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animal_60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두룹두룹★
추천 : 0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9/01 10:32:13
가끔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봉식이가 생각나요
무뚝뚝하고 못생긴 고양이였는데
그래도 참 좋아했어요
햇빛 쨍한 겨울날에 마당에서 볓을 쬐거나
베란다 난간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엎드려 있다가 기지개를 켜곤 했는데
나는 봉식이의 펑퍼짐한 등의 곡선을보면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곤 했어요
행복하지 않았던 그 무렵의 나에겐 생소한 감각이었어요
덩치는 커도 항상 동네 고양이들한테 맞고 돌아오기 일쑤였던 봉식이는 나한테만 유독 강했어요ㅋㅋ
고양이의 도도함을 몸소 가르쳐주겠다는듯 그릉그릉하다가도 깨물고 할퀴고..
좀 얄밉긴 했어도 마당에서 고개파묻고 울기시작하면 어느새 다가와서 엉덩일 내 옆에 찰싹 붙이고 앉았어요
뒷산에 오랫동안 안쓰는 푸세식 화장실에도 저혼자 빠지고, 나무에 올라가서 내려줄때까지 내려오지도 못하던 멍청한 고양이였는데
자기가 뭘 안다고 위로하는것 마냥.... 그럴땐 껴안아도, 쓰다듬어도 물거나 할퀴지 않았어요.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봉식이의 털이 손에 감기는 촉감을 떠올리면 기분이 이상해져요
듬성 듬성 있던 약간 굵은 털이 주는 촉감도 이렇게 생생한데 왜 없는지...
오랫동안 함께해 많은 기억들을 공유하는 온기있는것들을 떠나보내는건
항상 이렇게 이상하고 낯설어요
이런 느낌이 익숙해지는 날이 올까요
봉식이는 폭신폭신한 털이 난 몸으로 겨울날에 갔어요
병원에선 약을 먹은것 같다고 했는데
그해 겨울엔 들고양이들도 많이 자취를 감췄어요
누군가 약을 넣은 먹이를 던져준것같다고.
집에서는 고기를 줘도 먹는둥 마는둥 했으면서 왜 그런걸 주워먹었는지 모를일이에요
봉식이는 약을 먹고 돌아와 꼬박 이틀을 앓다 죽었대요
잔정없는 어머니도 참 속상했나봐요
고양이는 자기 죽을때를 알고 떠난다던데 고양이가 다 그런건 아닌가봐요
우리 멍청한 봉식이...
봉식이는 내가 집에 없을때 떠났어요
그래서 더 이상하고 실감이 안나요
지금은 겨울도 아닌데 이렇게 날씨가 좋은날 햇빛을 쬐는 고양이를보면
가끔 봉식이가 생각이 나요
무뚝뚝한 표정, 뚱뚱한 몸으로 살랑살랑 걷는 모습, 살짝 꼬질꼬질한 윤기도는 노란 턱시도
보고싶네요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