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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의 물건을 가져오면 안되는 법이죠
게시물ID : panic_611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미세린
추천 : 15
조회수 : 11663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3/12/02 06:42:03
오유 다른 글에서도 댓글로 쓴 적이 있지만 대학시절 선배 중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었습니다.
다른 선배들은 이 후 굉장한 충격에 방황을 하셔서 크게 고생했었죠.
그런데 전 막 신입생이었던 지라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선배의 죽음이 그리 와닿지 않았죠.
그저 그 죽음에 의해 다른 선배들이 힘들어 하는게 화가 났을 뿐이었습니다.

그 선배가 남긴 물건들은 모두 정리 되었는데
기타 만큼은 대학에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누가 연주하지도 않았고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지나 제가 졸업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당시 전 친구에게 기타를 배우고 있었는데, 슬슬 개인 기타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그 기타가 생각났죠. 친구에게 기타 상태를 물어보니 괜찮은 기타고 여전히 상태도 좋다고 하더군요.
수년간 아무도 연주하지 않았던 상태였던지라
선배들께 제가 그 기타를 가져도 되냐 물어보고 기타를 자취방에 가지고 왔습니다.

기타가 생겨서 기쁜 마음 뿐이었는데
몇 주뒤 예고도 없이 허리 염좌로 구급차에 실려가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별 생각없었어요. 졸업시기라서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으니 몸을 혹사시킬만큼 혹사시킨 상황이었거든요.
여튼 덕에 한동안 병원신세를 져야해서 기타를 이번엔 동생에게 넘겼답니다.

그리고나서 반년 뒤 
동생에게 기타연습은 잘 되고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동생은 씁쓸히 웃으면서 가져간뒤 얼마 되지 않아 기타를 내놨다고 하더라고요.

전쟁이 나도 잘수 있는 인종인 저와 달리 동생은 소리나 빛이나 시선에 예민해 잠을 잘 자지 못하는데
기타를 가져간 이후 제대로 잠들수 없더라는 겁니다.
이유 모르게 기타가 신경쓰이여서 집이 왠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동생 역시 목이 상해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진단했지만 동생은 내내 기타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날 바로 집에 들어와 기타를 아파트 쓰레기장에 내놨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집에서 편히 잠들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기타 누군가 주워간거 같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는지 
주워가신 분은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통기타예요. 갈색의 평범한 기타고 동생은 직장관계로 전남 여수에 있어요. 
기타 내놓은 곳이 여수의 아파트에요.
스티커가 한장 붙어져 있는데 척보면 낡아보이는 그런 스티커죠.
기타자체는 낡아보이지만 줄은 새거로 갈아놔서 깨끗한 상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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