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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첼로
게시물ID : pony_509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웨얼울프
추천 : 10
조회수 : 57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3/08/21 16:01:39

먼저보기 : [단편] 선글라스



"그러니까 말했잖니, 이 음은 높은 '도'가 아니라 높은 '레'야!"

레슨 강사 필립이 지친다는 어투로 언성을 높였다. 몇시간 전부터 계속된 레슨 속에서 자신의 학생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생각하는 눈빛이였다. 그것은 마치 제자를 가르치기위함이 아닌 자신의 우월함을 뽐내고싶은 한 예술가의 오만함으로밖에 보이지않았다. 하지만 어린 포니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단지, 누군가의 분노, 누군가의 고함, 누군가의 욕망 앞에 주저앉고싶을 뿐이였다. 나약한 어린 포니는 울먹이며 말했다.


"하, 하지만... 전.. 잘..."

"변명하지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니!"

고 풍스러운 첼로의 가녀린 음만이 들려오던 강의실이 필립의 큰 고함소리로 울러퍼졌다. 그리고 다신 침묵이 다가오진않았다. 침묵조차 필립의 고함소리에 오금을 저리며 도망쳤고 강의실 안은 필립의 고함소리 그리고 나약한 포니의 울음소리로 서서히 그리고 아주 괴롭게 채워져나갔다.


"난... 연주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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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타비아의 연주는 정말 완벽하다. 바이널은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녀를 처음 알게된 것도 그녀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연주소리 덕분이였다. 바이널은 항상 그런 옥타비아를 동경했고 언젠가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속으로 설레일 때도 많았다. 그렇게 그런 그녀를 실제로 처음 만나, 룸메이트가 되고 그리고 그녀의 연주를.. 그러니까, 단지 자신만을 위한 연주를 들었을 때 그녀의 첼로 연주는 마치 진하고 달콤한 카라멜 혹은 향기롭고 매혹적인 카푸치노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 진함이 묻어나오는 연주 소리는 하나 하나 바이널을 자극시키고도 남았다. 오늘도 그런 날이였다. 약간의 야식거리의 한입크기로 자른 향긋한 민들레 샌드위치와 달콤한 와인을 곁들여 옥타비아의 연주를 들었다. 고요한 밤바람이 옥타비아의 흑발을 간지럽히며 지나갈때면 바이널은 음악소리에 온 몸을 맡긴 채 두 눈을 감고있을 뿐이였다. 선율의 감미로움, 소리의 간지럽힘, 연주자의 열정. 하나 하나가 바이널의 두 귀를 간지럽히듯이 지나갔다. 바이널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아름다워.."

그 말에 옥타비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연주를 마무리 지어나갔다. 힘차게 나가던 음율의 행진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 환호하며 손흔드는 병사처럼 위풍당당하게 끝났다. 눈 앞에 음표의 전사들이 매력적인 흑색 갑옷을 입고 바로 앞에 서있는 냥 경이로웠다. 바이널은 두 발굽으로 가볍게 박수치며 옥타비아의 연주에 답했다. 그러다 문득 한가지 머릿 속에서 떠올랐다. 오래 전 옥타비아가 자신에게 해준 그 말이였다.

"옥타비아."

바이널이 입을 열자 첼로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던 옥타비아가 고개를 들었다. 옥타비아의 보랏빛 두 눈망울을 조용히 바라보던 스크래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이내 깨닫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음.. 전에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하면 첼로 연주를 그렇게 잘 할수 있냐고 물었던 거 기억나?"

옥타비아가 그 말에 양 볼에 홍조를 띄며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게 말했다.

"음.. 알지. 그리고 난 그걸 첼로에게 이름을 지으면 된다고 말했지."

스크래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도 내 턴 테이블에 이름을 붙였어. 그런데 말이야. 옥타비아"

바 이널의 다음 질문을 예상한 옥타비아는 첼로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곤 재빨리 민들레 샌드위치를 들었다. 바이널이 그 질문을 한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샌드위치를 입 안에 가득 채워넣을 심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스크래치는 정색하며 천천히 장난끼 섞인 말투로 말했다.

