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나 대학원 가고 얼마 안돼서 엄마가 직장암 판정 받았을때... 세브란스가서 진료받는데 진료실 앞 복도 의자에 암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암이 암인지 암이 감기인지.. 어안이 벙벙했어
그래도 직장암은 전이도 늦고, 왠만해서는 생명에 지장도 없다길래 잘될줄 알았지.... 식구들 모두 그런 줄만 알았지...
괄략근 살리려고 복부에 인공장루를 내었다가 넣었다가, 내었다가 넣었다가... 이제 열손가락으로 셈하기도 헷갈릴만큼 입원과 퇴원, 수술을 반복하는 엄마를 보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어.
항문으로 똥을 못 누는 사람도 있구나. 남들처럼 입으로 밥먹고 똥구멍으로 똥싸는게 당연한줄만 알았지.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지.
엄마에게 인공항문이 생긴 후로 난 변기에 앉을 때마다 생각해. 이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우유부단한 아버지 만나서 이기적인 시댁식구들 등살 버텨내며 고생 많이 했잖아. 외갓집에서 엄마 잘먹고 잘 살라고 준 돈 아버지가 조악한 주둥이 잘못놀려 고모들이 돈빌려달라고 손내밀게 만들었을 때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난 대학 졸업 하고 나서야 어렴풋이 짐작했어. 난 내 친가 식구들이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들인지 몰랐거든..
공부한답시고 우리집에서 돈쓰는 귀신이었던 나마저 엄마 덕에 사람답게 밥벌이 하고 있는데 엄마는 왜 아픈걸까...
수술을 버티고 버티다 엄마는 이제 영구장루 차고 살겠다고 했지.. 그래도 괜찮겠냐고 내게 물었지..
난 뭐든 괜찮아 살아서 옆에 있어준다면 함께 밥먹고 이야기해준다면 난 엄마가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아. 살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