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전에 오늘의 유머에 쓰는 GOP관련 마지막 글이라는 생각으로 썼어요. GOP와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GOP 썰을 쓰면서 제 군생활의 하이라이트라 기억이 선명하여 저도 모르게 기무부대 떡밥을 많이 풀어놔서 회수는 해야겠고...
GOP를 나오신 분들에게 공감가는 이야기로 시리즈를 썼는데 이건 별로 상관없는 제 이야기 같아서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네요
어쨌든 지금까지 쓴 글은 어떻게든 한번 웃겨볼려고 쓴 글인데 반해 왠지 재미 없을 거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담배 한대 빨고 시작합니다~!!!
1. 기무부대 썰.
사실 저는 군입대 하기 전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소속 중앙위원(9000명 이상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대표자 / 예 : 00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웃기고 웃다보니
1학년대의원/2학년 과문화국장/3학년 과회장/4학년 단과대 부학생회장/5학년(졸업유예) 단과대 학생회장/6학년 간부의 과정이 있었어요.
빨갱이냐 종북세력이냐 물어보시면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그때의 사상과 신념에 따라 운동했고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습니다.
하여간 김영삼 정권 시절 96년도 한총련 소속 학생이 연세대에서 통일대축전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한 후 공권력은 전원 연행 방침이 내려졌고
학생들은 연세대를 점거하여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연대항쟁/사태(용어를 구지 확정하고 싶진 않네요^^;;)가 벌어집니다.
그 이후 한총련은 이적단체(적을 이롭게 하는 단체, 여기서 주적은 북한입니다)가 되었고, 매년 한총련 소속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 이상은
자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및 이적단체 가입으로 수배가 내렸고, 학교에서 생활하는 수배자들이 생겼죠. 이는 2002년도까지 지속됩니다.
저 역시 한총련 소속의 어떤 단체의 의장직을 맡게 되어 한미FTA소고기 반대집회 / 평택 주한미군기지 반대집회 / BBK관련 이명박 낙선운동 등
에 동참(뭐 의장직이니 선전 선동했다고 해도 다르지 않습니다)하였고 의장성명으로 성명서도 많이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운동이 정리되고 자연스럽게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저는 보안수사대(사회)와 기무부대(군대)가 어느 정도 정보 공유를 해서
수사를 받을꺼라는생각은 했습니다.
(국정원이 요즘 호구가 된 것 마냥 나오지만 공권력의 정보력은 엄청납니다. 한총련소속 총학생회급은 그 해당학생은 보안수사대에 주요감시대상이
되어 핸드폰/인터넷사용이력/현재위치/가족관계/학업성적 등등 뿐 아니라 몇년도부터 누구와 사귀었는지 농촌활동을 가게되면 현재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까지 하나하나 다 알 수 있죠. 당해보면 압니다.)
생각과 달리 저는 아무런 제재없이 GOP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GOP에서 보안등급이 높은 정보도 보게되는 상황병으로 병장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근무취침을 마치고 일어났는데 뭔가 어수선하고 모든 후임이 완전군장으로 대기상태였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 후 GOP는 최고 높은 근무형태를 유지했고, 이미 1년7개월의 군생활로 완전한 군인이 된 저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황병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날부터 였을까요. GOP대대는 기무대에서 파견한 기무간부가 한명씩 있는데 상황병 부사수에게 제 안부를 묻는겁니다.
'아 그새끼 뭔데 자꾸 내안부를 묻지. 크레모아 격발 미보고? 유탄 불량 미보고? 순찰자 위치 초소근무자에게 사전숙지시킨거? 그냥 게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군생활은 100일이 채 안남았고 남은 휴가는 40일 끝나가는 마당에 별 일 있겠어라고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처럼 근무를 끝내고 소초 앞에서 담배를 태우는데 봉고차와 승용차 2대(확실히는 기억안남) 대대OP로 올라갔습니다.
'왠 사제차지?'
GOP는 일주일에 한번 오는 황금마차(이동식 PX) / KT직원(공중전화 수리용)을 제외하곤 사제차가 들어올리도 없고 저정도 규모면 대대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제가 알만큼 큰 일이 있다는 건데 근무가 빡세졌을 뿐 별다른 일은 없어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담배를 달 필 때 쯤에 중대장이 저희 소초로 막 뛰어왔습니다.
