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9살이 된 여자입니다. 익명이라는 것에 용기를 내서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려구요.
저에게는 20년 이상 차이나는 삼촌이 두 분 계십니다. 첫째삼촌, 둘째삼촌이 계신데요 전 어렸을 때부터 삼촌들을 잘 따랐습니다. 조카라고는 저희 남매밖에 없어서 삼촌들도 고모들도 잘 챙겨주셨어요. 잘 생각은 안나지만 그 때 제 나이가 5살 정도였을거에요. 명절인지 제사인지 할아버지 댁에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였어요. 저희 가족이 모여서 잠을 잤던 작은 방이 좁아서 그랬는지, 제가 삼촌들을 유난히 잘 따라서 그랬는지 저는 사랑방이라고 하는 별채에 첫째삼촌하고 같이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첫째삼촌이 저를 더듬기 시작했어요. 아랫부분을 좀 노골적으로 만지고 제 손은 자기 것을 만지게 했어요. 어린마음에도 싫었는지 싫다며 하지말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하면서 또 만지는겁니다. 전 또 뿌리쳤고 그 행동은 몇번씩이나 반복되었죠. 저는 울음을 터트렸어요. 삼촌은 알겠다고 안한다고 하면서 저를 달랬는데 저는 엄마한테 가겠다고 떼를쓰고 삼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날 밤은 부모님이 계시는 작은방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삼촌 나이가 20대 중반에서 후반이었을거에요. 그 후로 첫째삼촌을 피해서 그랬는지 삼촌이 서울로 취직을해서 그랬는지 같이 놀았던 기억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저는 한동안 그 일을 잊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언제부턴가 잊고있었던 그 일이 갑자기 떠오르는거에요. 그게 성추행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혼자 괴로워하고 수치스러워 하면서 힘든 사춘기를 보냈어요. 5살.. 어렸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하고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요. 내가 혹시 꿈을 꾼건가, 아니면 말도 안되는 환상인가 저를 몇번이고 의심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그 날 밤이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짓을 저지른 사람이 남도 아닌 친척이라는 것에 더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성욕이 왕성한 시기라고해도 어떻게 자기 조카한테 그럴 수가 있는지.. 아이는 인격도 없는줄 아는지.. 만약 그 상황에서 제가 뿌리치지 않았다면 삼촌이 하라는대로 했다면.. 어쩌면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요. 또 만약 제가 그날 밤에 바로 부모님한테 이야기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20년 이상 지난 지금 이제와서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삼촌이란 인간만 생각하면 백 번, 천 번이고 말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괜히 상처받으실 것 같아서요. 이 이야기는 혼자는 많이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글로 쓰는 것도 남에게 이야기 하는 것도 처음이네요.
요즘 게시판에 믿었던 사람에게, 심지어 가족 또는 친척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더라구요. 놀랐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 속에 살고있구나 하고. 그 분들에게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도 이렇게 큰 상처로 살아가고 있는데 더 심한 일을 겪으신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그래서 사회생활도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남녀 성차별에 대한 의견은 많지만요 '왜 남자만 군대가냐, 여자도 보내야한다, 여자는 아기를 낳지 않느냐, 왜 힘든 건 남자가 다 해야하냐, 여자가 벼슬이냐 왜 대접받으려고 하냐' 이런건 다 개소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남녀 성차별은 남자는 저질러놓고 당당하게 얼굴들고 다니며 심지어 그 이야기를 자랑인냥 떠벌리고 다니고, 여자는 억울하게 당했지만 소문날까봐 남에게 이야기도 못하고 이 치욕을 혼자 죽을 때까지 떠안고 살아야 하는 이 현실이 성차별입니다. 왜 여자라는 이유로 짐승만도 못한 놈들에게 당하고 살아야 합니까. 왜 항상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합니까. 왜 여자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그렇게 살아야 합니까. 남녀 콜로세움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저도 여자지만 여자인 것을 이용해 개념없이 남자들을 등쳐먹으려고 하는 여자들은 욕 먹어 마땅하고 그런 남자 또한 그렇습니다.
여러분. 여러가지 수단으로 용기를 내서 그런 일을 겪었다고 고백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겪은일이 과연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비난받는 게 아닐까 하고 마치 자신이 죄인인냥 죽을 때까지 말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주세요. 그런 피해자는 생각보다 정말 많이 있어요. 저같은 경우도 당장 제 주변사람은 제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을테니까요.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일이 있었구나..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지금도 고통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힘내세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도 내 행복을 망칠 권리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