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인지한다. 즉 A 와 B 와 C 라는 사건이 있다고 하면, 과거의 A 의 일이 지나갔고, 현재 B를 경험하고 있으며, 조만간 C가 오리라는 것을 느낀다. 이것은 시간을 우리가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 B, C가 이루고 있는 시간의 흐름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관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분리되어 있지 못하다면, 순간에서의 경험만이 존재할 것이며, 기억이나 예감 따위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즉 개체의 경험들이 하나의 총체적인 역사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천천히 흐르는 강물에서 둥둥 떠 다니고 있다고 해 보자. 이 사람은 자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강 밖의 고정된 실체에 대한 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앎이 없다고 한다면, 즉 강 밖은 암흑의 세계이고 거기로 부터 느껴지는 것이 없다면, 이 사람은 자기가 정지하고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 분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가? 만약 우리가 변화하는 시간 그 자체에 종속되어 있다면 절대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 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곧, 그것은 우리가 시간에서 벗어나 있는 한 고정된 점에 발을 디디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다.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의 강물안에 몸을 담고 있는 우리는 우리가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시간 바깥, 즉 영원에 대한 본질적인 앎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