중대장 : '야 000 너 뭔 일 있냐? 대대장님이 너 데리고 오라는데?'
오징어 상황병 : '텟!풍~병장 오징어. 어제 대대장님 소초에 순찰도 안오시고 별 일 없었습니다.'
중대장 : '이상하네~ 나 몰래 또 포상 챙길만한 뭐했나?ㅋㅋㅋ'
오징어 상황병 : '아닙니다~ 요즘 진짜 조용히 지내는데 저도 뭔일인지 모르겠습니다.저도모르게 포상받을 뭐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사실 상황병 임무수행중 중대장도 포상 받는 날 알정도로 깜짝 포상을 몇번 받았습니다(연대장표창 1번 + 대대장표창 2번)
하여간 이날 대대지휘통제실(OP)에 중대장과 올라가면서 서로 막 웃으며 싱글벙글했던게 한동안 뇌리에 남았습니다.(중대장한테 미안해서)
어쨌든 대대지휘통제실 앞 공터에 딱 올라선 순간.
남다른 기도를 뽐내며 사제옷의 몇명의 건장한 사람(10명내외) 둘러쌓고 대대장실로 안내했습니다.그 중 한명은 캠코더로 저를 촬영하고...
기무대상사 : "000병장 맞죠? 국가보안법 위반 및 집회신고법 위반등 으로 연행하겠습니다. 여기 이거 본인이 한 일맞죠?"
오징어 상황병 : "이 개새끼들아 나 말년이야 왜 이제 잡아 씨벌 이등병 때 정리해주지 왜 이제와서 내 휴가~개년들아"
라고 지랄은 못했고, '병장 000. 맞습니다. 가겠습니다'라는 말만하였고 머릿속에 지난 6~7년간의 대학생활과 1년 9개월 간의 군생활이 지나갔습니다.
사람 무릎까지 올 정도로 A용지가 제 앞에 있었고 제가 참여했던 집회/ 성명서 / 행사 / 인터넷사용이력 / e-mail 등등이 빼곡히 써져있었습니다.
오늘 오후 13:30분까지 육군 000 기무부대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좀 높은 사람은 갔고 저를 연대본부까지 이송할 몇명의 인원만 남아 제 주위를
감시했습니다. 소초로 복귀하여 마지막 상황병 인수인계 및 개인 짐을 정리하고 살던 집에 압수수색 영장에 싸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서 사고를 침.
개인 관물대를 정리하며 최대한 짐이 없게 다버리고 있는데 칼심을 버리는 과정에서 제 손가락이 베어버렸습니다.
기무대간부 : "아 시발 뭐야 자살이야?"
하아...시발...자살미수까지 의심받기 시작했습니다.
근데...재미없죠?ㅋㅋ 여기까지 읽은 분은 대단한듯 쓰면서 재미없어서 저도 쓰기 싫어짐 ㅋㅋㅋ
지금까지 상황병 썰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밤되세요~
라고 쓰면 왠지 더 욕먹을꺼 같아서 이어써봅니다.
여차저차 의무병에게 치료를 받고 연대본부로 이송이 되었습니다. (기무대 감옥에 넣을 줄알았더니 그냥 연대본부에서 기무대로 왔다갔다하면서 수사)
연대본부 의무중대의 환자생활관으로 갔는데 갑자기 거기 있는 환자들을 다 이동시키고 생활관 창문을 관물대로 모두 막았습니다.
제가 혹시나 필사의 탈주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의무중대의 병사 및 환자들을 정신오염 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내려진 조치였습니다.
하아...시벌...모범적인 군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관심병사(라고 쓰고 관심병신이라 읽는다)보다 밑바다의 개쓰레기가 되었구나...
일수로 14일 간 하루 8시간~10시간씩 기무부대에서 수사를 받았고,(무릎높이 a4용지 6묶음을 일일이 제 진술과 대조.)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군대 내 불순단체를 만들려는 목적이 있었던거 아니냐는 (시나리오 쓰고 있네 미친 기무부대 상사가...)
내용까지 수사를 받고 군검사에게 넘겨졌습니다.
