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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번지의 비밀 2
게시물ID : humorbest_6112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LuB
추천 : 13
조회수 : 1198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19 11:13: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1/19 02:52:26

이 이야기는 현직 경찰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일화를 소설식으로 엮은 것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등장 인물은 모두 허구임을 밝힙니다.





나의 눈빛을 확인한 박형사는 급히 차를 돌렸다.





시체는 콘크리트로 만든 2미터 정도의 너비의 농업용 수로 가운에 엎어져 있었다.


물은 거의 매말라 발목 정도만 차올랐고, 다소 어둠이 몰려와 어둑어둑했지만 대략 보이것만으로도


시체는 매우 개끗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둠이 몰려오는 이 시간에 인적이 드믄 농업용 수로에 사람이 빠져 죽는 경우는 대부분 사체유기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감식반을 불렀다.


"신고자가 누구야?"



"논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농부였습니다."



"사인은?"



"익사 같습니다."



"뭐? 익사? 아니 물도 없는데 뭔 익사?"



"그게 참....재수가 없으려면 접싯물에 코박고도 죽는다는 말이 딱 지금 상황입니다."



"그럼..뭐야? 저 친구가 지금 발목도 안차는 물에 코박고 죽었단 말야?"



"수로 벽에 약간의 혈흔이 있는 걸로 봐서 수로에 빠지면서 수로벽에 머리를 부딫힌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다음 얼굴을 옆으로 하고 엎어졌는데 한쪽 코에 계속해서 물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내일이나 나올 것 같은데, 현재로서 직접적인 사인은 익사로 보입니다."



"다른 데서 죽고 유기된 건 아니고?"


"술냄새가 많이 나고, 머리에 작은 타박상이 있는 것 외에 특별한 외상이 없습니다."




나는 엎어져 죽어있는 시체에 다가가 쪼그려 앉은 자세로 조심스레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이게 누구야?"


나의 놀라는 목소리에 박형사가 다가왔다.



"아는 사람입니까?"


나는 박형사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노영주란 사람 만나러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나의 말뜻을 알아챈 박형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 무지하게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내일 오전에 그 회사에 다시 가봐야 겠다."


"경찰서로 불러내죠."


"경찰서로 불러낸다고 주눅들 사람이 아닌 것 같더라.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자기들 구역에 있어야 이말 저말 다 꺼내 놓는다."


나는 다시 한번 죽은 노영주를 쳐다보았다.


"망자는 말이 없다 했는데.... 도대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던 거였지?"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나는 경찰서로 나섰다.


여기에 온 지 1년 간은 이런 강력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바빠진 듯 했다.



"김형사님...."



형사계로 들어서자 나보다 먼저 나온 박형사가 말을 걸었다.



"일찍 나와 있었네."


"어제 밤 감식반에서 넘어온 황승균씨 유품 중에 놀라운게 하나 있는데요."


"뭔데?"


"보세요."



박형사는 나에게 4분의 1로 접어진 A4용지를 하나 들이밀었다.


그 용지를 펼쳐보았을 때 박형사 말대로 이것이 아주 놀라운 유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굿잡~~~~"



나의 탄성과 함께 요란하게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박형사가 받아들었다.


"네. OO서 강력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잠시 통화를 하던 박형사가 이내 수화기를 나에게 넘겼다.


"황승균씨 와이프라는데요?"


"그래?"


나는 급하게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예. 사모님. 전화 바꿨습니다."


"밤 사이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예? 도둑이요?"


"네. 장례식장에 밤새 있다가 아침에 들어왔는데...집이 어지럽혀져 있어요"


"없어진 물품이 있나요?"


"거의 다 그대로 있는데, 남편 옷장 주변이 난장판이 되어 있어요."


"흠....그래요? 범인이 누군지 알겠군요."


"예? 범인을 아신다구요?"


"확실하진 않지만....일단 사건접수는 해 놓겠습니다. 당분간 몸조심하시구요.

되도록 집에 혼자 있지 마세요."


"네...알겠습니다. 형사님."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입술에 힘을 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의외로 사건이 빨리 풀리겠는걸? 야..박형사 지금 당장 이 자식 잡아 와!!"


"네."








"김태섭씨....나 본 적 있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그 중장비 사무실에 들렀을 때 나를 처음으로 맞이했던 성의없이 모자를 눌러 쓴 그 친구였다.


취조실이란 곳을 처음 왔는지 건장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네...."


나는 그의 신상명세서를 한 장씩 넘기며 말을 이었다.


"보기보다 젊네. 이제 서른 둘이네."


"..........."



"너 어제..밤 황승균씨 집에 왜 갔어?"


"예? 무..무슨 말입니까?"


그의 놀라는 모습은 전혀 진실성이 없었다.


나는 탁자를 손으로 치며 그를 다그쳤다.


"다 알고 있어!! 너 어제 이거 찾으러 간 것 아냐?"


난 그 앞에 접힌 자국이 선명한 A4용지를 꺼내 들었다.


그 용지를 보는 순간 그는 모자를 눌러 쓴 머리를 감싸쥐며 탄식을 내뱉았다.


"아....씨발...미치겠네.."


나는 잠시 그가 진정을 되찾기를 기다렸다.



"노영주 죽은 거 알지?"


"예? 그 사람이 죽었어요?"


"어젯밤 농업용 수로에 빠져 죽었어."


"누...누가 죽였어요?"


"나도 모르니까...지금 심문하고 있는 것 아냐?"


