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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6일째
게시물ID : humorbest_611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ZmZ
추천 : 68
조회수 : 6912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19 16:21:3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1/19 10:24:27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세상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가출한 지 6일째,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딴 지역에 머무르 고 있다.

전재산 200만.

내가 죽는 시점은

돈이 다 떨어져서 굶어가면서 서서히 사라질 때거나

정서가 모두 메말라져서 싸늘한 몸만이 남았을 때 한순간 사라지는 때일거다.

보증금 100에 월세 20짜리 방을 잡았다.

찜질방보다 이게 더 싸니...

이 방은 너무 춥다. 태어나서 2번째로 와본 경상도이다. 경 상도는 북쪽에 비해 따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춥다.

이불 살 돈이 없어 다이소에서 산 5천원짜리 커다란 얇은 담 요를 덮고 잔다.

세로 180센치인 이 담요와 내 키는 같다.

풋. 사실 내 키가 조금 적구나.

얼굴까지 최대한 담요로 잘 덮는다. 왜냐하면 방의 공기는 너무 차다.

담요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겨우 가린다.

하지만 곧 잠버릇 때문에 내 몸의 일부는 담요 밖으로 나가 게 되고

추위에 잠이 깬다.

밤새 5번은 넘게 잠에서 깬다.

그리고 그 때마다 꿈을 꾼다.

그동안 스쳐간 사람들이 나온다.

가족

친구

헤어진 여자친구

잊고 지내던 사람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출을 한 이유는

이 사람들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회의감

지금 무엇을 해야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그냥 그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나이 27에

대학도 졸업했건만

올해 들어 2주 동안 컴컴한 방 안에 틀어박혀서 영화나 티비 프로그램만 봤다.

그런데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다.

자꾸 눈물이 난다.

그리 감동적이지 않은 영화 장면에서, 평범한 티비 프로그 램을 보다가.

가끔은 주체 없이 나오는 눈물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싫었다.

부모님도 동생도, 그 안에 있으면 너무 답답하고 짜증났다.

대화를 하고 싶지도, 통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말 최소한의 짐만 싸들고 무작정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

그런데 운명은 참 얄궂다.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 시작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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