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심히 하고 정직하게 하면 할수록 손해였다.
- 만약에 a라는 병사랑 b라는 병사가 있다고 치자. a는 꼼수 쓰지않고 하는 일에 성실히 하며 거짓말을 잘 안 한다. b라는 병사는 뭔가를 시키면 무슨 핑계를 대서든 안하면서 뭐를 물어보면 거짓말을 일삼는다.
나중에 피곤해지는건 결국 a다.
병사들에게 일을 시키는 간부 입장에서는 b는 결국 다루기 힘들고 뭘 시켜도 결국 뒷손이 가게 된다. 하다못해 b같은 병사만 많다면 모르겠는데. 둘러보면 a같은 병사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 괜히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그냥 a한테 다 시켜버리면 간부 입장에서도 편하게 된다. b는 사고만 안 치면 다행이고.
더 빡치는건. 그러면서 봐주는거 없이 오히려 눈높이만 올라가게 된다. a가 너무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요령을 피우게 되면 실망이다. 넌 좋게 봤는데. 이러면서 할 말 못할말 하게 된다.
b가 요령 피우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쟤는 원래 저런 애니까. a가 뭔가를 바라고 군생활 열심히 한게 아니더라도 그런 이중잣대를 보게 되면 붓다가 아닌 이상 빡치기 마련이지 않을까.
화룡점정으로. 병사들 사이에서는 b가 군생활 잘하는 병사로 인식이 된다.
2. 사람은 기본적으로 착하다. 단 자기에게 피해가 없을 경우에.
- 군대에서 동기들은 기본적으로 다 친하다. 서로 의지할게 서로밖에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여러분. 여러분들은 인간관계를 가질때 기본적으로 무엇을 볼까. 당연히 상대랑 가까워지고 싶은 점. 즉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 면이나 호감이 가게 하는 면을 보고 인간관계를 가지기 마련이다.
군대는 그런 거 없다. 막말로 서로 처음보는 애들 한 생활관에 몰아넣고 서로 친해져라. 이거다. 그래도 병사들은 동기니까 나한테 반말하고 나도 반말할수 있는 대상이 얘네 밖에 없으니까 큰 이유 없으면 다들 친해지기 마련이다.
단.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피해가 온다 싶으면. 바로 가차없이 얼굴 돌리기 마련이다.
서로 친하게 지내더라도 얘가 뭔가를 까먹어서 내가 일을 더하게 됐다면. 바로 찾아가 정색하면서 따지고 상대도 따지다보면 언제나 틀어지게 돼있다.
사회에서도 안 그런다는건 아니지만. 군대란곳은 서로 여유가없고 서로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가벼운거에 무겁게 반응하는게 크다. '모두 똑같이 힘든거야.'라는 말은 머리속에나 들어있지 가슴속에는 들어있지 않다. 다들 가슴속에 든 말은 '난 왜 이리 힘들지.' 이것일 거다.
내가 5만원 잘해줬어도 천원 빛지는 순간 나는 상대방한테 개새끼가 되면서 그 순간 지금까지 한 것들이 헛짓거리 됐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동기간이 아니라. 선후임 관계도 그렇다.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뭐 하나 잘못하면 바로 틀어진다. 그런거 다 감수하고 다시 엉겨붙고 하는게 군생활이라 해도. 내가 얘 힘들까봐 되도록 일 안시키고 내가 하려 했어도, 잠시 피곤해서 못하면 바로 '짬티 부리며 후임에게 일 떠넘기는 선임'이 되버린다.
혹시 난 그런거 없다. 난 애들이랑 다 끈끈하게 잘 지냈다 하는 분이 있다면. 정말 별 일 없이 잘 지냈는지. 뭔 일이 있어도 다시 완벽하게 화해하고 일 마무리 짓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지냈는지.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게 궁금하다. 적어도 난 아니었다.
글쓴이가 전역 앞두고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전역했기에. 하소연 한 번 해봤다. 내가 모자라서 벌어진 일들이었지만. 내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많아서. 한 번 누구에게라도 해보고 싶었던 하소연 해봤다.
부디 이 글 본 사람들은. 내가 내 생각을 여러분들에게 설득시키려는 것이 아닌. 그저 속에 쌓아둔 얘기 허심탄외하게 털어보고 싶어서 작성한 것이기에. 요새 군대가 군대라느니, 뭘 그런거 가지고 그러냐느니 하는 비판은 되도록이면 삼가해주셨으면 한다.
막짤은 논산 훈련소에서부터 21개월 동안 나랑 같이 오래 있던 전투화. 다른건 다 바껴도 전투화는 안 바꼈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전투화에는 애착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