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유령의 모습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굉장히 무서운 체험을 단 한번, 중학생 때 체험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14살 때 아버지를 잃고 외가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벌써 돌아가셔서, 외할머니, 엄마, 저, 여자 3명만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불안했지만, 제 처지를 딱하게 여긴 학교 친구들이 따뜻하게 대해 줬습니다.
특히 S라는 여자 아이는 정말 싹싹해서 교과서를 보여 주거나,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곤 했습니다.
그녀와 친구가 된 저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 갔고 2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아이들과 장난치거나 즐겁게 서로 웃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반에는 F라는 귀여운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물론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여자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되는,
작고 가냘픈 느낌의 아이였기 때문에 동성으로서 호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까무잡잡하고 키도 커서, 지금 생각하면 어느정도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호의를 품은 효과는 있었습니다. 자리 바꾸기로 같은 반이 되면서
점점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저와 똑같은 처지란 것을 알고 그녀와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F의 경우는, 사별한 것은 아니고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 갔다든가, 그런 이야기로 들었습니다.
그녀도 집에 여자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 아이와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었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단지 그것도 그녀의 집에 놀러 갈 때까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제가 왜 F의 집을 찾게 되었는지, 기억 나지 않습니다.
먼 옛날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집에서 본 것이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그러한 사소한 일이 흐지부지되었던 걸까요?
그 때는 S도 있었습니다. S는 F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제가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그녀가 저를 따라왔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집이 전혀 다른 방향인데도 불구하고
저와 S는 무슨 일 때문에 F의 집에 들렀습니다.
그녀의 집은 아주 오래 되어 보였고, 눈에 띄는 단층집이었습니다.
앞 뜰도 없었고 이웃집과의 사이가 50cm도 안되는 비좁은 장소에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놀랐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엄마~]
F가 부르는 소리에 상냥한 얼굴을 한 아주머니가 나와서 저랑 S를 기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손에 수건과 속옷을 들고 있던 걸 봐서는 아마 빨래를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집에 놀러 오는 친구가 적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F도 [집에는 별로 사람을 부르지 않아.]라고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F의 방이 너무 여성스럽지 않아도 놀라지 말자고, 저는 스스로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런 일로 우월감을 갖는 것은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방 문이 열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예상도 못할 것이었습니다.
F가 이쁘다는 것을 조금 전에 말씀 드렸지만, 역시 그만큼 외모에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밝은 색의 커튼이 달려 있고 책상 위에 인형이 앉아 있는 예상 외로 여자 다운 방입니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는... 방구석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것. 마네킹.
그것은 틀림없이 남자 마네킹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양손을 굽히고 줄여서 W의 형태로,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네킹은 새빨간 트래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까 봤던 아주머니가 입고 있던 것보다 더 좋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거....]
S와 저는 F를 봤는데 그녀는 별반 놀라운 기색도 없이
마네킹에 다가가서 모자를 만지며 각도를 조절했습니다.
그 손 놀림을 보고 소름이 끼쳤어요.
[멋있지?]
왠지 억양 없는 말투였습니다.
그 말투가 더욱 오싹하게 느껴졌습니다.
때마침 아주머니가 쟁반에 케이크와 홍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분위기가 그나마 바뀌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S도 손을 뻗어 접시를 책상 위에 늘어 놨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접시가 모두 4개 있었습니다.
어라, 아줌마도 먹는건가? 그 생각에 손이 멈췄어요.
그 때 아주머니가 케이크와 홍차 접시를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F의 책상 위에 두었어요.
그곳은 마네킹 바로 옆이었습니다.
엉뚱한 곳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땀이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F는 마네킹의 옆에 놓인 홍차를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F와 F의 엄마는 마네킹을 인간처럼 취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둘 다 마네킹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람처럼 대한다면 그 또는 그 사람이라고 불러야하는데 전혀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그 어느 쪽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이 저룰 아주 불쾌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분위기를 돌리려고 화제를 찾았습니다.
방 구석에 새장이 있었습니다.
마네킹만 아니면 뭐든지 괜찮아..
학교에서 봐왔던 평범한 F의 모습만 볼 수 있다면 마음이 놓일 것 같았습니다.
[새, 키우는 거야?]
