끝나고 똘끼 넘치는 제가 먼저 돌진했습니다.
"저기요~"
분명히 우리의 존재를 아셨겠지만 부담스러운 듯 모른 척 지나갑니다.
절박해진 저는 콧소리 섞어 나긋이 외쳤죠.
"지~애~ 누~나~!"
헉! 돌아보십니다!
"싸인해 주세요. 팬이에요"
지애누님 흔쾌히 싸인해 주십니다. 아...그 환한 미소...
옆에서 형님이 거들어 주십니다.
"여섯시 내고향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러자 지애 누나왈
"어? 저 아세요?"
이번엔 제가 다급히 응답합니다.
"추석 때 한복입은 모습 너무 예뻤어요~"
지애누나 기분이 좋은 지 한마디 더 해주십니다.
"저..여기 되게 좋아해요..."
와... 자연생태의 숲을 아끼는 현대적 지성 도시인이라...
IT 사업가로 성공해야 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군요;;;
싸인 마치고 손이라도 잡고 기념촬영이라도 하고 싶었건만
뭣공익 주제에 초면에 도를 넘어선다 싶더군요.
재회의 날을 기다리며 또박또박 두번이나 감사합니다를 외쳐 댔습니다.
아....저는 오늘 세상을 다 가졌습니다...
그래서 외치고 싶습니다...
"뉴욕 해럴드 트리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