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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2030 "헬조선, 죽창 앞에선 모두 평등"
게시물ID : sisa_6067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운명처럼사라진
추천 : 13
조회수 : 2213회
댓글수 : 70개
등록시간 : 2015/08/08 22: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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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2030 "헬조선, 죽창 앞에선 모두 평등"
[인터뷰] '헬조선' 사이트 운영자 "노오오오력해봐야…"
 
 
 
애국 외에는 누구도 한국을 대상화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군부를 향해 돌을 던진 486세대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사진에는 어김없이 태극기가 휘날렸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과거와 다르다. 눈만 뜨면 뉴스에서 보도되는 권력층의 부조리와 꽉 조여진 신분 체계,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 체제에 지쳤다. 대학생 때부터 지는 거액의 빚, 삶의 목표가 정규직 취업이 되어버린 현실에 자조하고 있다. 어느새 이들이 부르는 한국은 '헬조선'이 되었다.

헬조선은 지옥이라는 뜻의 영문 '헬(hell)'과 한국을 비하하는 의미로 전근대 왕조 이름을 사용한 '조선'이 합쳐진 말이다. 한국의 오늘이 지옥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역사 갤러리에서 처음 이 말이 사용되었고, 주식 갤러리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근래에는 웹사이트 헬조선(www.hellkorea.com)까지 등장했다. 어릴 때부터의 반복 수업으로 애국심을 자연스럽게 체화한 한국인이라면 이 사이트의 게시판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홈페이지의 머리 부분에는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라는 서늘한 용어가 붙어 있고, 각 게시물은 부조리로 가득한 한국의 오늘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뉴스로 도배되어 있다. 이용자들은 '탈조선(해외 이민)'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뉴스에 소개되는 부조리한 소식에 분노하며 '이 맛에 헬조선에서 산다'는 비아냥을 날린다. 적잖은 보수 매체에 실린 칼럼은 이 사이트에 소개된 글들을 선동으로 간주하거나 조국 비하 게시물이라는 불쾌한 대상으로 규정하기 바쁘다. 

게시판 중 하나인 '탈조선(해외 이민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판)'의 첫머리 글에는 "탈조선이 불가능하다"는 글과 함께 개가 칼을 물고 달려오며 '주인님, 얼른 자살을!'이라고 외치는 그림이 유머처럼 뜬다. 한국 국방비 전액 중 사병 인건비가 겨우 1.96%에 불과하다는 도표와 함께 '제발 헬조선인이라면 무상 애국하자!'는 비아냥이 곁들여진다.

<프레시안>은 이 사이트를 만든 관리자 김 아무개(30) 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해 김 씨의 화법으로 정리했다. 

▲웹사이트 헬조선. ⓒ홈페이지 캡처
 
 
 
"죽창 운동은 생존권 위협받는 이들의 최후의 저항 상징" 

안녕하세요. 웹사이트 헬조선 유일한 운영자인 아이디 '헬조선'입니다. 서울에 사는 30살의 평범한 남자입니다. 평범한 광고 회사에서 존경스러운 직장 동료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따라 우리 사이트 '헬코리아닷컴(헬조선)'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헬조선이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몇몇 주갤(주식 갤러리) 사람들이 자주 이용했습니다. 아무래도 갤러리 특성상 각종 이슈에 민감하다 보니 특히 자주 이 용어가 사용된 것 같습니다. 

이 용어를 주제로 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기로 기획한 건 지난 3월입니다. 준비 끝에 지난 5월 정식 오픈하였습니다. 매월 10~20%가량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현재는 매일 2000~3000명의 사람이 방문합니다. 이 중 이른바 2030세대가 60% 정도 됩니다.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분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문구는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불순 세력의 모임으로 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만큼 처절한 우리 삶을 상징하는 표어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각종 무기는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검은 무력이나 규율을 상징합니다. 철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격한 권력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창은 역사적으로 생존권을 상징합니다. 창 중에서도 가장 저급한 죽창은 생존을 넘어 '최후의 저항'과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따라서 '죽창을 쥐겠다'는 헬조선의 문구는 극단을 치닫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무릎 꿇은 우리 사이트 이용자들의 지독할 정도로 자기 파괴적인 포기 선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뜻을 가진 헬조선의 키워드인 셈입니다. 굳이 더 쉽게 얘기하자면 이미 수많은 거짓말에 지친 우리 사이트 이용자들의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같이 죽자!'는 식의 비유입니다. 어때요? 그다지 위험하진 않지요?

죽창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이 사이트 운영비는 전액 제 사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죽창 배너를 가릴 광고 제의가 온다면 언제든 바로 죽창 배너를 내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헬조선에서는 돈이 사람보다 중요합니다. 광고 문의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이트에 충격을 받으셨거나, 마치 혁명을 외치는 사이트인양 착각하시는 분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막 이야기하실 참이었던 모든 분께 한 말씀 더 올리겠습니다. 

언론을 보면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홍보하는 숫자들이 가득합니다. 경상수지가 어떻고 한국인 평균 수명이 얼마나 길고 국가 신용 등급이 얼마나 높은지 등 말이죠. 

그러나 남이 정해놓은, 이처럼 몸에 와 닿지 않는 행복 기준에 지금 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에서 왜 삼포세대(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니 오포세대(삼포세대에 더해 집과 친구까지 포기한 세대)니, 이제는 N포세대(계속 포기할 게 늘어남을 상징하는 말)라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사실 포기라는 말조차 허망합니다. 포기하려면 기회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헬조선'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사용하는 이들을 한국 사회는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 게임 유저가 만든 '헬조선 지옥불반도' 지도. 출생부터 치킨 사업을 하다 망하기까지, 한국의 평범한 이의 삶의 미래가 조소섞인 농담으로 표현되어 있다. ⓒinven.co.kr
 

냉소가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지옥과 같은지 한 줄로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헬조선은 사회 모순을 지적하면 빨갱이·패배자가 되는 나라입니다. 젊은이가 아프면 청춘이 되는 나라고 의무는 산더미인데 권리는 없는 나라입니다(더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헬조선'이라는 단어와 함께 우리 사이트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는 '노오오오력'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숱한 구조적, 사회적 문제가 많은데 비겁하게도 이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네가 고생하는 이유는 노력하지 않아서야.' 
'네가 대학에 못 간 이유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네가 취직 못 한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이지.' 

전부 틀린 말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도 발버둥을 쳐야 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탓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모순을 비꼬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가 '노오오오력'입니다. 

저는 이른바 산업화세대, 486세대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다만 '짱돌을 들어라'거나 '네가 더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대신할 이야기는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선진화된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조금 더 냉소적인 시각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이트 이용자들은 다 압니다. 기득권들은 '한국이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서 뒤로는 원정 출산하고, 이중국적 취득하고,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 제 살길을 찾고 있습니다. 

이미 판단이 빠른 고급 인력들은 탈조선 하여 외국 국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은 자들은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라는 애국 이데올로기, 노예처럼 일하라는 기득권 이데올로기라는 쇠사슬에 얽매였는지 모른 채, 누구 쇠사슬이 더 크고 예쁜지 자랑하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전국 노예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대충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토론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때문에 우리 사이트가 존재합니다. '헬조선'이라는 키워드를 자기 이념 프레임에 맞춰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사양합니다. 우리 사이트가 조금 더 냉철하게, 타성에 젖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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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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