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전에 용인 보라동쪽에 큰손식당에서 밥먹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아버지들의 향연에 너무 시끌벅적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길레 약간 불쾌하면서 밥을 먹었지만, 대화내용이 숙연해지게 만들었다.
아버지1: 야, 내 쥐꼬리 만한 월급가지고 아들래미가 뭐라는줄 아냐?
아버지2: 왜, 뭐라던데?
아버지1: 아빠, 나 중국가고 싶은데 왜 유학 안보내줘? 이러더라 야, 내가 위에 꼴같지도 않은 놈한테 기어다니면서 겨우 돈따서 벌은거 가지고 오히려 짜증나더라고. 솔직히 내인생은 없냐 싶었어. 그래서 "ㅇㅇ야, 아빠가 중3때엔 신문지 돌리면서 용돈했어 임마" 이러니까
아버지2: ㅇㅇ? 아버지1: 아빠, 아빠가 되가지고 째째하게 한달에 100못해줘? 아니 유학 딴애들은 다가는데 아빠가 되가지고 구질구질하게 옛날 타령이야, 아빠시대랑 내시대랑 다르잖아 이러고 있다. 나 이 새끼 내새끼인가 의심했다니까
아버지3: 야ㅡ 그래도 너는 애새끼들이 좀 자라서 유학이라도 보내버리지. 내새끼는 뭐래는지 아냐? 아버지1: ㅇㅇ? 아버지3: 요새 노스페이스인가 뭐던가 그거 사달라는겨. 나는 얘가 취미가 등산이구나 참 요새애들같이 않게 등산이 취미니 내아들 건전한 취미를 가졌구나 기특해했지. 그래서 매장에 갔어. 아버지1,2: ㅇㅇ 아버지3: 근데 씨발, 먼놈의 잠바가 30만원, 60만원이야. 아니 직원한테 물어봤어. 아니 뭐때매 옷이 똑같은데 가격이 다른지 아버지1: 야, 지랄하네. 잠바 하나가 무슨 몇십이냐 아버지3: 야, 들어봐 . 직원이 내가 들고있는건 오리털이라서 30만원하고 어떤건 클라스가 달라가꼬 60만원이고, 이런다며 말하데. 근데 그걸 묻는데 아들놈의 자식이 공부도 못하면서 아빠, 이거 얼마라고 흥정하냐며 아들놈의 새끼가 한심하게 애비를 처다보더라?
아버지2: 야, 그옷에 금달렸냐? 뭐이리 비싸데 아버지3: 야, 내가 현장에서 추워서 입는 잠바가 오렌지 아울렛가서 3만원주고 샀다. 근데 노스페이스 잠바 이거 안사주면 왕따 당한다고 그러데, 야 요새 어린놈들은 옷똑같은거 안입는다고 따돌리고 이런다더라 아버지2: 나는 딸래미가 돈주는 어미만 쫄랑쫄랑 따라댕기고 온갖 아양을 다떨더니 내가 술먹고 오면 칼같이 방에 들어가서 아빠냄새 싫다고 들어가는걸 보면 내가 헛살았나 싶다.
아버지3: 솔직히 서럽더라. 내가 노스페이스 그 얘기하니까 ㅁㅁ엄마가 울더라. 기가 막히고 내가 불쌍하단다. 솔직히 요새 애들이 별나다고 들었는데 내 새끼가 TV속에 나오는 형편없는 자식일줄 몰랐다. 어찌보면 내가 돈을 많이 못벌어서 이럴수도 있는데.
아버지1: 야, 나는 돈벌어서 유학얘기 나오냐? 솔직히 우리 20대랑, 요새 20대랑 아무리 다르다지만 나는 10살짜리 숙성시킨거 같다.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한달에 100만원씩 유학비 달라고 떼를 쓰냐? 아버지2: 아들나았으면 행복한거다 임마. 계산 내가 할께 노래방이나 가자.
그리고 우르르 계산하는데 16만원 정도가 나왔다. 아버지3: 씨발, 야 우리가 이렇게 많이 쳐먹었는데도 등산잠바 값보다 적게 먹었다 하허하하하
------------------------------ 솔직히 밥먹다가 남의 말을 듣기가 쉽지 않은데 어쩌면 내가 저 아저씨들의 아들이며 우리 아버지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쫌 그랬습니다.
아버지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3 아저씨는 말씀하시다가 노스페이스가 뭔데 내를 울리냐면서 우시고;;; 초반에는 킥킥 식당분위기가 웃었다가 점점 고기익는소리가 줄어들고 아저씨들의 신세타령이 식당을 매워서 분위기가 좀 누그러졌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