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하늘
나
달을 잊고 살 때
거리에는 부랑자들의 진액과
버려진 오물들
그 사이에서 솟은
가시덩굴의 이파리들이
뱀처럼 내 창문을 휘감아
수 억 년 전부터 사람의 가슴을 비추던
그 빛살과
감동의 줄기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얼마 만에 본 달은
원시의 샘처럼 맑고
너무도 가슴 떨려서
어둠 속의 그 고고함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공허의 눈망울 같아서
앞으로 다가올
나의 가차 없는 미래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쏟아져 내리는
불공평의 빗줄기 같은 시간 속에서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그의 존재를 거의 잊을 때 즈음이면
영혼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그때의 서글프고 아름답던 시간들을 외친다.
이제 당신은 달 위에
우주의 이슬을 마시고 자라는 나무로 지은 집을 짓고
별빛 나비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항상 겨울일 그 나라를 생각하며
물감으로 그린 것 같은 보름달을 눈에 담고
너무 아름다워서 슬펐던
녹아내리기 직전의 눈송이 같던 당신의 영혼을
울지도 않고서 곱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