"샌드위치 먹어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물어볼거야."

그러자 옥타비아는 뾰루퉁해진 표정으로 옆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답해주기 힘들어... 빈..."

"오- 그래? 내가 뭘 물어볼 줄 알고?"

그 물음에 옥타비아는 잠시 움찔했다.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있다는 당황함이 아니였다. 빈이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있기 때문이였고 거기에 대해 말해주기 힘들단 것도 있었다. 아마 빈.. 아니, 바이널 스크래치는 자신의 첼로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을게 뻔했다. 하지만 그건 말해주기 힘들었다. 정확히는 스크래치에게만큼만. 옥타비아는 조심스럽게 두 눈을 감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밤바람이 기분좋게 불며 옥타비아의 흑발을 쓰다듬었다. 진정하란 듯이 쓰다듬는 밤바람에 맞춰 들판의 풀들은 고요하게 춤을 췄고 그녀는 그런 관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했다.

'그때도...'

그래, 그때도.... 옥타비아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그래, 그때도 이렇게 기분좋은 밤바람이였지.' 옥타비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부드럽게 감긴 두 눈 속에 그때 그 날이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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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틀럿은 이퀘스트리아의 통틀어 가장 번창한 도시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엔 캔틀럿의 인지도는 상당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거리, 굉장하다못해 웅장함에 전율케하는 건물들 그리고 고요하고 감미로운 음악들. 캔틀럿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그런 감미롭고 위대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축복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옥타비아도 그런 포니였다. 그러나 항상 옥타비아는 자신이 캔틀럿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원망했다. 지금이 그런 이유 중 하나였다.

"옥타비아,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다시 말해보겠니?"

어 머니가 과묵한 태도로 옥타비아를 내려보았다. 단지 필요한 질문 후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옥타비아를 내려보며 쳐다보았다. 그런 어머니의 눈매는 항상 날카로웠다. 마치, 포니들을 항상 주시하며 노리는 그리폰을 연상케했다. 옥타비아는 부들 부들 떨리는 네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며 입을 열려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무서운 표정은 어린 포니에겐 그저 괴물일 뿐이였다. 울먹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옥타비아가 간신히 말했다.

"체, 첼로 연...주를...."

"더 크게, 더 또박 또박!"

어 머니가 화섞인 딱딱한 말투로 지적했다. 그러자 옥타비아의 작고 초롱한 두 보랏빛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다.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옥타비아는 조심히 뒷쪽에 눈길을 돌렸다. 뒤에 보인 것은 나약하고 가녀린 포니의 그런 모습을 카라멜같은 부드러운 갈색톤의 첼로였다.

"옥타비아, 지적받고있을 땐 어디를 보는거라고 했니?"

어머니의 지적에 다시 옥타비아는 고개를 숙이며 어머니의 꾸중을 계속해서 들었다. 흑암색 톤의 어머니의 털색이 마치, 어머니의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목소리의 색같았다.



30 분 후, 어머니께선 딱딱하게 방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어린 옥타비아는 어머니의 딱딱하고 날카로운 꾸중에 지친 몸을 이끌고 무거운 첼로쪽으로 향했다. 첼로를 바라보자, 그 무엇보다 높고 무거워보였다. 옥타비아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만약 한숨을 입밖으로 냈다간 어머니가 또 어떤 말을 할지 몰라 무서웠다. 두 앞발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첼로를 들려하자 갑자기 첼로가 스르륵- 하며 기울다 쓰러져 옥타비아쪽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옥타비아는 그것을 빠르게 잡아 다치지않았다. 두 앞발로 꼭 껴안아진 첼로가 마치 자신에게 찾아와 반가워 마중나온 강아지같다고 느껴졌다. 그런 느낌이 들자. 옥타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미소지으며 조심스럽게 첼로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곤 아무도 들리지않게 속삭였다.

"위로해줘서 고마워.."








"그만해... 빈."

