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의 부제는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입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불러온 파국의 상황에서 미국의 과학자와 개척자는 웜홀(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이 가능한 다차원의 입구)의 양자 데이터(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 다차원적 시공간의 지구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과거의 아버지가 미래의 딸에게 또 다른 지구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 때문에 젊은 아버지와 늙은 딸이 만날 수 있고, 또 다른 지구에서는 아버지와 딸이 통상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 하고 있음도 말해줍니다. 그렇게 가족과 미국과 인류는 답을 찾아냅니다, 늘 문제를 해결해 왔었다는 듯이.
헌데 현재의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시공간에서는 다른 차원의 지구로 갈 수 없기 때문(물리학적으로는 인류원리라고 한다)에 중국 발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낮은 임금과 환경규제 철폐, 환율과 세율조정 등을 통해 전 세계 국가로부터 공장을 유치합니다. 중국은 그렇게 미래에 치러야 할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감수한 채 세계의 공장을 자처합니다.
월마트가 2007년 후반까지 미국에서 새 점포를 여는데 26시간 30분이 걸렸듯이, 중국도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개발도상국과 중후진국으로 분산되었던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장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전 세계 소비자들은 환경 및 사회적 비용을 중국에 떠넘긴 채 낮은 가격에 품질 좋은 온갖 제품들을 마음껏 소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월마트로 대표되는 할인경제가 펼쳐질 수 있었으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국민들은 자신의 한도에 넘는 신용을 창출해서라도, 즉 빚을 내서라도 할인경제의 파티에 승선했습니다. 자원이 무한하고 환경이 버텨주며 성장이 지속되는 한 인류는 가격 파괴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2008년에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 중 하나가 브레이크 없는 성장과 낮은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진행된 할인경제, 즉 지속가능할 수 없는 빚의 경제가 일시에 폭발한 것입니다.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의 증대가 아닌 중국적 특수성을 이용한 할인경제는 지구와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의 잔치에 불과함을 확인해주었을 뿐입니다.
바로 이것, 즉 중국이 환경 및 사회적 비용을 감수한 채 진행한 뻥튀기 할인경제는 나머지 지역의 경제마저 파괴했습니다. 만일 중국이 지구적 차원의 할인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그 파장은 중국 차원에서 끝날 수 없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와 환율전쟁으로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할인경제의 혜택이 《가격 파괴의 저주》로 돌변하게 됩니다. ‘할인경제는 할인 자체를 위험으로 몰고 갑니다. 과거에는 제조업과 마케팅, 기술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했지만, 현대의 할인경제는 가치 파괴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경쟁력이 가격에 의해 결정됨에 따라 기업의 이윤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최종적으로 협력업체와 납품업체를 쥐어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극도로 위험한 파생상품을 통해서라도 신용을 창출해 소비 여력을 늘려야 돌아가는 할인경제는 세계의 공장으로써 중국이 작동하지 못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내수 위주의 경제로 돌아서는 것도 높은 성장률이 담보돼야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지구가 버텨줘야 가능합니다. 텐진폭발사고에서 보듯이 '위험사회'로 접어드는 속도도 느려야 합니다.
현대 중국이 경제 성장에 관한 사회적 합의, 말하자면 연 8퍼센트 성장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배층은 스스로 선택한 경제 발전 모델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셈이며, 이는 중국의 13억 인구뿐 아니라, 값싼 제품에서부터 채권 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에도 영향을 끼친다. 월마트와 중국은 성장에 중독되어 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그러나 월마트이 성장이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중국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은 그만큼 한 번 삐끗하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빈곤과 기아가 중국의 3억 저소득층을 덮칠 것이다. 그리고 뒤따르는 혼란은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고성장은 이미 광범한 인플레이션과 오염, 불평등을 낳았다...중국은 경찰국가를 유지하면서 최악의 폭력과 작업장 사고, 산업 재해를 기록하고 있으며, 선전은 시시때때로 점점 더 풍요해지는 하이테크의 센터라기보다는 카를 마르크스 시절의 19세기 영국을 더 닮았다. 이 경제적 개척지는 때로 잔혹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 부패, 공장 폐쇄와 함께 소득 불평등은 중국 치안 불안의 뿌리이다...2007년에 처음으로 중국 경제 성장 기여도에서 국내 소비가 수출을 앞질렀다. 중국이 서구 나라들처럼 국내 총생산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퍼센트를 넘으려면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중국은 일단 실패하면,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 없는 성장은 궁극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을 기반으로 하는 ‘국경 없는 가격 파괴의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세계 경제는 저성장과 마이너스 성장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경제를 담보로 우주적 차원에서 진행된 폰지금융도 4대경제권의 무제한양적완화와 환율전쟁 때문에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합니다.
중국증시가 3,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개입해도 그 파장은 오래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증시를 회복하기 위해 5년이 걸린 것도 중국의 미래가 상당 기간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실물경제의 중심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한국의 경우 중국경제의 경착륙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수출 위주의 정책 때문에 내수경제도 취약한 편입니다. 우리의 생산성은 글로벌 경쟁자인 독일과 일본에 뒤집니다. 여기에 남북경색까지 겹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란 이름으로 발행된 청구서는 도착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이 말한 대로 녹색경제를 달성한 4대강의 녹조를 제거하고 수질을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은 GDP에 포함되지만, 허공에 날리는 비용으로 국민의 혈세와 미래세대의 빚으로 전가됩니다. 이런 비용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세계경제 위기설의 진원지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가 폭발을 면치 못합니다. 그 다음에는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복지비용 축소, 국영기업과 공공기업의 민영화가 진행됩니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 이상으로.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보면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전체로서의 중하층은 생존이 문제이며, 그 생존이라는 것도 인간적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생존이어야 합니다. 필자의 형제처럼 어떤 대공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에서 일하지 않고,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지옥을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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