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남소연 - 토론과 대화는 모든 조직의 윤활유와 같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다른 듯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국제 심판으로 명성이 높은 김영주씨가 월드컵 이후 프로축구 판정 논란이 있을 때 어느 인터뷰에서 "심판행정에 대해 협회가 개선해야 할 부분"을 언급했다. 곧바로 조중연 당시 전무의 공격을 받았다. 조 전무는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다시는 운동장에 못 서게 하겠다"고 했다고 들었다. 실제로 김영주 심판은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채 쓸쓸히 은퇴했다. 축구인으로 쌓아온 명예를 잃고 말았다. 명성 높은 심판이 독선적인 전무로부터 퇴장당한 것이다.
이는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협회 상층부의 눈밖에 나면 축구계를 떠나야 하는 현실이다. 반대로 어쩌다가 상층부의 눈에 들어 직함도 얻고 활동비도 받게 되면 완전히 입 속의 혀처럼 지내야 하는 형편이다. 굴욕적이다. 그라운드에서 흙먼지 뒤집어써가며 살아온 선배들의 자존심이 그깟 명함과 돈 몇푼에 구겨지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오염되고 만 것이다. 지난 선거 때 "축축모"에 포함되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철저히 보복 당했다. 원로 선배 몇 분은 축구경기 티켓도 오지 않는다고 쓴웃음을 짓는 걸 보았다. 티켓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래도 그 어렵던 시절에 축구계의 한몫을 담당했던 원로 선배들인데 정치적으로 편을 딱 갈라놓은 것이다.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독재정권이나 철권정치 시대 때에나 볼 수 있는 일이 축구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 조중연 부회장인데 행정을 총괄하는 "전무" 자리에서 부회장으로 "후퇴"했으니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어림없는 소리다. 지난번 부회장으로 물러날 때 나는 "무능과 부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쇼"라고 칼럼을 썼다. 이 칼럼을 읽고 협회측 인사들은 내가 무조건 조 부회장을 미워한다며 비난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조 부회장의 수렴청정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성적이 나쁘고 여론이 안 좋으면 감독들 경질하느라 바쁜 사람이었다. 차범근, 허정무, 박항서, 쿠엘류...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뭐라도 남은 게 있어야 하는데 답답하다. 실패했으면 실패한대로 어떤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기술보고서나 경질 사유서 한 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경질하는 것으로 끝냈다.
이번 기술위 파동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조영증 감독이다. 물론 기술위의 부위원장으로 책임의 한계에서는 자유스럽지 못했지만 영어 구사도 잘 하고, 선진 축구도 잘 알고, 축구인들 사이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런데 조 감독이 뜻을 제대로 펴보기는커녕 혼선 파동의 주역처럼 되고 말았다.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조중연 부회장은 무엇보다 축구계 후배들에게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