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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삥' 뜯는 시장님, 부산은 '개고생'이다
게시물ID : sisa_6068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refox0807
추천 : 10
조회수 : 1362회
댓글수 : 85개
등록시간 : 2015/08/09 20: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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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의 어퍼컷] 시장이 무능하면 시민이 털린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창의적 행정이 불가능한 지방자치단체장이 흔히 보이는 행태가 몇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제적인 메가 이벤트를 유치, 개최하는 것이다. 인천(아시안게임)과 전남(F-1 자동차경주)은 온갖 경제 효과를 떠들어 댔지만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강원도는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 후 떠안게 될 거대한 재정 적자를 향해 지금 분산 개최도 거부한 채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능력도 안 되지만 최소한의 공부도 하지 않은 경우다. 주민의 민생과 복지를 우선시 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런 이벤트 유치에 '올인'하지 않는다.

시장이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면서 주민의 민생, 복지를 우선시 하는지, 아니면 대규모 이벤트성 행사의 개최나 큰 건물 짓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살펴보면 대체로 그 시장의 능력, 따라서 결국은 그 시정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전자와 후자 중 어느 쪽이 더 창의적이고 능력이 있는지, 동시에 어느 쪽이 (토건업자나 투기꾼이 아니라!) 주민에게 더 좋은 시장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나쁜 시장이 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그럴듯한 업적이 나올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자 다른 사람도 아닌 시민의 주머니를 털겠다고 나서는 시장이다. 자신의 무능을 시민의 돈으로 해결하려는 시장이다.

시민을 등급 매기는 부산시

부산시는 10월 23, 24일에 있을 제11회 부산 불꽃 축제를 유료화하기로 하고 8월 3일부터 인터넷 판매에 돌입했다.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 최고 명당자리에 총 1만 개의 좌석을 깔아 돈을 받고 팔기로 했는데 그 중 1차분 1000석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티켓은 두 종류다. 테이블과 의자를 갖춘 R석(1000석)은 10만 원, 의자만 판매하는 S석(9000석)은 7만 원이다. 그 수입으로 부산시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불꽃 축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 한다.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담 때 경축 행사의 하나로 열렸던 부산 불꽃 축제는 부산 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기던 축제였다. 그런데 앞으로 4인 가족이 좋은 자리에서 보려면 28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한 행사로 변모했다.

그런데 부산시 측에서 밝힌 유료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얄밉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는 서병수 시장 본인 스스로 약속했던 선거 공약 아니었나? 그걸 왜 시민의 돈을 뜯어 하겠다는 건가.

또 부산시 공무원은 "불꽃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많은 인파 때문에 제대로 된 관람을 할 수 없어 꾸준히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외지인들을 위해 부산 시민들은 주변부로 쫓겨나야 하고,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자릿세를 내야 한다는 것인가.

또 부산 불꽃 축제 홍보팀장은 "축제를 통해 부산이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한 오랜 논의 끝에 결정 내렸다고 하는데 그 표현의 천박함은 모른 척 하더라도 왜 부산시는 부산 시민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가.

휴가철 계곡에서 자릿세 뜯는 건달인가

불꽃 축제를 부산 대표 축제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부산 시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싼 표를 살 수 없는 부산 시민들을 주변부, 뒷전으로 내모는 것은 돈 없는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왜 부산 시민에게 등급을 매겨 그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는가. 가뜩이나 즐길 것, 볼 것 없는 부산에서 그래도 불꽃 축제 하나 부담 없이 즐겼는데 이제 와서 돈을 내라니 이게 봉이 김선달이 아니고 무엇인가?

부산시의 말대로 축제를 통해 돈을 벌수도 있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재정을 시민들에게서 걷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비교해 보자. 얼마 전 끝난 보령의 머드 축제는 외지인 수십만 명이 다녀갔고 덕분에 주민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혜택을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그나마 입장료라고 해봐야 1만 원짜리 한 장이고 그것으로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솔직히 5~6만 원 하는 콘서트도 두 시간은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부산시는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불꽃쇼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좋은 자리에서 앉아 보려면 자릿세 10만 원을 내라고 한다. 휴가철 계곡에서 자릿세 뜯는 동네 건달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거 시민 등치는 것 아닌가. '삥' 뜯는 것 아닌가. 서병수 시장은 10만 원이 우습게 보이는가. 돈이 없으면 협찬사를 더 끌어 모으던가 아니면 규모를 축소하면 되지 왜 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가.

부산.jpg

부산의 미래 신성장 산업은 도박?

부산시가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간다는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작년(2014년) 지방 선거에서 서병수 시장이 당선된 이후 부산시가 내국인도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 도입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지난 2월 서 시장이 세계적 카지노 기업인 샌즈그룹 일행을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오픈 카지노가 부산시 미래의 먹을거리라는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특히 서병수 시장은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카지노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면서 "세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폐해를 방지하고,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양성화시켜 관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을 뿐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카지노 유치 지역과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샌즈그룹은 중앙 정부가 다행히(?) 오픈 카지노 불허 방침을 고수하는 데다 지역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자 사업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게 된다.