옥 타비아가 귀찮단 듯이 말했다. 아까부터 빈은 침대에 누은채 이리 저리 몸을 뒤척이며 신경쓰이게 하고있었다. 옥타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마시다 만 와인잔을 다시 들었다. 그리곤 살짝 원을 그리며 흔들며 와인의 매력적인 색감을 음미하였다. 스크래치의 음율은 따지고보면 이런 와인과도 같았다. 처음 와인을 마셨던 어릴 적.. 그 자극적인 맛에 놀랐고 그 아름다운 색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붉은빛 와인은 스크래치의 두 눈을 닮았다. 그 생각이 들자 옥타비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뭐해?"

스 크래치가 어느샌가 옥타비아가 바로 옆에 누운채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그것에 놀라 옥타비아는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밀었고 그 바람에 와인잔이 떨어져 와인이 쏟아져버렸다. 붉은빛 와인은 바이널의 흰색 털은 젖히며 핑크빛으로 둘들였다. 옥타비아는 당황하며 일어났다.

"미, 미안해. 빈! 자, 잠시만 수건이..."

스크래치가 당황하는 옥타비아의 앞발을 잡았다. 그러자 옥타비아는 당황하며 스크래치쪽을 바라보았다. 스크래치는 반쯤 감긴 눈으로 그윽하게 옥타비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있잖아, 옥티?"

"왜, 왜 그러는거야?"

두근거림 속에서 스크래치는 좀 더 가까이 옥타비아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나지막하게 옥타비아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하면 첼로 이름이 뭔지 가르쳐줘."

옥타비아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바이널 스크래치는 음악외엔 정말로 바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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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이다. 옥타비아.."

아 버지가 신사적인 말투로 또박 또박 옥타비아에게 말하고있었다. 그러나 옥타비아는 더이상 듣고싶지않았다. 그녀는 그저 어린 포니일 뿐이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한마디 한마디는 결코 자비가 없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반대로 의지되는 포니였다. 듬직한 덩치, 갈색 털과 흑발의 갈키 그리고 온화한 눈매는 언제나 옥타비아를 쉴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계속해서 하는 말은 그런 환상을 산산히 깨부수기에 충분했다.

"캔틀럿 음악 학교란다. 옥타비아. 집에서 멀리 떨어지는 게 아니야. 단지 그저 학교에서...."

어린 옥티가 울먹거리며 온 몸을 떨었다. 그런 모습에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기 힘들었다. 가만히 있던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어린 딸을 안은채 말했다.

"옥타비아, 나의 딸아... 훌륭한 연주자가 될려면 말이다...."

"...어요."

작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아버지는 옥타비아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뭐라고했니?"

"....다구요."

"옥타비아?"

"싫다구요! 싫어요! 싫어! 싫어!!"

옥타비아가 고함지르며 아버지 품을 벗어났다. 그리곤 재빨리 뒷걸음질치며 아버지와 멀찍히 떨어졌다. 그 모습을 앉은채 가만히 바라보던 어머니는 인상을 찡그리며 옥타비아에게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짓이니!"

"어머니도 싫어요!"

옥타비아가 짧고 강력하게 고함질렀다. 그러자 어머니는 당황하며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다시 화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하려하자 아버지가 앞발로 어머니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옥타비아의 고함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차라리 제가 싫다고하세요! 왜 저를 괴롭히시는거죠? 왜 맨날 저에게 화를 내시는건가요?"

고 함지르는 옥타비아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 속은 그렇지않았다. 마음 속 굳어져버린 덩어리들에 조금씩 금이 가는 것 같았다. 온 몸이 떨렸다. 서있을 수 없었다. 발굽 끝 하나 하나 그리고 갈키 하나 하나에 떨림이 멈추지않았다. 겁먹어서가 아니였다. 전율이였다. 옥타비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소리질렀다.

"어머니는 한번이라도 저에게 사랑한다라며 저를 어루만져주신 적 있나요? 어머니는 저에게 한번이라도 칭찬을 해주신 적 있나요? 왜 항상 필립 선생님의 편을 드시는거죠? 왜... 왜!"

