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와 나를 우리라는 말로 묶는 게 어색하다 느껴야 하나 싶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가 안녕이라 인사하지 않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너는 안녕이라는 인사 대신 나의 이름 두 글자만을 불렀었다.
고양이가 야옹,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날 불렀었다.
가끔 너는 정말 야옹, 이라고 인사했다.
만난 때도, 정말로 '안녕.' 할 때에도
우리는 안녕이라 인사하지 않았다.
너랑 나는 안녕이라 인사하지 않았다.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언제고 너에게 안녕, 한 적도 있을 것 같은데
다만 너에게서 들은 안녕이 기억나지 않고 다른 것들만 기억이 난다.
이상한 나의 기억력은ㅡ이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니다ㅡ,
너에게서 듣기만 했던 그 인사를 일 년에 한 번 정도 내가 너에게 나즈막이 건네게 만든다.
말이 길었다.
마침 내 코에 그윽하니 커피의 향이 불어오니 말이지만, 숱하게 많은 옅은 향들 사이로 너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도 분명한 향이였던 고로
수많은 안녕들 돌아서면 이미 잊어버린 안녕들 사이로
너에게만큼은 늘 짙은 안녕을.
다른 너와 나의 보폭으로 나의 만 걸음이 너의 한 걸음이 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은 숨을 고르며 밍기적 밍기적, 걷고 있어.
언젠가 내 다리가 조금 더 힘을 얻어 더는 밍기적거리지 않아도 될 때
네가 지난 자리를 나도 빠르게 지나쳐 그때는 새로운 나의 궤도를 그리러 나가볼게.
어쩌면 너는 한번 지나가버린 멀고 먼, 거의 직선짜리 먼지. 나는 지나가던 먼지를 잠시 스친 더 작은 타원짜리 먼지.
단지 지나쳤을 뿐이지만 서로를 간섭한 먼지들.
맞다.
네가 맞다.
나는 처음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아.
기억하려 애쓴다면 언젠가 기억하게 되겠지.
생각난 김에 방구석에 구르는 먼지 한 조각에 이름이라도 붙이고 표식을 달아
그 먼지가 나중엔 어떻게 되는지 한번 지켜보고 싶다.
먼지는 먼지들은 무엇이 될까?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