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최초로 독립운동가와 후손들 모임인 광복회 회원 6,831명 전원을 대상으로 한국리서치와 함께 생활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에는 생존 독립유공자 26명을 비롯해 배우자 32명, 자녀(2대) 469명, 손자녀(3대) 509명, 증손자녀(4대) 53명 등 모두 1,115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한씨나 최씨처럼 평생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치부가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독립유공자 가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상당했다. 월 개인 소득을 분석한 결과 200만원 미만 구간에 전체 75.2%가 몰려 있었다.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43.0%로 가장 많았고, 5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이 20.9%, 심지어 50만원 미만도 10.3%였다. 더욱이 3대를 넘어 4대 후손들로까지 가난은 대물림 되고 있었다. 월 개인 소득을 세대별로 보면 200만원 미만 구간에 독립유공자 본인(38.4%)보다 자녀(72.2%)와 손자녀(79.2%), 증손자녀(62.2%) 비율이 더 높았다. 100만원 이하 구간으로 나눠봐도 독립유공자 본인(23%)보다 자녀(25.3%), 손자녀(37.9%), 증손자녀(24.5%)의 비율이 더 높았다. 설문에 참여한 많은 응답자들이 연금생활자란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소득수준은 올해 우리나라 4인 가구 최저생계비(166만 8,329원)와 비슷하거나 이 보다 못한 셈이다. 후손들이 받는 연금(52만~188만원)을 빼면 순소득은 올해 1인당 최저생계비 (61만 7,281원)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이 대다수라 할 수 있다.
개인 총 재산 역시 국민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5,000만원 미만이 28.3%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 21.1%,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 20.9% 순이었다. 이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2013년 국민대차대조표 작성 결과'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가구당(2.61인 기준) 순자산(3억 3,085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주관적 계층인식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응답자 중 자신이 '하층'에 속한다고 답한 비율이 73.7%를 차지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교육 수준으로 연결됐다. 응답자 중 고졸이 25.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초졸(22.8%), 중졸(12.8%), 무학(4.7%)의 순이었다. 교육기회 박탈이 이들을 우리 사회 하층으로 내모는 주된 요인이었던 것이다. 보훈정책 중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서는 보훈 연금 및 대상 확대가 63.1%로 최다였고, 이어 의료서비스(14.3%)와 주거(10.0%), 교육(3.1%) 지원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직접 독립운동을 전개한 생존 독립유공자가 현재 83명이고 평균 나이는 91세로 나타났다. 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처우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의 경제적 어려움은 해방 직후부터 실시돼야 할 보훈 정책이 1962년까지 미뤄진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며 "그 때부터 시작된 가난의 고리가 아직까지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