여기서 웃긴점은 기무대에서 아침에 너무 일찍 불렀고 차량 배차가 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매일 차량배차가 나있는 연대장님 차량을 타고 기무부대를 이동했습니다. 항상 1번차량을 타고 다진거죠.
모든 병사와의 대화는 통제되었고, 식사를 할 때에도 접근을 되도록 하지않게 하여 전 군따가 되었습니다 ㅠㅠ
간부 한명과 병사 한명이 저를 따라 다녔고, 아침점호/저녁점호 모두 열외되었습니다.
연대본부에서 좀 짬 좀되거나 계급이 높은 간부가 아니면 전염병 환자처럼 곁눈질로만 보거나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습니다.
(연대장 1번 차량으로 이동/생활관 하나가 내 방/식사 시 식탁 전체가 내 꺼/ 점호열외 / 경례안받아줌 / 난 왕이 된건가 착각함)
대충 사회에서 이렇게 보안수사대에서 검사에게 넘겨지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5년을 받고 6개월정도 교도소에 있다가 나오게 되는데.
여기는 군대. 나는 군인. 꼼짝없이 육군교도소 1년6개월 살게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터 요약
검사 만남 - 검사가 이것저것 물어봄 - 어? 말해보니 사상이 그렇게 불건전한 얘가 아닌데? 올바른 생각을 하고있네? - 뭐야 휴가도 많네 수사할 시간도 없네 - 사회로 넘겨야되나 - 일단 2차 정기 휴가 갖다와 - 공소시효도 이것 빼곤 그래도 다 지났네 - 국가보안법으로 형을 사는건 좀오바 - 불기소/무혐의 처분 - 아싸 난 사회인
이 되었습니다. 그래도...상식 선에서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려 했다고 생각해주는 검사를 만나 무혐의 처분으로 전역하였습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수사를 받았다면 무혐의 까지는 안나왔을 꺼 같은데 참 별일이죠.
나중에 들었지만 중대 전체에 저에 대한 설문조사가 기무부대 통제에 따라 이뤄졌고 몇가지 의구심을 품은 사건은 있었지만
(주로 간부 부재 시 상황병의 독단적인 판단, 소대최고선임/상황병 버프로 간부급 소대 실세,간부 없을 때 뒷담화 등)
당연히 무혐의였고 오히려 칭송/칭찬하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후임도 있어 수사관 얼깠던 적도 있었죠.
2. 여러분은 자기부대에서 사고 친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 본적 있습니까? 다른대대로 갔다고요? 근데 만약 대대급에서 소화할 수 없는
사고뭉치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가 바로 연대본부에 그러한 사고뭉치들을 모아놓은 중대 및 소대로 보직변경이 되었습니다.
1. 남자가 좋다고 중대장께 면담한 병사 (게이 인증)
2. 외박나가 술취해서 여자랑 잤는데(사실 했는지 어쨌는지 기억도 못함), 그 여자가 경찰서 가서 신고, 알고보니 미성년자
3. 탈영 2회 이상 인 병사
4. 임신한 여친 있는 병사. 그런데 이 병사 아버지가 이명박 친구.(젊을때 붕어빵 같이 굽던 사이), 언터쳐블.
5. GOP근무 시 총기를 바닥에 깔고 자던 병사. 근데 연대장한테 걸림.
6. 지나친 갈굼으로 소대 선임과 근무도중 수면을 틈타 선임 실탄을 3발을 꺼내 DMZ에 던져버린 병사. 결국 실탄 한발 못참음
의 소대 책임분대장은 GOP에서 소대 병사 고추 만지고, 취사병에게 자기가 체취한 약초로 라면끓이게 한 하사(악의는 없음...)가
제가 보직변경 된 소대의 구성이었어요.
물론 이 중에 제가 제일 유명했습니다. 왜냐하면 연대회의 사단회의 등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했고, 병사들 사이에서 소문은
"북한사람인데 남한으로 잠입해서 군입대 후 다른 병사들을 정신오염시킨 사람"
이 되있었습니다.
연대에서 약 45일간의 생활은 에피소드가 정말 해왔던 군생활 1년급 에피소드로 있는데 이건 GOP와 관련없으므로 패스~
결국 군대에서 잘못한게 없어 갖고 있는 모든 휴가도 다 쓰고 잘 전역해
지금 솔로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끝!!!