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은 수록된 인물 대부분이 이미 죽은 뒤였음에도 반대 세력의 목소리와 방해공작이 만만치 않았는데, <반헌법행위자 열전>의 수록 대상자는 대부분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도 적지 않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역사는 설령 그것이 비극적이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말해져야 한다… 진실을 감추거나 잊거나 부정할 때 (우리는) 아무것도 건설할 수 없다.” 3년 전 알제리 독립 50주년을 맞아 알제리 국회에서 행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식민체제는 엄중하게 부당하고 가혹했다”며 알제리 민중이 겪은 고통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알제리 전쟁 당시의 폭력과 불의, 학살과 고문에 관한 진실에의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방 70돌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을 아쉬움과 함께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그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에 비교적 완강한 모습을 보였던 박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과 관련하여 중국의 부상에 맞서 한-미-일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미국의 압력을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늘 박 정권과 박 정권을 떠받치는 수구세력이 일본의 식민체제 아래 조선 민중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공감할 줄 안다면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학살과 고문 행위에 대해서는 왜 그리 둔감할까. 아니, 둔감하다는 말은 그들에게 가당치 않다. 그들이 바로 학살과 고문, 간첩조작 등 국가폭력 행위의 주체들이었거나 그들을 뿌리로 둔 세력이기 때문이다. 실상 아베 신조에게는 가소롭게 비칠지 모른다. 자국민을 학살하고 고문한 자들이 식민지 조선과 조선 사람을 유린했다고 일본을 손가락질할 수 있나? 더구나 일본의 식민체제에 빌붙어 사적 안위와 영달을 추구했던 자들이 누구였나?
-중략
정말 그러기를 바라지만, 수치심이 없어서 뻔뻔할 터인데 수치심을 느끼기나 할까? 사람은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순수해진다고 하는데, 과문의 탓일까, 전쟁 전후에 방방곡곡에서 저질러진 학살행위를 교사하거나 실행한 사람들, 70~80년대에 고문행위를 교사하거나 실행한 사람들 중에 죽음의 순간에 참회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정의에는 힘이 없어 ‘정의력’이라는 말이 없지만, 권력과 금력에는 그 자체에 힘이 있어 ‘권력’과 ‘금력’이라고 쓴다. 최근 개봉된 영화 <암살>의 대상은 독립투쟁을 하다가 일제의 앞잡이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일제 치하가 아닌 일제가 망한 뒤 해방된 나라에서 법에 의해 단죄되는 대신 암살된다. 영화는 반민특위가 힘이 없이 무위로 돌아간 탓에 암살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두 손 모아 바란다. 비록 작더라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의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006001-04-198120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