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500장 모아 백혈병 어린이 도운 여고생 (인천=연합뉴스) 인천의 한 여고생이 헌혈증 500장을 모아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를 도운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인천 인성여고에 재학 중인 서다현(17) 양은 문모(6) 군이 지난 3월 소아 혈액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증 500장을 모아 전달했다. 2013.11.1 <<인천 인성여고>> [email protected] '스마트폰 SNS 이용' 안타까운 사연 전파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의 한 여고생이 헌혈증 500장을 모아 백혈병에 걸린 6살 남자 어린이를 도운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문모(6) 군은 지난 3월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병명은 소아 혈액암. 이내 고사리 같은 손등에 굵은 바늘이 여러 개 꽂혔다.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머리카락도 스님처럼 바싹 깎았다.
문 군의 부모는 매일 눈물로 병원 침대 시트를 적시며 아들을 간호했다.
그러나 정상치보다 50배가량 높아진 백혈구 수치를 줄이려면 매일 혈소판 수혈을 받아야 했다. 헌혈증이 부족했다.
문 군의 부모는 자신들의 피를 모두 주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해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발만 동동 굴렀다.
이달 초 인천 인성여고에 재학 중인 서다현(17) 양은 어머니로부터 문 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문 군은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어머니 직장 동료의 아들이었다.
마치 친동생이 아픈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든 서 양은 평소 친구들끼리 즐겨 이용하던 스마트폰 카카오스토리에 문 군의 사연을 올렸다. '백혈병에 걸린 6살 꼬마를 위해 헌혈증을 모아 달라'는 호소도 함께 덧붙였다.
친구들이 다시 서 양이 올린 글을 온라인상에 공유했고, 순식간에 문 군의 사연이 알려졌다. 불과 3주 뒤 서 양은 500장의 헌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대부분 최근에 헌혈한 것이었고, 기증자들은 서양의 나이 또래 고등학생이었다. 서 양은 친구들의 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헌혈증을 받아 모았다.
이런 사연은 문 군의 어머니가 서 양이 다니는 인성여고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문 군의 어머니 김모씨는 편지에서 "헌혈증을 받고 TV에서만 보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는구나 싶었다"며 "학생들이 마음으로 전해준 혈액을 소중히 쓰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어 "헌혈증을 모아 준 다현 학생과 그 친구들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며 "지금은 병에 대해 더 공부하고 각종 약물 치료법도 익히며 이겨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양은 중학교 때부터 경기도 안산의 한 장애인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내년에 미술대학에 진학해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서 양은 1일 "친구들이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글을 공유해 줘 순식간에 헌혈증을 모을 수 있었다"며 "친구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혼자서는 상상할 수 없었을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문 군은 서 양이 전해준 헌혈증으로 혈소판 수혈을 받으며 4차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