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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세토라] 분신사마 - 6
게시물ID : panic_60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ac
추천 : 2
조회수 : 55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6/26 20:06:44
"둘 다 아니라고?"

치원이가 공허하게 물었다.

아니 물었다고 생각했다.

"맞아. 너희의 가정. 둘 모두 틀렸어."

영준이가 말했다. 아마 아까 물은 사람은 치원이가 아니라 나였나보다.

"화장실에 있으니까 하나는 알겠고, 결국 네가 멀쩡하다는 이야기도 틀렸다는 거네."

덤덤한 치원이의 목소리. 그래, 앞의 모호한 질문은 내 목소리였어. 저 녀석은 생각보다 충격이 덜한가보네.

머리를 굴려보자. "화장실에 있다면 안전하다"라는 가정이 깨졌다는 이야기다. 결국 빙의는 일어났나.

"땡. 이제 틀린 건 총 세 개네."

뭐?

"뭐? 영준이가 괜찮다고? 하지만 넌 분명..."

"땡이야. 땡. 너희가 그랬잖아. 나는 더 이상 말 해 줄 수는 없는걸. 아아 아쉬워라."

영준이, 아니 인영(人影)의 어깨가 들썩였다. 익살스러운 말투, 아마 웃은 거겠지.

그리고 우리가 단 조건이라면...

"좋아, 결국 알아가야 하는건 우리로구나. 너는... 일단 뭘로 부를까?"

"땡."

그래, 우리가 소혼한 그 영이다. 답변의 계약은 아직 유지되고 있나보다.

잠깐, 그럼 이름은 어떻게 알아내라고? "이름이 두 글자니?"라던가 그렇게 일일이 물어봐야...

"좋아. 분신이라고 부를게. 물어보는건 불가능하니까 납득해 줘. 어차피 분신님이라고 불러서 온 거잖아?"

"좋아."

...그렇군. 하긴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

"좋아, 분신님. 당신은 현세에 정착했나요?"

"맞아."

"당신은 영준이에게 안 갔나요?"

"맞아."

"그럼 영준이는 어디있죠?"

"땡."

"아참, 그렇군. 일일이 물어보기 귀찮은데.... 대충 학교에 있긴 한 거죠?"

"맞아."

"영준이의 헛소리를 받아주는게 우정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이 자식이 친구 생사를 묻는데 그딴 개그가 나와?

"돼."

"......."

또 냉큼 대답하는 이 망할 영체는 또 뭐야? 둘이 죽이 맞는 것 같은게 괜시리 기분나쁘네.

"지금 강한이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데 우리가 하는 문답 때문인가요?"

"맞아."

"......"

미치겠군.

"우와, 이거 재밌는데. 강한아, 너 정말 이 문답 때문... 우와악! 가, 가방은 왜 휘둘러?"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대체 뭔 생각이야, 이 자식아!"

빠악!

풀썩.

"미안하다. 굳이 말을 높일 필요는 없을거라 믿고 바로 물어보자. 넌 영준이에게 들어있나?"

"아니."

"그럼 영준이는 무사하다고 봐도 될까?"

"아니."

뭐?

"그럼... 아니 좋아. 다시 묻지. 영준이는 빙의되지 않았지?"

"맞아."

"좋아. 방금 전에 아니라고 한 말은 '무사하다'라는 정의가 너무 모호해서 그랬던거군?"

"맞아."

좋아. 일단 상정 가능한 최악은 피한 것 같다.

그러니까 뭐 하나 더 물어볼게 있을텐데... 그게 뭐더라....

"C컵이죠?"

"맞아."

그렇구나. 흐릿해서 잘 몰랐는데 C컵이었... 권치원 이 자식이!

"역시 내 눈썰미는 정확했군. 좋아, 그럼 다음 질..."

퍼억!

털썩.

자식이 살아나자마자 헛소리 작렬이야! 지금 사이즈가 중요하냐?

"지금 그딴게 중요하냐! 얘가 영준이가 아니라면 누구인지 확인해야..."

아니 잠깐, 그럼 여자 몸에 빙의되었다는 소리?

"그, 그러니까 제대로 물어본 것 맞잖아..."

예리한 질문 끝에 예리하게 가격당한 치원이가 비틀거리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음, 꽤나 시적인데.

"......."

그러니까 내가 삽질했다 이거군.

"미안하다, 치원아. 내가 생각이 짧았어. 계속 질문해 줘."

아무래도 지금 나는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저만큼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따름이다.

"좋아. 다음 질문할게요. 전화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

파악!

풀썩.

기대한 내가 머저리지. 평정심이라면 평정심이라지만.

"......."

저딴 평정 지금 개뿔도 필요없다고! 중요한 건 우리학교는 남고라는거다. 여고생은 없어.

굳이 여성을 꼽자면... 설마....

"이 학교 교사에게 빙의했나?"

"오오, 사고력 확장이 놀라운데? 미안해. 또 땡인걸."

"......."

조롱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안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이 교무행정 직원에게?"

"또 땡."

"주변 학교와 관련된 인물인가?"

"맞아."

"여고생인가?"

"......."

어라? 왜 대답을 안 하지?

"여고생니냐니까? 대답을 해."

"......."

잠깐만, 설마....

"분신님, 저도 질문할게요. 앞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으'신거죠?"

"맞아."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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