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장기간의 영창생활로 영창생활을 곧잘 하며 근무자들과 간간히 대화도 나누는 그런 A급 수용자였음(원래 근무자와 수용자는 사적인 대화가 금지되어있음)
시간은 흘러 본인이 일병 꺾일 무렵, 그 미결수가 모든 재판을 마치고 육군교도소로 이감되기 전날 밤이었음.
사수와 같이 야간영창 초번근무를 들어갔는데 사수가 다른 수용자들이 잠든 걸 확인하더니 그 미결수를 조용히 불러 밖으로 꺼냄.
그러더니 담배 한가치와 라이터를 쥐어주는거임.
영창 내에 cctv가 있었지만 사각지대인 화장실구석에 가서 미결수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한 대 피우라고 하는거임.
다른 수용자들이 냄새 맡지 못하게 환풍기도 켜줌.. 사실 환풍기 소리가 되게 커서 오히려 잠자던 애들도 다 깼을듯..싶었지만 다들 골아 떨어진건지 모르는체 하는 건지 다행히 깨는 사람은 없었음.
그렇게 사수는 자칫하면 자신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장기간 영창 생활과 육군교도소에서 징역살이까지 해야할 운명에 놓인 미결수와의 영창에서 싹튼 정 때문에 다소 아슬아슬한 호의를 베풀었음.
그날 밤 영창에는 뭉게뭉게 구름 꽃 한송이가 피어났음. 짧은 일탈을 만끽한 그 미결수의 눈에는 고마움과 슬픔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음.
다음날 아침, 포승줄과 수갑을 찬 미결수, 아니 이제 기결수가 된 그 수용자는 영창 밖을 나서 호송차에 올라타기 직전이었고 나를 비롯한 헌병대병사들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음. 차에 올라타기 직전, 그 수용자는 뒤를 돌아보더니 우리에게 씩 웃음을 지으며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무사히 형 마치고 착실히 살겠다는 말을 남긴 뒤 육군교도소로 떠났음.
영창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참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그 수용자의 뒷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가슴 짠한 기억이 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