지난 6월 이렇게 오픈 카지노가 백지화 되는가 싶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부산시는 쉴 틈도 없이 '도박 도시 부산'을 향한 2탄을 내놓는다. 7월 부산시는 경정 유치를 공식화 한다. 봄부터 기장군 연화리 앞바다에 31만여 제곱미터의 인공섬 조성하면서 경정장을 유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왔는데, 카지노가 어려워지자 곧바로 경정의 깃발을 쳐든 것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기존 경정장과 경주를 나누는 것인데 경제적 타당성 조사도 마친 상태다.

그러나 경정은 사행성 논란은 물론 연화리 일대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앞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데 이곳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정은 그 어떤 변명과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도박이라는 것이다.

경정의 시행 주체가 될 스포원(옛 경륜공단)은 요즘 "경정은 사행 산업이 아니라 건전한 레저 산업이다"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 같다. 참으로 한심하고도 웃기는 이야기다. 제 정신이 아닌 거다. 아무리 열심히 빨아서 포장을 하고 향수를 뿌린 후 리본을 달아도 걸레가 걸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경제 효과,' '매출,' '순익,' '배당'이라는 환상적인 용어를 쓰더라도 이것이 사실은 도박의 '판돈'이자 부산 시민이 '잃은 돈,'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피 같은 돈'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만약 경정장까지 들어서면 부산은 경마, 경륜, 경정 등 3대 사행 산업이 모두 들어선 도박 도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시장님 업적을 위해 시민은 거덜 나야 하나?

심하다. 부산시는 심지어 축제조차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그 비용을 마련하려 한다. 이러한 시도가 결국 부산 시민들의 마음에 박탈감, 소외감을 안기고 이제까지 함께 하던 시민들에게 등급을 매기고 시민 스스로 계급을 체감케 하는 매우 나쁜 정책임에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밀어붙이고 있다.

부산시는 자신의 능력으로 재정 문제를 타개하고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이 보이지 않자 그 비용을 시민에게 부담 지우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하필이면 고약하게도 도박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기업이나 외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고 주민들의 소득을 올리려 노력하는데 부산시는 부산 시민들에게 '너희들 일자리와 소득 향상을 위해 도박을 하라'는 이상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특히 도박은 '빈자(貧者)의 세금'이라고 불릴 만큼 그 파괴적 피해를 서민들이 집중적으로 떠안는, 정말 나쁜 산업이다. 도박은 '가산 탕진,' '가정 파탄'의 지름길이고 이 때문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졸지에 '불량 청소년'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막장 인생'에 처한 이들을 살펴보라. 대부분 직전에 도박을 거친 자들이다.

노동과 여가 모두를 박탈당할 것인가

축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동체의 통합이다. 축제가 주민들을 갈라놓고 위화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또 책임 있는 자라면 동네에 도박장에 들어서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부산시가 앞장서 도박장을 들여오려는 지금의 현실은 황당하기만 하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불꽃 축제 유료화든, 오픈 카지노든, 경정장이든 간에 부산시가 밀어붙이며 한 결 같이 내세우는 논리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를 어떻게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백성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해결하려 하는가. 시민이 '봉'인가. 그렇게 우습나.

서병수 시장은 자신의 첫째가는 공약으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었다. 이는 부산 시민에게 노동의 기회, 즉 일자리를 선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동의 제공이 불가능해지자 이제 시민의 여가를 공략하려든다. 시민의 여가를 도박으로 몰아 그나마 손에 쥐고 있는 돈마저 빼앗아가려 하는 것이다. 부산 시민은 결국 노동과 여가 모두를 박탈당할 상황에 처했다. 일자리를 달랬더니 오히려 '삥'을 뜯어가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에도 수준이 있듯이 깡패들에게도 수준이 있다.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 〈친구〉의 준석(유오성 분)이 말했듯이 "쪽 팔리는 짓"을 하지 않는 것, 최소한의 체면을 지키는 건달이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은 양아치라고 한다. '부산시의 발전'을 위해, '시장님의 업적'을 위해 서민들이 배제 당하고 거덜 나야 하는 부산의 현실. 부산시의 수준은 과연 어디에 가까운가.

아, 부산시 관련해서 하나 더 있다. 올림픽과 엑스포 유치를 놓고 저울질 하던 부산시는 지난달 드디어 2030년 엑스포 유치를 공식화했다. 이제 시장님 업적을 위해 부산 시민들은 고생길로 차근차근 접어들고 있다. 부산 시민 가는 길, 그 고생길은 도무지 끝이 없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출처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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