"그...그럼 제가 죽였다고 생각하시는거예요 지금?"


"그럼 이 상황에 너 말고 누가 있냐?"


"아...진짜.. 난 아니라니까"


나는 잠시 그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미소를 보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한 번 이 용지에 있는 내용을 읽어주지...

차용증...본인 깁태섭은 6월 16일자로 일금 천만원을 황승균으로부터 차용한다.

상환일자는 10월 16일이며, 매월 이자는 원금의 5부로 하며 원금 상환시 납부한다.

차용인 김태섭, 보증인 노영주.....도장 쾅. 지문 쾅!!"


내용을 읽는 동안 그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나는 노래를 부르듯 말을 내뱉으며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제 너는 좆된거라네~~~~

지금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너라네~~~

황승균이는 그렇다치고, 니 보증 서준 노영주는 왜 죽인거야?"



"아...씨발 진짜!! 노영주는 안 죽였다니까요."


"그럼, 황승균이만 죽인거야?"


"둘 다 안죽였다니까요!!!"



그의 말과 표정에서 왠지 모를 진실성이 묻어 나왔다.


황승균이는 타살 가능성이 있어보였지만 노영주는 사고사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나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유도심문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물러서면 황승균 사건이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다.



"너, 이 사건에 더 엮이기 전에 니가 알고 있는 것 다 불어. 안 그러면 너만 피보게 된다."


그는 잠시 머리를 숙인 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씨발....그 때 그 걸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가 뭔가를 말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나는 그에게 담배 하나를 내밀며 물었다.


"담배 피우냐?"


그는 말없이 조용히 받아들었다.

그리고 길게 연기 한모금을 빨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달전이었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죠.

비가 오니까 모든 야근 계획이 취소가 된 겁니다.

우린 밤에 사무실에 모여 여섯명이서 포커판을 벌였죠.

나, 승균이 형님, 영주 형님, 그리고 다른 기사 세 명하구요.

보통 일주일에 한번은 포커를 했는데, 그 날은 월급날을 며칠 앞 둔 날이라 금액이 조금 컸어요.

시작한 시간이 9시 정도였죠.

그런데 1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승균이 형님이 먼저 돈이 떨어진 거예요.

보통의 경우 돈이 떨어지면 집에 가는데 그 날은 그 형님이 너무 일찍 돈이 바닥난 겁니다.

형님이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노름판에서 무슨 소리냐고 했죠.

그랬더니 그 형님이 이 차용증을 내밀며 호통을 치는 거예요.

사실 그 차용증에 적힌 금액은 한 번에 빌린게 아니라 세 차례 빌렸다가 제가 자꾸 갚는 걸 미루니까

쓰게 된 거예요. 친구처럼 지내는 영주 형님이 보증을 서 준거구요."



"그 돈... 노름돈으로 빌린거지?



"빌린 건 빌린거고, 판돈은 판돈인데...차용증을 내밀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윽박을 지르는까

엄청 기분이 언짢더라구요.

평소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고, 서로 형동생 하며 지냈었는데 안면 몰수하고 갑자기 형님이 그러니까 너무 서운하기도 하고.

그 때 갑자기 형님을 놀려주고 싶었어요."



그는 잠시 담배를 한모금 길게 빨았다.



"사무실에서 약 200미터 정도 떨어진 산 중턱에 폐가가 하나 있어요.

한 때 잘 나가던 식당이라고 하던데, 20년 전에 그 집 주인이 죽고나서 다 떠나고 방치된 집이래요.

게다가 고가도로가 마을 앞에 들어서면서 그 자리엔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더군요.

그거 있잖아요. 작은 도로만 있을 때는 지나가는 도시 사람들이 들러서 밥도 먹고 가고

작물도 사주고 하는데, 큰 도로가.. 그것도 고가도로가 나니까 사람들이 들리지 않는거 말이예요.

지금 그 집은 흉가로 유명해요.


귀신이 나타난데요.

야근 중에 그 곳을 지나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몇몇 작업자들도 텅 빈 그 집에 사람이 서 있는 걸 목격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사람 형상으로 보이는 것을 한 두번 목격했었구요.

우리 작업자들 사이에서는 공포의 장소였어요.


낮에 지나가면 멀리서 모두 깨진 창문 사이로 그 집 거실이 보입니다.

그 거실에는 누군지 모르는 영정 사진이 하나 걸려 있는게 보이거든요?


불현 듯 포커판이 벌어졌던 그날 밤...... 그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전 형님한테 제안했죠.


지금..그 폐가의 영정사진을 들고 오면 이 자리에서 100만원을 빌려주는게 아니라 그냥 주겠다고......


시간이 밤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 날은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전 형님이 갈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단지.. 가지 않으면 겁쟁이라고 놀려줄 생각이었죠.

그 때 그 형님이 술이 약간 취해 있었어요. 원래 술이 좀 약하거든요.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형님이 가겠다는거예요."



"그래서 황승균이가 갔어?"



"형님이 우비를 뒤집어 쓰더니 터벅터벅 걸어나가는거예요.

우리는 사무실 창으로 형님이 흉가쪽으로 걸어가는 걸 계속 지켜봤죠.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에 우린 아무도 말리지 않았죠.

형님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죠.

10분...20분...30분....

벌써 왕복 두 번은 했을 시간인데 안오는 겁니다.

우리는 형님이 흉가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거라고 확신했죠.

그리고 미친 듯이 도망나올거라고 했죠.


그런데....우리의 예상은 하나도 적중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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