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강도 글 쓴 분께서도 막상 강도가 들어오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하셨죠.
그말 정말.. 100% 공감했습니다.
2007년이었으니 벌써 6년 전 얘기군요..
집안 형편이 최악으로 좋지 않을 그때 저희 집은 열 평이 조금 넘는 주택 2층이었어요.
동네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골목들이 모여있는 동네였고
차 한 대가 들어오면 사람이 옆으로 지나가야 할 정도로 골목이 좁았습니다.
다시 말해 앞집과 옆집 그리고 우리집은 아주 가까운 거리였었죠.
대학 4학년이던 그때 저는 졸업논문에 쓰일 실험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시간은 한 9시 좀 넘었을까요?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늦은 시간은 아니었던 건 확실합니다.
그 당시 남친과 전화통화를 하며 골목을 들어와서 좀 걸어오다가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던 찰나,
어떤 남자가 제 뒤에 바싹 달라붙어 있더라구요.
그 상황이 뭔지 생각하기도 전에 그 남자는 제 허리춤에 손을 넣어 잡아당기기 시작했고
저는 그대로 주저앉아 질질 끌려갔습니다.
그때 저는 니트소재의 반팔 티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어요.
허리에 손을 넣어 치마와 속옷을 한번에 잡고 센 힘으로 잡아당기는데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어요.
땅바닥에 질질 끌려가는데 다행히 제 가방 어깨끈이 대문 아래 기둥 뾰족하게 나온 부분에 걸려버렸고
그 가방만 잡고 매달린채로 저는 소리소리 막 질러댔어요..
어떻게 그런 소리를 질렀는지 모를 정도로.. 몸이 다 떠나가라 막 그냥 소리 질렀어요.
몸은 질질 땅에 긁히고 남자는 필사적으로 잡아당기고 전 울면서 소리치고..
그때 바로 옆집 2층 아저씨가 '뭐야??' 였나? '누구야??' 였나 여튼 그렇게 소리지르며 밖에 나왔고
아저씨가 나온 순간 이남자는 절 놓고 도망치더군요..
도망치는 도중 저희 엄마가 맨발로 2층에서 뛰어내려오셨구요..
저는 치마와 속옷이 반쯤 벗겨진 채로 팔과 다리는 땅에 다 긁혀 피가 철철 나는데 엎드려 막 울었고
엄마가 절 감싸안아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집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속옷은 옆이 다 찢어졌더군요.. 얼마나 세게 잡아당겼으면..
그런데 지금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절 무슨 이유로 그렇게 끌고가려했을까 하는거에요.
강간이 목적이었는지 납치가 목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네 자체가 그럴만한 동네는 아니었거든요.
집들도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가.. 저렇게 소리만 쳐도 온동네 다 들릴 정도로 좁아요.
뭐 그런거 다 생각하고 따지고 범죄를 저지르겠냐마는..;
그날 이후로 저는 대낮에도 길에서 남자와 눈만 마주쳐도 심장이 내려앉았고
해가 진 후에는 골목에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혹여 뒤에 누가 따라오는 소리가 나면 정말 죽을맛이었죠.. 식은땀나고 앞이 하얘지고..
지금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다른 곳으로 이사도 와서 예전처럼 안절부절하진 않지만
이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늦은 시간 골목은 힘드네요.
누가 뒤에서 걸어오면 지금도 심장이 발끝까지 내려앉고 무서워요..
저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호언장담했었어요. 나는 그런일 생기면 뭐 어디어디를 때리고 어떻게 하고 뭐..
주변에 여자친구보다 남자친구가 더 많고 그 친구들은 저한테 형이라고 부르거든요;;
그친구들한테 들은 조언[?]들도 많고 아무걱정 안했었어요. 물론 이런 일이 생길거라는 생각조차 안했구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소리지르는 것 뿐이었다는 사실 또한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한심해지기까지 하더라구요..
서른이 넘은 지금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제압을 할 수도 없고 말이죠..
최대한 늦게 다니지 않고 인적 드문 골목길 가지 않는 것 정도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강도 글 읽고 예전 일이 생각나서 주절주절 써봤습니다만..;
다시금 기억이 되살아나서 글 쓰는 내내 힘드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