쌓 여있던 모든 것들이 토해져듯이 구역질이 났다. 온 몸에 떨림이 그녀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심장은 쿵쾅거렸고 머리는 뜨거워졌다.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맑았다.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 기분.. 이 감정... 무어라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할 수 없자. 몸이 먼저 반응하듯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면서 목소리는 점 점 더 떨려갔다. 그러나 옥타비아는 정신을 집중하며 계속해서 고함질렀다.

"전 엄마의 딸이예요! 한번이라도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러보고싶었다구요! 다른 포니들처럼! 엄마를 드레스를 어루만지고 어머니가 저의 머리를 땋아주며 미소지어주시는 걸 보고싶었어요! 전 엄마를 사랑하려고했어요. 그런데 이젠 엄마는 제가 집에 있는 꼴을 못보신다고 생각하신다면...."


소란스럽던 아버지의 서재가 고요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어린 소녀의 훌쩍임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옥타비아의 훌쩍거림에 아버지는 조심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옥타비아는 반항하듯이 혹은 그것을 거부하듯이 몸부림치며 서재의 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강하고 강렬하게 어머니와 아버지를 쏘아보며 말했다.

"제 스스로 나가겠어요!"

어머니의 날카로운 그리폰같은 눈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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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스크래치가 약간 당황한 말투로 옥타비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옥타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하였다. 바이널은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 피식 웃으며 옥타비아의 어깨에 앞발을 올렸다. 그리곤 옥타비아에게 물었다.

"따로 뜻이 있는거야? 아니면..."

"오래 전부터 지었던 이름이야. 그리고 항상 그 이름이 나에게 힘을 주었어."

옥타비아가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러자 바이널은 머리를 긁으며 머쓱하단 식으로 옥타비아의 어깨 위 발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아무말없던 두 마리 포니는 잠시 뒤 동시에 말했다.

"저기-"

그러자 옥타비아는 조심스럽게 앞발을 들어올리며 먼저하란 신호를 주었다. 바이널은 끄덕이며 먼저 말을 이었다.

"멋진 이름이야. 아주... 많이."

바이널이 미소지으며 말하자 무표정했던 옥타비아의 표정에도 금방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곤 바이널에게 고맙단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칭찬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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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무거웠다. 하지만 계속해서 달려야했다. 깊은 밤 보름달도 없는 넓은 마당에서 가엾은 어린 포니는 계속해서 달렸다. 등에는 자기보다 더 큰 첼로를 맨 채.. 따가닥 따가닥 발굽소리가 풀밞히는 소리와 함께 들리며 침묵을 깨운채 쫓아내었다. 뒤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속해서 자신을 불렀다. 집사와 하인들이 '아가씨', '아가씨'하며 소리쳤다. 한마리 어린 숙녀는 그것을 예의없이 무시한채 내달렸다. 더이상 이런 집은 싫었다. 더이상은...


옥타비아는 등에 맨 첼로를 재빨리 벗고 살짝 어루만지며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리곤 첼로를 담 너머로 던졌다. 퉁- 하며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확인한 어린 숙녀는 집 앞 대문쪽의 쇠창살을 힘들게 삐집고 나갔다. 뒷쪽에서 하인들의 소리가 가깝게 들리자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달려 첼로를 다시 등에 매었다. 그리곤 다시 달려고 또 달렸다. 숨이 멎을 것 같았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찢어질 것 같이 괴로웠지만 그것은 중요치않았다. 가슴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 전율케하는 설레임이 흘러나왔다. 오늘 처음으로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께 반항이란 것을 한 것이였다.





