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와 섹스
사람이 섹스를 할 때 생식세포, 곧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면 세포 융합이 일어난다. 세포가 융합할 때 두 세포의 핵 DNA는 한 쌍의 염색체 안으로 함께 들어가지만, 두 세포의 소기관은 하나의 세포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정자와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끼리 사활을 건 투쟁을 벌일 수 있다. 영국 생물학자인 로렌스 허스트는 이러한 경쟁을 ‘게놈 내의 분쟁’(intragenomic conflict)이라고 불렀다.
허스트에 따르면 정자가 난자에게 양보해서 아버지 쪽의 세포 소기관은 자식에게 전달되지 못하지만 어머니 쪽의 세포 소기관은 제대로 전달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정자가 희생을 치른 반면 난자는 혜택을 받은 셈이다. 결국 정자는 소기관이 제거되기 때문에 작고 대량생산되지만 난자는 소기관을 갖고 있으므로 크고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한 개의 세포질을 놓고 두 생식세포가 다투는 과정에서 정자가 양보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 소기관이 오로지 어머니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도록 진화되었다는 허스트의 가설은 사람이 하필이면 남녀 두 개의 성으로 나뉜 까닭을 설명한 이론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모계로 유전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별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암수 두 가지 성별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결과일 따름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참고문헌>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김영사, 134-143 이인식,「성과학 탐사」, 생각의 나무, 61-64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세포 안에 존재하는 소기관. 산소를 호흡해 사람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90%를 생산하는 세포의 발전소이다. 모든 세포에는 수백여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핵 외부의 세포질 속에 존재한다. 한 개의 미토콘드리아는 여러 개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갖고 있다. 한 개의 미토콘드리아 DNA에는 37개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원
미토콘드리아가 핵 밖에 존재하면서 세포핵처럼 고유의 유전자를 갖고 있음에 따라 그 기원에 대한 이론이 분분하다. 가장 설득력이 높은 것은 미국의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가 진핵세포의 기원을 풀이한 세포 공생설이다.
생물은 세포 안에 핵이 없는 원핵생물(박테리아)과 핵을 가진 진핵생물(박테리아를 제외한 모든 생물)로 구분된다. 마굴리스에 따르면, 약 20억년 전 우리 몸 안에 들어온 박테리아가 미토콘드리아로 자리를 잡게 된다. 결국 세포는 박테리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고 그 대신 박테리아는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받는 공생관계가 성립되어 진핵세포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은 박테리아이다.
<참고문헌> 린 마굴리스, 「마이크로코스모스」, 범양사 출판부, 132-138
◆미토콘드리아와 이브 이론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와 다른 특성이 두 가지 있다. 먼저 핵 DNA는 양친으로부터 자식에게 유전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로지 어머니에 의해 후손에게 전달된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보다 10배 가량 빨리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에 착안하여 현생 인류의 기원을 찾아나선 인물은 미국의 앨런 월슨이다.
월슨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전정보가 복제될 때 발생하는 착오, 즉 돌연변이의 결과를 분석하여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머니 쪽의 혈통을 찾아낼 수 있다. 윌슨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여 모계 혈통의 가계도를 완성했다. 나무 모양의 가계도를 그린 까닭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되는 여자가 뿌리에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윌슨은 이 여인을 ‘이브’라고 불렀다.
이브는 대략 2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생존했던 여자로 추정된다. 아프리카가 에덴 동산인 셈이다. 요컨대 현생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흑인종이었으며 나중에 세계 도처로 퍼져나가 지역에 따라 상이한 인종적 특성이 출현하면서 백인종도 되고 황인종도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브 이론은 많은 공격을 받는다. 이브 이론과 팽팽히 맞서는 다지역 진화론에서는 무엇보다 고고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비판한다.
<참고문헌> 월터 보드머, 「인간의 책」, 김영사, 219-230 이인식, 「제 2의 창세기」, 김영사, 237-246
출처 | http://cms.daegu.ac.kr/sgpark/molecular%20biology/%EB%B6%84%EC%9E%90%EC%83%9D%EB%AC%BC%ED%95%99.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