[없어졌어..]
[그래... 가엾어라.]
[어차피 필요 없었어..]
감정따위 없는 말투였습니다.
기르던 새에 대한 애착 같은 건 조금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제 나가고 싶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여기는 위험해. 오래 있으면 이상해진다.
그 때 [화장실 어디야?] S가 일어섰습니다.
[복도 저편, 밖에.] F가 말하자, S는 허둥지둥 나가 버렸습니다.
그 때 솔직히 나는 그녀를 저주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무슨 말을 해도 F와 대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쿵쿵 발소리가 날 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던데 실제로는 단 몇 분이었나요.
S가 먼저 돌아간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S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F쪽으로는 눈 조차 마주치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래, 잘 가~]라고 F가 말했습니다.
그 무기력한 말투에 졸도할 뻔했어요.
그런데 S가 제 손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예의상 아주머니에게 인사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굴을 볼 용기는 없었지만 그냥 말이라도 할 생각이었습니다.
F의 방 저편에 있는 안방 문이 20cm 정도 열려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때 문틈으로 손이 튀어나오더니 문이 힘차게 닫혔습니다.
우리는 도망 치듯이 F의 집에서 나갔어요.
돌아오는 길, 우리는 정신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밣았습니다.
S가 제 앞을 달렸고, 단 1m라도 더 멀리 가고 싶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우리는 평소 돌아가는 길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겨우 안심이 될만한 장소에 도착해서 우리는 음료수로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음료수를 마시며 S가 말했습니다.
[그 집, 위험해. F도 위험해. 그리고 아줌마가 이상하다.]
[아줌마?]
화장실에 갔을 때의 일을 S가 말했습니다.
S가 F의 방을 나섰을 때, 옆 방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려다가, 그만 방 안을 봐 버렸답니다.
마네킹의 팔, 팔이 다다미 위에 4~5개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져 있었대요.
그리고 옆에서 방석에 앉은 아주머니가 그 팔 하나를 들고 미친 듯이 빨고 있었습니다.
S는 소변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조심조심 문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쳐 버렸습니다.
마네킹의 팔이 있던 곳에는 빨래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 중에 남자의 바지도 섞여 있었습니다.
[마, 마네킹은...?]
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S를 향해 빙긋 웃었습니다.
그녀가 황급히 나를 끌어낸 건 그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너무 기분나빴기 때문에 우리는 F가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이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이는 점점 소원해져 갔습니다.
이 일을 모두에게 알릴까 생각했지만 도저히 믿어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F와 친한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도 제 3자의 시선으로는
우리가 그녀를 고립시키려고 헛소문을 퍼트리는 거라고 생각할 게 뻔했습니다.
특히 S와 F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 모두 알고 있으니까...
F의 집에 갔다는 여학생에게 몰래 이야기를 들어 봤지만
한결같이 [이상한 건 못 봤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상황이 더욱 불리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 어떤 남자 아이가 자기가 이상한 체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F의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안 나왔답니다.
미리 연락하고 갔는데.. 어쨌든 기다리기로 했답니다.
그러다가 혹시 안쪽에 있어서 안 들릴까 봐 노크를 했답니다.
그러던중 집 안쪽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방문이 열려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방 안에는 유카타를 입은 남자의 등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TV도 켜져 있었습니다.
남자의 등 뒤로 푸른 불빛이 새고 있었고, 때때로 채널을 바꾸는 듯 껌뻑거렸습니다.
그래서 남자애가 몇 번이나 그 남자에게 말을 해도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분 나빠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F의 집에 남자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설령 친척이나 아줌마를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TV에서 등을 돌린 채로 가만히 뭘 한 걸까요?
저는 그것이 마네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상 다리를 하고 있는 마네킹이 있긴 있는 걸까요?
만약 있었다면 F의 방에 있던 것과는 다른 것이겠지요.
그 집에는 다른 마네킹이 여러개 있다...?
그러고 보니, 팔을 W처럼 하고 있는 마네킹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있다고 해도 저런 자세로 옷을 입힐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 때 그 마네킹이 입고 있던 빨간 트레이닝복은 몸에 딱 맞았습니다.
마치 스스로 입은 것처럼...
이것이 제가 겪은 모든 체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