보름달도 없는 어두운 밤과 달리 캔틀럿 거리는 너무나도 화려했다. 고풍스러운 재즈를 시작해 여러 음유시인들의 노랫속리가 흘러나왔다. 어린 옥타비아의 마음 속에 그것은 너무나도 감동적인 관경이였다. 거리의 여러 가게에선 자신만의 옷을 갈아입은채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들이 흘러나왔다. 너무나 아름답다못해 그것은 마치 소리와 빛으로만 만들어진 정원과도 같았다. 그 아름다움에 잠시 멍하게 서있던 옥타비아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캔틀럿 거리를 빠르게 걸어갔다. 숨을 헐덕거리며... 자유의 기쁨을 만끽하고싶었다. 벅찬 가슴을 쓰러내리며 그녀는 주변에 흔히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하아... 하아..."

어 린 포니는 온 몸에 흐르는 땀을 앞발로 훔치며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지금까지 모았던 용돈인 20비츠는 옥타비아에게 전 재산이였다. 과연 이걸로 이 거리를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였다. 하지만 더 큰 고민은 여기에 있어도 언젠가 부모님이나 하인들에게 발견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옥타비아 가슴 한 구석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삐집고 나왔다.

'정말로 난 집에 돌아가기 싫은걸까?'


"흠흠- 이봐요. 어린 숙녀분?"

누 군가의 목소리에 옥타비아는 화들짝 놀라며 그 쪽을 쳐다보았다. 흰털에 파란색 갈키를 쓴 허름한 차림의 포니가 미소지으며 서있었다. 옥타비아는 혹시나 부모님이 보낸 사람아닐까싶어 첼로를 꼭 껴안은채 도망칠 준비를 하고있었다. 그런 옥타비아가 뭐라고 하든 그 흰털의 포니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옆에 잠시 앉아도 될까요?"

옥타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냈다. 그러자 그 포니는 기다렸단 듯이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밴치에 앉았다. 그리곤 자신이 차고있던 가방을 소중한 듯이 내려놓았다.

"고마워요. 휴우- 오늘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네에..."

벤치 위에 앉은 두마리 포니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흰털의 포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보다 숙녀분은 누굴 그렇게 기다리시나? 아빠? 아니면 엄마?"

그렇게 묻자 옥타비아는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흰 포니는 무언가 눈치 챘단듯이말을 이었다.

"흠~ 그래요? 나는 내 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딸이요?"

옥타비아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그 포니쪽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포니의 모습은 어쩐지 자신의 아버지와 같았다. 그 포니는 옥타비아와 첼로를 이리 저리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 딸 빈을 기다리고있답니다. 좀 있으면 그 녀석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방 방 거릴거거든. 캔틀럿의 음악소리를 듣고싶어서. 그래서 기다리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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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바이널의 목소리가 옥타비아의 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러자 옥타비아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널 빈이라고 부르잖아. 그냥 '옥티'라고 불러. 이젠 괜찮을 것 같아."

옥타비아의 말에 침대 위에 누워있던 바이널이 말했다.

"그럼 옥티, 내 턴 테이블 말인데."

옥티가 그 말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고있었다. 옥티는 재빨리 빈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해도돼. 괜찮아.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름을 말해줘선 안돼. 알겠지?"

그렇게 말하자 스크래치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감동했다. 그리곤 옥타비아에게 달려들어 꼭 껴안으며 말했다.

"우리 제일 친한 친구맞지?"

그 말에 옥티는 그저 미소를 짓기만했다. 꼭 감은 두 눈 속에선 그때 그 일이 생생히 보일뿐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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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빛으로 만들어진 캔틀럿의 정원 속에서 흰털에 파란 칼키의 어린 포니가 방방 뛰놀고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잘 보일 수밖에 없었다. 노랑, 빨강, 초록, 보라 등 여러 빛들의 정원 속에서 흰색이란 빛은 정말 자극적이였고 그 자극적인 색에 파란색 갈키는 돋보이다못해 역순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색의 조합 안에 힘차고 활기찬 그 어린 포니의 모습은 감동적이다못해 부러웠다. 옥타비아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빈의 아빠는 옥타비아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것 같지만 말하진 않을께요. 어린 숙녀분. 그리고 혹시 괜찮다면 제 딸 빈하고 저기서 같이 노는 건 어때요? 아마 금방 머릿 속이 맑아질거예요."

