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있는 영화 [어벤져스]는 2012년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등 잘나가는 '스타'들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코믹스를 최초로 실사화 한 어벤져스는 2012년이 아닌 1978년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12년 제작된 영화 [어벤져스]는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들로 코믹스의 상상력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왔는데요.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기 전의 어벤져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여러분들께 1978년의 어벤져스를 소개합니다! 단언컨데, 1978년의 어벤져스를 보시는 순간 여러분은 웃게 되실겁니다.
1. 1978년 미국 TV시리즈 [어벤져스] 프로모 영상
시작하자마자 당황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BGM이야 70년대 작품임을 고려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보라색' 번개가 나오는 토르의 망치는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마치 전래 동화 속 금도끼 은도끼가 생각나는 망치입니다. 미국의 자존심 '캡틴 아메리카'는 봉고차의 문을 열고 등장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캡틴은 지금보다는 많이 갸냘픈 모습입니다.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바로 '아이언 맨'인데요. 백만장자에 군수산업 CEO인 토니 스타크의 모습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만 '아이언 맨'의 비주얼은 많이 쇼킹합니다. '블랙 위도우'는 검정 옷을 벗고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으로, 호크아이는 활과 화살대신 느끼한 눈빛을 자랑하는군요.
2013년의 우리가 볼 때에는 많이 부족한 [어벤져스]입니다만 35년전에 만들어진 영상임을 감안하고 본다면 훌륭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컴퓨터 그래픽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임에도 코믹스를 실사화 하기위해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2. 원주민 토르?
우리가 알고있는 천둥의 신 토르는 갑옷에 붉은 망토를 두른 슈퍼히어로입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을 '토르'를 모티브로 한 이 히어로는 DC코믹스의 '슈퍼맨'처럼 인간이 아닙니다. 때문에 영화화 과정에서 인간과 신들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해야했음은 물론이고 신들이 살고있는 세계인 '아스가르드'도 섬세한 묘사가 필요했습니다.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등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이영화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화려한 비쥬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는 우직하고 위용 넘치는 토르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듣습니다.
그렇다면 1978년의 토르는 어떨까요? 갑옷을 입고있다는 사실은 같지만 이 갑옷은 우리가 알고있는 '멋진 갑옷'과는 거리가 멉니다. 소매에 달린 털들은 무슨 용도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토르 역할을 맡은 배우는 크리스 햄스워스 못지 않게 멋지지만, 그의 의상은 신비롭다기 보다는 원주민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3. 아이언맨,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이언맨'은 침체되었던 마블 스튜디오를 되살린 주역입니다. 2005년, 경쟁사 'DC 코믹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슈퍼히어로물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습니다. 반면 마블은 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던 '판타스틱 포' 시리즈와 '데어데블'이후 침체기에 빠져있었죠. 그런데 2008년 아이언맨이 등장하자 판세는 바뀌기 시작합니다.
돈 많고 똑똑하고 잘생기고, 게다가 섹시한 아이언맨은 많은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이언맨]의 흥행 성공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마니아층에게만 향유되던 '그래픽 노블'을 대중적인 취미로 바꾸어 놓았으며, 계획만 되던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실사화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경쟁사인 DC코믹스에서도 마블의 성공을 바탕으로 슈퍼맨 리부트인 '맨 오브 스틸' '그린랜턴' 등을 내놓게 되죠.
2012년, 만인의 연인으로 떠오른 이 멋진 히어로는 그러나 1978년에는 굴욕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언맨의 핵심인 아크 원자로는 그 모양 조차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촌스러운 주황색 강철을 머리부터 온 몸에 뒤집어 쓴 아이언맨은 세련된 2012년의 수트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비록 35년 사이에 아이언맨 수트는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좋아하는 토니스타크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4. 갸냘픈(?)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는 78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트를 입고 있습니다. 성조기의 대표 컬러인 붉은색, 흰색, 파란색이 어울어진 의상에 가슴에는 미국의 '주'를 상징하는 별이 달려있죠. 캡틴의 헬멧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요. 파란 컬러에 'A'가 쓰여져 있다는 점은 같지만 더 날렵해지고 활동성 있어졌습니다. 과거의 헬멧이 오토바이 헬멧이었다는 점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캡틴의 무기인 방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방패가 투명색으로 만들어져 '플라스틱' 같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면 현대의 방패는 더욱 단단해지고 세련되어졌습니다.
무엇보다 78년의 캡틴과 2012년의 캡틴에 차이라면 35년 사이 캡틴 아메리카가 근육질의 사나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는 약골이었던 스티브 로저스가 토니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의 도움을 받아 '슈퍼 솔저'가 되는 설정으로 나옵니다. 이에 따라 캡틴의 몸 역시 근육질에 단단함을 자랑합니다. 물론 78년의 캡틴 역시 훌륭합니다만 미국의 수호신에는 2012년의 캡틴 아메리카가 더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5. 그나마 선방했다! 헐크
헐크는 지금까지 3차례 영화화 되었습니다. '헐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2편, 헐크가 주인공들 중 한명으로 나오는 영화가 1편입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관객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2003년 에릭 바나 주연의 헐크, 2008년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헐크도 아닌 2012년 [어벤져스]의 헐크라는 것입니다. 수십년의 시간동안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헐크, 브루스 배너 박사. 그는 실험 도중 감마선에 노출 되 거대한 괴물로 변신하게 된 인물입니다. 조금씩 설정이 변화하며 이제는 분노를 제어하는 경지(?)에 오른 인물로 묘사되지만 극도로 분노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이성을 잃은 괴물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로키(톰 히들스턴 분)을 바닥에 패대기 치던 것 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78년의 헐크는 어떨까요? 과거의 헐크 역시 초록색 얼굴과 초록색 몸을 가진 빅 사이즈 히어로입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의 헐크보다 현재의 헐크가 좀 더 디테일하다는 것인데요.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78년의 헐크에 비해 2012년의 헐크는 부풀어 오른 근육이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편 헐크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인데요. 그는 일반적인(?) 상태에서 90톤의 무게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노의 수치가 높아지면 헐크의 괴력 역시 상상 그 이상으로 강력해집니다. 지난 5월 개봉한 [아이언맨3]의 쿠키영상에 깜짝 등장한 브루스 배너 박사. 과연 향후 헐크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그리게 될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6. 2012년 영화 [어벤져스] 예고편
1978년 어벤져스, 어려분은 어떠셨나요? 오늘날 현실과 스크린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정교한 SF영화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끊임없는 상상력과 실사화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연 미래 SF영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보하게 될까요? 그 때가 되면 지금 우리가 '멋지다'고 칭찬해 마지않는 [어벤져스]의 예고편도 '촌스러운' 옛날 영화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2015년, 다시 돌아올 [어벤져스]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과연 마블 스튜디오가 어떤 마법을 부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