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이고 당시 다른 커뮤니티에 한 번 올렸던 이야기지만 오유에 둥지 튼 기념으로 올려봅니다.
제가 아니라 여친이 본 귀신 이야기에요. 여친은 가끔 귀신을 본다고 합니다. 요즘도 1년에 한두번씩은 본다네요.
여친(마눌님)도 오유를 하긴하는데 자기는 그냥 눈팅만 하고 싶다고해서 제가 대신 올립니다.
지금의 마눌님이자 제 아이의 엄마인 당시 여친님과 저는 늦은 저녁에 양푼갈비를 먹으러 갔어요.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나와서 차에 올랐지요.
근데 여친이 뒷좌석쪽을 힐끗 힐끗 쳐다보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빠, 뒷 좌석 운전석 뒷쪽에 귀신이 앉아있어. 얼굴은 두리뭉실해서 못 알아보겠고, 가만히 앉아있네"
한번씩 저럴 때마다 오싹오싹하죠.
뒤돌아 봤지만 역시나 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당시에는 꽤나 자주 보인다고 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처음엔 여친도 놀랐지만 곧 차분해지더군요.
전 태연한 척 시동을 켜고 운전을 시작했어요.
한참을 달리는데,..눈엔 안 보이지만 뒷꼭지가 근질근질 해서 다시 물어봅니다.
"아직 그대로 있어?"
한번 뒤돌아 보더니
"응, 근데..이젠 옷차림이 지금 나랑 똑같네"
소름이 쭉 돋더군요.
보통 지나가는 귀신을 봤다거나 서 있는 귀신을 지나왔다는 얘기는 했어도
같이 차에 타서 계속 따라오는 귀신 이야기는 저도 처음 들었거든요.
게다기 내 바로 뒷자리라니,.
저는 귀신 따위 안 무섭다는 식으로 이것 저것 얘기를 시작했어요.
초자연현상이 어쩌구 저쩌구,..과학적으로 설명이,..블라블라
어디 티비에서 봤는데 최면술로 대상의 팔이 통나무라고 인식시키면 대바늘로 찔러도 안 아프다더라,..어쩌구 저쩌구,.
여친 말을 안 믿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공포가 허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다보니 그 얘기까지
나왔던 것 같아요.
그 때,..
여친이 뒤를 조심스럽게 돌아보고는 저한테 소근 소근 얘기했어요
"오빠,...지금,...그 귀신,..몸이고 얼굴이고 전부 통나무야,..."
아까까지 여친님의 복장으로 있던 귀신이 지금은 얼굴, 팔, 몸통이 전부 통나무로 바뀌어 있더라는거죠.
어우,..지금 쓰면서도 소름 돋아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걸까요?
솔직히 등줄기가 서늘하고 팔에 소름이 확 돋았지만 태연한 척 마구 웃었어요.
"센스있는 귀신이네, ㅋㅋㅋㅋ, .....아직도 있음?"
뒤돌아본 여친이 지금은 없다고 하더군요.
자세히 물어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귀신은 자기네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서
모여든다는 소리가 있어서 꾹 참았어요.
요즘은 1년에 한두번 정도지만 당시엔 꽤 자주 귀신 본 얘기를 해서 사람을 깜짝 깜짝 놀래켰던 기억이 나네요.
다음 번엔 고속도로 상에서 봤다던 귀신 이야기를 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