포니의 제안에 옥타비아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곤 자신의 첼로를 꼭 껴안았다. 그리곤 잠시 조용히 말했다.

"...그랬다간... 저희 부모님이 다시 데리고 가실거예요. 그리곤...."

"부모님은 아마 숙녀분을 사랑하실거예요."

포니의 말에 옥타비아는 절대 아닐거라는 확신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않아요. 저희 어머니는 결코 엄마라는 말을 쓸 수 없게 해요. 그리고.. 항상 절.. 그리폰같이 노려보시고..."

"첼로때문에요?"

포니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옥타비아는 어떻게 알았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러자 포니는 자신의 뿔로 첼로를 염력으로 천천히 들어올려 옥타비아 바로 앞에 세웠다. 그리곤 말했다.

"한번만 연주해주시겠어요. 숙녀분의 연주를?"

옥 타비아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불안함, 걱정 그리고 웬지모를 기대감과 설레임이 그녀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어린 포니는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내며 두 눈에 힘을 주며 첼로의 활을 들었다. 그리곤 힘있게 첼로로 다가갔다. 마법으로 굳게 서있던 첼로는 곧 옥타비아의 품에 조심스럽게 안긴채 온 몸을 자신의 연주가에게 맡겼다. 한마리 어린 연주가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다루듯이 첼로의 현 하나 하나를 사랑스럽게 잡은채 활로 카라멜같은 부드럽고 진한 갈색 첼로의 아름다움을 완성시키려 하고있었다.



달 콤하고 진한 카레멜 향의 음율이 시작되었다. 마치 음표들이 서로가 남녀로 짝을 지은채 첼로 소리와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이 아름다웠다. 적어도 옥타비아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싶었다. 캔틀럿의 정원 속 음악들 그리고 음유시인들의 노래들 속에 옥타비아의 감미로운 연주는 하나가 되어 캔틀롯의 정원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연주하던 두 앞발은 서서히 녹아내리듯이 어쩌면 첼로가 옥타비아를 감싸안듯이 편안한 감정마저 들었다. 꼭 감은 두 눈 속에 소리와 음율 그리고 자신의 열정이 녹아내린 정원을뛰노는 빈이라는 어린 포니가 보이는 것 같았다. 어린 빈의 춤추는 듯한 동작과 환하게 소리내며 웃는 그 소리가 옥타비아 귓가 어루만졌다.

"행복해...."

옥타비아는 자신도 모르게 속삭였다. 그런 모습을 빈의 아빠는 지긋히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짧지만 감미로운 연주가 마무리되자 빈의 아빠는 발굽으로 박수치며 브라보라며 칭찬했다. 처음 받는 그 칭찬소리에 옥타비아는 어쩔줄 모른채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지었다.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울먹거리는 표정을 숨기고싶어 옥타비아는 앞발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첼로를 안았다.

"행복한가요?"

흰 포니가 묻자, 옥타비아는 조심히 끄덕였다. 그러자 그 포니는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아마 그런 행복감을 더 성장시키고싶어 그러실거예요. 그래서 학교로 보내고싶어하시는거죠. 딸을 위해서."

포니의 확신에 옥타비아는 조심히 물었다.

"어..떻게.. 확신하시죠?"

그러자 흰 유니콘은 옥타비아의 갈키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 저기 천방지축 딸내미의 아빠니까요."

빈 의 아버지의 말과 함께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오며 옥타비아의 아름다운 흑발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아름다운 빛들의 향연, 감미롭다못해 전율적인 재즈소리와 노랫소리의 음율... 황홀했다... 너무나... 추억하고싶었다.... 이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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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어두워진 침대 위에서 옥티가 빈의 침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빈을 불렀다. 그러자 스크래치는 감고있던 두 눈을 뜨며 옥티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날 부르는거야, 아니면 첼로를 부르는거야?"

그러자 수줍은 표정으로 옥티가 말을 이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고요한 방 안이 친한 두마리 친구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그런 관경을 옥티의 소중한 빈이 꺄웃거리듯이 바라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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